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2세 경영인 최태원 회장은 38세에 그룹 총수에 올라 괄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취임당시 32조원 가량이던 그룹 자산을 2017년 20여년 만에 182조원으로 약 6배 늘렸다. 2018년엔 사회책임경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9년에 들어서면서 안으로는 ‘구성원들의 행복과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란 화두로 소통행보 중이고 밖으로는 1조원대 '푸자이라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도 본격적으로 떼는 중이다. 이에 기업경영 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SK그룹, 곧 현대차를 제치고 자산 2위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이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는 최 회장의 이름을 국내 TOP3 포털 사이트에 각각 입력하자, 곧바로 뜨는 대표 검색어는 내연녀, 이혼, 여자, 연예인스캔들, 횡령, 징역이다. 1998년 재계 4대그룹 오너 중 최연소로 최고 경영인 자리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 당시 아들 뻘의 나이로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과 함께 재벌 2세로 분류되었던 그는 위치의 부담스러움에 대외 공식석상들이 어색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 어색함이 표정과 행동에서 ‘무뚝뚝함’으로 언론에 노출돼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인식됐다. 이런 상황 때문일까. SK그룹은 CEO PI(Personal Identity) 전담팀을 두고 PI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극적인 소문이 대표 키워드가 된 이유? 

이런 노력 덕분에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분석한 2008년 말 최 회장의 이미지 분석 자료와, 10년이 지난 최근의 자료를 비교해 보면 외견상 나타나는 그의 이미지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 회장은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평소 표정이 무뚝뚝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무뚝뚝함, 퉁명스러움, 뚱함, 냉소적, 세련되지 못한 과거 최 회장의 표정이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지식백과 속 PI마케팅 정의 부분에는 ‘프로야구를 활용한 SK 최태원 회장이 대표적’이라고 서술하였으며 혹자는 이렇게 바뀐 그를 PI의 성공사례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성공한 PI였다면 왜 그 많은 대중들이 그의 복잡한 사생활에만 초점을 맞춰 기억하고 궁금해하는 걸까? 그리고 그는 왜 자극적인 소문거리가 대표 키워드인 CEO가 되어 있을까?

과거 ‘무뚝뚝함’, ‘퉁명스러움’, ‘뚱함’, ‘냉소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최태원 SK 회장은 몇 해 전부터 공식석상에서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CEO PI전담팀을 두고 PI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SK 공식 홈페이지)
과거 ‘무뚝뚝함’, ‘퉁명스러움’, ‘뚱함’, ‘냉소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최태원 SK 회장은 몇 해 전부터 공식석상에서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CEO PI전담팀을 두고 PI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SK 공식 홈페이지)

그 이유는 PI란 ‘사람’이 중심인 마케팅 활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적 요소인 ‘개인의 스토리’가 강력히 작용한다. 최 회장의 경우 개인 스토리는 가장 취약한 ‘리스크’임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메뉴얼로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아무리 좋은 PI툴을 활용했다 했을지라도 최 회장의 개인사 스토리는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이미지 요소라도 비호감으로 인식이 되면 진정성이 떨어져 부정적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8월 14일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소할 때 한 손에 성경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성경책을 이용해 종교로 죄를 씻으려 코스프레 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또 2016년 12월 6일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때의 안경 착용은 ‘중요한 자리에 미러 안경을 쓰고 나와 교묘히 눈빛을 감췄다’는 질책성 여론이 있었고 줄무늬 양말을 언급하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말할 때는 ‘자기 가정도 못 지켜 이혼소송 중인 데다가 내연녀에 혼외자까지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며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이미지는 ‘뚱함’에서 ‘인간적’ ‘카리스마’로 변해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가 10년 만에 다시 조사한 ‘언론 매체를 통해 본 최태원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그의 대표적 이미지는 뚱함에서 남성적, 인간, 카리스마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 요소들이 그의 복잡한 사생활로 말미암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 (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최태원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 (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먼저 최 회장의 외적요소를 보면 건장한 체격에 붉은 피부로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넓은 이마, 선이 굵은 둥근 형의 얼굴, 샤프한 콧날, 약간 쳐진 듯하지만 매서운 눈매, 상황에 따라 연출하는 2:8 가르마의 포마드 헤어스타일도 카리스마로 연결되는 이미지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내적요소로는 ‘인간적’이란 키워드가 대표적인 이미지 요소다. 그 외에 소탈한, 감성적 등도 나타났는데, 지난 2015년 세계일보에 A4 3장 분량으로 “이혼하겠다. 나는 내연녀와 이미 6살 난 혼외자가 있고 그들을 책임지려 한다”고 직접 보낸 고백 편지와 2013년, 무속인 출신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자신의 돈 6000억원과 회사 돈 400여 억원을 날린 혐의로 구형을 받으며 “내가 무엇인가에 홀린 것만 같다.”고 털어놓은 것 등은 그의 인간적인 성향을 짐작하게 하는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출소 시 성경책을 손에 들고 나와 종교적 깨달음을 어필한 것과 줄무늬 양말로 ‘소소한 행복의 중요성’을 전했던 것 역시 그의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내적요소를 뒷받침한다.

그의 행동언어의 키워드는 ‘남성적’이다. 행동의 제스처가 대범하고 거침이 없는 것과 호탕하게 웃을 때 보이는 잘 잡힌 주름과 눈웃음이 주 요인이다. 그래서 남성적이고 당당하게 보이는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상자료에서 보여지는 세부요인들, 즉 너털 걸음, 손을 자주 만지작거리는 등의 불필요한 행동, 흔들리는 시선 등은 무성의하게 보여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개인 발언이나 인터뷰 등의 스피치에서는 하이 톤의 얇은 목소리, 빠른 호흡 등이 개선점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월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양말 하나에 변화를 줘도 삶에 소소한 행복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SK 공식 홈페이지)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월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양말 하나에 변화를 줘도 삶에 소소한 행복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SK 공식 홈페이지)

지난 1월 시무식이 끝나자 마자 최 회장은 소통경영의 일환으로 임직원 300명과 대본 없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캐주얼 차림의 그는 바닥에 앉아 손 하트를 그리며 ‘양말 행복론’을 말했다. 올해도 최 회장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PI활동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된 PI활동은 독이 될 수도 있고, 공중과의 접점을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긍정적이미지가 자동적으로 쌓여 가는 것은 아니다. PI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정확히 파악 후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과 대응책을 끌어내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지란 것은 어느 하나의 툴을 잘 활용하고 또 어느 한 가지가 잘 바뀌었다고 해서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 회장에게는 비주얼과 퍼포먼스 등의 PI활동에 선행해 내적요소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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