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우직, 소탈함이 신뢰로는 이어지지 않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우직, 소탈함이 신뢰로는 이어지지 않아?”
  • 배재형 디지털투데이 상무,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 승인 2019.03.25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상머리엔 답이 없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 현대그룹의 오너 2세인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다. 깔끔한 단문. 화자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1999년 사실상 그가 그룹을 진두지휘하면서 현대차의 성장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품질경영과 ‘10년 10만마일’ 보증이라는 파격적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고지식하고 투박해서 어쩌면 촌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외적요소는 그가 내세우는 타협 없는 소신과 잘 어우러졌다. 

또한 정 회장이 최근 몇 년 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일꾼 느낌의 리더’로 인식되는 것은 ‘뚝심’이라는 통일된 정체성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사회 첫 발을 밑바닥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현대자동차 원효로 서비스센터에서 부품 담당과장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우직하고 소탈해 보이는 외모까지 더해져 긍정적인 의미의 ‘뚝심’이라는 대표 이미지가 자리잡게 됐다.
 

정몽구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 (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정몽구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 (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촌스러운 외적요소에 내재된 우직함과 소탈함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정몽구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에 따르면 언론에 노출된 대부분의 사진에서 투박하고 촌스러운 외적요소가 그를 열정적이고 뚝심 있는 일꾼으로 보이게 한 것으로 나타난다. 작업 점퍼에 안전모를 쓰거나 장갑을 꼈고 흰색 셔츠바람에는 팔을 걷어 부쳤다. 때로는 무채색 정장으로 소박하게 차려 입어 검소하고 소탈해 보이는 이미지를 더했다. 

드레스 코드 중 타이의 컬러는 대부분 연한 하늘색이나 연한 회색 톤을 유지함으로써 재벌 2세란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게 한다. 심지어 청문회나 신년 연설같이 극명히 대비되는 자리에서도 그는 패션의 컬러나 패턴으로 메시지를 주지 않고 늘 통일감 있는 컬러의 수트와 타이를 착용함으로써 우직, 소탈함의 이미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노출된 정몽구 회장의 사진에서는 그의 투박하고 촌스러운 외적요소가 오히려 열정적이고 뚝심 있는 일꾼으로 보이게 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언론에 노출된 정몽구 회장의 사진에서는 그의 투박하고 촌스러운 외적요소가 오히려 열정적이고 뚝심 있는 일꾼으로 보이게 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 ‘뚝심’은 내적요소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그의 내적 의지는 1985년 정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30여년 동안 대한민국 양궁을 지원하게 한 부분 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 지난 2009년 아내와 사별한 뒤 주변 보좌진을 모두 남성으로 교체한 부분도 뚝심이 내재된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외적요소와 내적요소에서는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반면 행동언어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피치 영역이 문제다. 정 회장의 음색은 저음에 다소 느릿한 호흡으로 진중하게 들린다. 이는 하이 톤의 빠른 말투보다는 안정적이고 차분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팩트가 없이 물 흐르듯 지나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공식 자리에서 그가 내세우는 파워풀한 메시지들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련되지 못한 행동언어가 부정적 영향으로

지난 2016년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는 말투가 어눌한 정회장을 염려해 회사측에서 월례 경영전략회의 일정까지 미루고 대비를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며 그의 스피치 문제점은 가장 최근 인 2015년 현대차그룹 시무식 연설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그…어…아…에…저…’ 등의 비언어적 군더더기 말의 사용이 빈번해 어눌하고 더듬거린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튼 간에, 이걸 갖다가‘와 같이 강연이나 연설에 적합하지 않은 구어체 사용을 반복하는 스피치 스타일은 논점을 흐리게 해 ‘횡설수설’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드레스 코드 중 타이의 컬러를 대부분 연한 하늘색이나 연한 회색 톤을 유지함으로써 재벌 2세란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게 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드레스 코드 중 타이의 컬러를 대부분 연한 하늘색이나 연한 회색 톤을 유지함으로써 재벌 2세란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게 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그가 ‘뚝심의 리더’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그 동안 많은 어록을 만들어냈던 ‘메신저형 리더’였음을 감안할 때 그의 세련되지 못한 행동언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세계적 석학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박사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스피치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결국 뚝심이라는 이미지가 신뢰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정 회장이 갖고 있는 행동언어의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나는 그저 부유한 노동자에 불과하다’며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실천형 리더가 되자’고 했던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그리고 그에게서 바통을 물려 받은 정몽구 회장은 그 위에 뚝심 리더십을 더해 20년째 수장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6년 12월 6일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끝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26일 그의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업계는 사실상 현대그룹의 3세 경영체제가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뚝심 위에 얹어질 현대그룹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네이버 뉴스 스탠드에서 디지털투데이를 만나보세요. 디지털투데이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 MY 뉴스 설정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