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그룹을 국내 최고 유통 명가(名家)로 키운 장본인이자 삼성家의 최초 여성 CEO다. 고(故) 이병철 명예회장의 막내딸로 태어난 이 회장은 8남매 중 가장 아버지의 말을 잘 듣고, 가장 아버지를 닮은 자식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비해 초라한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대신 이 회장은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적극적이면서 공격적인 경영인 마인드가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치밀한 사업가적 DNA와 경영수업,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구축한 인맥은 오늘날의 신세계그룹이 있기까지 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이런 그의 적극적인 내적 성향과는 다르게 그는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과거의 ‘일 잘하는 최고 경영자’의 이미지는 이 회장의 간접 지배를 통한 일감몰아 주기 논란, 주식허위신고 혐의 등 본인과 신세계그룹의 부정적인 이슈들로 인해 묻혀지고 있다.

‘철의 여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삼성家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언론사에서 갖고 있는 그의 자료사진은 몇 장밖에 없을 정도다. 백화점 개점식도 단 2곳에만 참석하고 장례식 등 집안행사가 있을 때만 잠깐 보일 뿐 공식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노출된 자료만으로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이명희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의하면 이 회장의 이미지 키워드는 ‘권위적인, 카리스마, 대찬’으로 분석됐다.

이명희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이명희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이동 중 시선과 걸음걸이를 통해 파악된 이 회장의 행동 언어 키워드는 ‘권위적인’으로 나타났다. 언론 앞에서 이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조차 없다. 무표정은 권력을 표현하는 신호 중 하나다. 미소는 보통 상대방에게 호감을 보이고 싶을 때 혹은 상대방이 나를 호감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될 때 짓게 되는데, 언론을 대하는 이 회장의 행동 언어에서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또 얼굴은 그대로 고정한 채 눈동자만 움직여 상황을 파악하는 듯 보이는 시선처리는 초조함 혹은 관심 없음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 속 치아를 보이며 웃는 환한 모습, 친근한 스킨십과는 대조적이다. 그 동안 보여진 이 회장의 행동 언어는 자신의 권위을 행사하는 듯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전부였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바디랭귀지나 부드러운 눈맞춤 인사 혹은 미소로 응답하는 등의 긍정적인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보인다. 

이명희 회장의 메이크업 스타일은 짙고 어두운 톤의 아이쉐도우, 눈꼬리를 올린 아이라인, 가늘고 한껏 치켜 올린 눈썹라인이 눈에 띈다. 헤어스타일 역시 사자머리를 연상케 하여 독보적인 외관으로 매섭고 위압적인 느낌을 준다. (사진=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메이크업 스타일은 짙고 어두운 톤의 아이쉐도우, 눈꼬리를 올린 아이라인, 가늘고 한껏 치켜 올린 눈썹라인이 눈에 띈다. 헤어스타일 역시 사자머리를 연상케 하여 독보적인 외관으로 매섭고 위압적인 느낌을 준다. (사진=신세계그룹)

공식석상 외의 자리에서 보여진 이 회장의 외적 요소 키워드는 ‘카리스마’다. 이 회장의 메이크업 스타일은 독특하다. 짙고 어두운 톤의 아이쉐도우, 눈꼬리를 올린 아이라인, 가늘고 한껏 치켜 올린 눈썹라인이 눈에 띄고 헤어스타일은 사자머리를 연상케 한다. 이와 같은 독특한 스타일에서 냉철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데 이는 여성 CEO가 전무하던 시절, 가정주부로 살다가 경영에 뛰어든 자신이 상대방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튼 다른 삼성家 여성들의 우아함과 세련된 모습을 강조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항상 목을 감추는 검정색 폴라티를 착용하는데 유독 짧은 목에 폴라티를 입고 있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목이 짧을수록 목을 가리면 답답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목이 보이는 루즈한 핏의 라운드티나 브이넥을 입는 것이 이 회장에게는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회장의 내적 요소 키워드는 ‘대찬’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자녀들에게 엄격했던 이병철 회장이 “명희가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삼성을 물려줬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남자 형제보다 더 대차고 적극적이며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유통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낸 이 회장의 성공에는 남다른 안목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찬 여장부적 마인드가 크게 작용했다. 백화점 경쟁구도에서 실적이 주춤하고 믿었던 아버지의 임종까지 맞자 이 회장은 미국 행이란 과감한 선택을 했다. 미국 생활에서 선진국형 마트를 이용하면서 얻은 사업 아이디어가 결국 오늘날 국내 대형마트 산업을 일으킨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여장부로서의 경영리더십 이면에 비춰지는 권한과 실속 챙기기에 바쁘다는 부정적인 여론 또한 이 회장에게 늘 따라붙었다. 

외적 카리스마보다는 내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줄 필요가

이명희 회장은 남다른 안목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찬 여장부적 마인드로 ‘국내 대표 유통기업 CE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이 회장의 간접 지배를 통한 일감몰아 주기 논란, 주식허위신고 혐의 등 본인과 신세계그룹의 부정적인 이슈들로 인해 묻혀지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은 남다른 안목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찬 여장부적 마인드로 ‘국내 대표 유통기업 CE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이 회장의 간접 지배를 통한 일감몰아 주기 논란, 주식허위신고 혐의 등 본인과 신세계그룹의 부정적인 이슈들로 인해 묻혀지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이 회장에게 보여지는 행동 언어와 외적 요소는 혈연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정이 많기로 알려진 이 회장의 이미지와 본인 스스로가 주장하는 따뜻한 인간미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느껴진다. 그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감성과 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사람에게 반하려면 따뜻한 인간미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기가 센 듯 보이는 위압적인 인상과 권위적으로 보이는 행동언어, 그리고 은둔형 경영자의 이미지는 ‘믿음’, ‘신뢰’ 기반의 경영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최근 논란이 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과 이름까지 같아 언론에 사진이 잘못 게재되는 일이 발생해 예기치 않게 사람들에게 과거 유명 연예인과 아들 정용진 부회장의 이혼으로 인한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무서운 시어머니의 끝판왕’, ‘온갖 방해공작으로 마음에 안 들던 며느리를 쫓아낸 사람’, ‘아이도 못 만나게 하는 인간미 없는 사람’. 국내 유통업계에서 이 회장이 차지하는 위상과 업적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다.

이 회장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내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외면의 지배적인 카리스마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외적으로 보여지는 지배적인 카리스마보다는 내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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