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마치 조폭과도 같은 안하무인 재벌 3세가 베테랑 형사에게 응징을 당하는 내용으로 관객수 천 삼백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른 작품이다. 대중들이 이 영화에 열광한 이유는 자극적이고 흥미 진진한 픽션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열기가 지속되던 다음해 2016년, 한 기업인이 ‘대기업 조폭설’을 제기해 큰 파장이 일었다. 한화증권 주진형 前 대표이사는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고용주였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바로 앞에 두고 “우리 재벌의 운영방식이 조직 폭력배들과 같다. 특정 건에 대해서 말을 듣지 않으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폭이란 말은 김승연 회장에게는 아픈 손가락과 같다. 2007년, 김 회장은 그의 차남이 클럽 종업원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조직폭력배 20여명을 끌고 가 본인이 직접 보복폭행을 함으로서 구속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김 회장은 언론과 블로그와 SNS 인터넷상에서 ‘한화 조폭단 김승연 보스’라는 닉 네임으로 불렸고, 국민들의 머리 속에 조폭과 김승연 회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의 연관어로 ‘각인’되면서 그의 이미지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여파는 조폭 영화가 화제에 오를 때나 최근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횡포 등 재벌가의 부정적 사건이 생길 때마다 빠지지 않고 소환되어 재조명을 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각인’ 효과에 의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해 

노벨상을 수상한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1903~1989) 박사는 그의 심리이론에서 ‘각인(Imprinting)’을 알에서 막 깨어난 오리가 처음 보는 대상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행동 양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처음 보고 인지했던 대상에 대해 갖는 ‘이미지 영향력’은 그대로 굳어져 오랜 기간 유지된다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이러한 각인 효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김승연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에 따르면 김회장의 이미지 키워드는 ‘조폭, 카리스마, 보스’이다.

김승연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김승연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그가 조폭으로 보이는 외적 요소는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넓고 상체가 발달한 역삼각형의 체형과 거북 목이 마치 오랫동안 복싱을 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이것이 과거 폭행사건을 일으킨 그의 히스토리와 합쳐져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늘고 작은 외꺼풀에 눈을 치켜 뜨는 습관은 서늘하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을 주고 한 곳을 오래 쏘아보는 버릇 역시 위협적인 느낌을 준다. 

공식석상에서 보여지는 무표정의 경우도 매서운 느낌으로 나타나고 머리 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을 항상 백 스타일로 빗어 넘겨 이마를 드러내는 것 역시 위압적인 자신감으로 비춰진다. 여기에 차가워 보이는 쿨톤(Cool tone)의 컬러와 딱딱한 디자인의 의상, 특히 통이 넓은 바지 등 전체적인 외형 요소들이 범접하기 힘든 포스를 느끼게 하는데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볼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 기억 속에 있는 ‘조폭’의 이미지와 흡사하다. 

한승연 회장의 제스처는 매우 여유롭다. 어떤 상황에서든 흥분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차분해 보이는 점과 매사 급할 것 없어 보이는 느긋함은 그에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조폭’ 이미지와 맞물려 사람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한화그룹)
한승연 회장의 제스처는 매우 여유롭다. 어떤 상황에서든 흥분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차분해 보이는 점과 매사 급할 것 없어 보이는 느긋함은 그에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조폭’ 이미지와 맞물려 사람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한화그룹)

내적 요소의 대표 키워드는 ‘카리스마’이다. 이것은 서울 프라자호텔 공사 당시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거나 한화 이글스 진정필 선수가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그 동안의 치료비와 장례비를 모두 지원한 점, 2014년 한화건설 이라크 공사현장 방문 때 현지 직원들이 회를 먹고 싶어한다는 말에 광어회 600인분을 떠 비행기로 공수한 점, 지난해 진행된 한화그룹의 ‘868명 정규직 전환’, 그리고 18년째 별다른 홍보 없이 사회공헌 활동의 취지라며 매년 거금을 들여 서울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불꽃 축제를 해온 점 등에서 그의 강한 추진력과 승부사적인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 

행동 언어의 대표 키워드는 외적 요소의 키워드인 조폭과 거의 비슷한 ‘보스’이다. 세간에 알려진 그의 폭력적이고 무법적인 전력에 반해 느릿한 팔자 걸음 등 그의 제스처는 매우 여유가 느껴진다. 어떤 상황에서든 흥분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차분해 보이는 점과 매사 급할 것 없어 보이는 느긋함의 요소들은 오히려 그를 더욱 고압적으로 느끼게 해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움을 유발시킨다. 낮고 조금은 센 듯한 허스키 발성의 ‘네, 아니오’ 식 짧고 간결한 답변은 심드렁해 보이고 무성의 해 보이는데 이 역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매섭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자세히 듣지 않으면 웅얼거림으로 들릴 만큼 모든 말을 흘리고 뭉개서 발음하는데 이는 듣는 사람에게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닌 자기 본위 스피치로 남이 이해를 하든 말든 상관 없이 내 말만 하면 된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어눌해 보이고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어설픈 발음들조차 김 회장의 경우엔 오히려 ‘협박하는 것 같이 들려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 이러한 행동 언어들은 2007년 재판 당시 검사에게 “(종업원들의) 아구 몇 번 돌렸다”, “귀싸대기”, “맞짱” 등의 비속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했던 사실에 더해져 사람들은 그를 ‘보스’ 이미지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승연 회장이 웃을 땐 눈썹이 처지면서 눈웃음과 애교살이 부각되고, 가지런한 치아와 입매가 보기 좋아 천진하고 상냥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가진 ‘조폭’ 이미지를 먼저 희석시켜야 긍정적인 이미지로의 전환이 가능해 보인다. (사진=한화그룹)
한승연 회장이 웃을 땐 눈썹이 처지면서 눈웃음과 애교살이 부각되고, 가지런한 치아와 입매가 보기 좋아 천진하고 상냥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가진 ‘조폭’ 이미지를 먼저 희석시켜야 긍정적인 이미지로의 전환이 가능해 보인다. (사진=한화그룹)

매력과 긍정적 이미지 요소를 부각시키려는 노력 필요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장은 “모르겠다. 모르기 때문에 제가 대답을 못하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10여년 전 보복폭행 사건을 또 수면 위로 끌어내며 “김승연 회장님 잘하는 거 있잖아요.”  “순실이가 말 사달라고 하면 빠따(몽둥이)로 패버리지 그랬니.” ”마치 의자 밑에서 야구 방망이라도 꺼낼 얼굴이더만.”이라고 조롱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의 이미지에 주홍글씨처럼 따라붙는 ‘조폭’이라는 족쇄는 ‘각인’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렇듯 그에게 단단히 채워졌다. 그리고 이러한 비호감 이미지는 아직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부친의 사망으로 29세에 회장에 취임해 뛰어난 인수합병 감각과 추진력으로 한화그룹의 규모를 빠르게 키운 김승연 회장. 그가 웃을 땐 눈썹이 처지면서 눈웃음과 애교살이 부각되고, 가지런한 치아와 입매가 보기 좋아 천진하고 상냥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회장의 경우 조폭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대의 과제로 보인다.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먼저 희석시켜야 긍정적인 이미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서 세상이 아직 잘 모르는 그의 매력과 긍정적 이미지 요소를 부각시켜 다시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이미지의 문제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다음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에 걸맞은 차별적인 목표 이미지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컨셉을 수립한 후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회장의 긍정 PI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한화의 기업이미지는 한층 더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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