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의 ‘한류 전도사’,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이미경 부회장. 최근 영화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리면서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5월에는 세계은행 '여성기업가기금 리더십 그룹' 챔피언 16인에 한국인 중 유일하게 포함될 만큼 이 부회장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 부회장은 업계 내에서 선구안적인 혜안과 강한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선대 이병철 회장의 맏손녀이기도 한 이 부회장은 재벌 3세임에도 불구하고 오너家의 일원이라기보다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관록과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에서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이미경 부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이미지 키워드는 경영인보다는 특정 영역에 정통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의 이미지 키워드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 부회장의 이미지 키워드는 ‘개척자, 독창적, 방어적’이다.

이미경 부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이미경 부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은둔형 CEO이나 개척자 이미지

이 부회장은 은둔형 CEO다. 그는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세계여성상을 수상했을 때 언론 인터뷰를 처음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을 국제적 브랜드로 만들어 낸 그의 내적 요소 이미지 키워드는 ‘개척자’로 나타났다.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의 최고의 사업 파트너는 동생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 이 둘은 내부에서 회장님, 부회장님으로 남매경영을 잘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콘텐츠 하나하나를 직접 챙겼고 각종 회의는 항상 입체적 사고를 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전략을 세우면 나는 실행에 옮긴다’고 말하며 소프트웨어적인 경영 방식이 자신의 가장 탁월한 강점임을 드러냈다. 이 강점이 CJ그룹을 대한민국 최초의 설탕제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큰 손으로 성장시킨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2017년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2017 MAMA’(Mnet Asian Music Awards) 현장에서 배우 송중기를 만나 응원하며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콘텐츠 기획자의 역할을 다하며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 하나하나 신경 쓰는 모습이 다른 기업 CEO와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사진=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은 2017년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2017 MAMA’(Mnet Asian Music Awards) 현장에서 배우 송중기를 만나 응원하며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콘텐츠 기획자의 역할을 다하며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 하나하나 신경 쓰는 모습이 다른 기업 CEO와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사진=CJ그룹)

이 부회장과 사업파트너로 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을 역임했던 現 YG FOODS의 노희영 대표는 이 부회장을 ‘감성적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식품그룹에서 출발한 CJ그룹이 콘텐츠 사업에서 성공하게 된 데는 이 부회장의 개척자적인 성향과 함께 감성적 스타일도 크게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워커홀릭으로도 알려진 이 부회장은 새벽까지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 술자리를 제안하기도 했고 “회사 일은 깨끗이 잊고 재미있게 놀자”며 스스럼없이 술자리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늘 새로운 것을 개척하기 위해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이렇듯 전통성을 거부하고 늘 혁신과 변형을 추구하는 이 부회장의 외적 요소 이미지 키워드는 ‘독창적’으로 나타났다. 155cm에 근접한 작고 가녀린 체구에 부드럽고 애교 섞인 말투를 쓰는 이 부회장은 늘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정장스타일을 거부하고 앞서 나가는 패션 트렌드인 ‘아방가르드’식 스타일을 즐긴다. 과한 듯 느껴지는 진한 메이크업, 염색을 하고 크게 부풀린 헤어스타일, 화려한 액세서리들이 눈에 띈다. 블랙 컬러의 하이웨이스트 원피스나 롱스커트에 볼레로를 매치한 의상을 입고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재벌 3세라기보다는 연륜 있는 패션 디자이너 혹은 헤어샵 원장님을 연상케 한다.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헤어와 옷을 즐겨 입는 이미경 부회장은 잘 웃는 인상과는 다르게 방어적인 행동 언어를 가지고 있다. 표정과 행동 언어의 불일치는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어렵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CJ그룹)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헤어와 옷을 즐겨 입는 이미경 부회장은 잘 웃는 인상과는 다르게 방어적인 행동 언어를 가지고 있다. 표정과 행동 언어의 불일치는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어렵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CJ그룹)

20대 때부터 CMT라는 유전성 신경 질환을 앓아 온 이 부회장의 행동 언어 키워드는 ‘방어적’으로 나타났다. CMT는 염색체의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근육 약화 및 위축, 균형감각 상실, 신경감각 손실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보통 40세 이후 다리가 가늘어지며 근력 장애가 생기고, 심하면 보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삼성家 사람들 중에서도 이 부회장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박수를 치는 등의 손짓 언어가 부자연스럽다. 또 팔짱을 끼거나 손을 감추려는 듯한 행동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팔짱을 끼는 행동 언어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자세다. 이러한 행동은 상대에게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며 상대방은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와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필요

‘말로 숨기는 것을 몸이 말한다’라는 말이 있다.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유명인들이 언론 노출을 꺼려하면 꺼려할수록, 사생활을 숨기면 숨길수록 사람들은 더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를 가두며 언론을 꺼려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사람들은 그의 지병에 관심이 더 커질 것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그룹을 맡은 지 17년 동안 15배 성장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이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성장이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은 영화 ‘기생충’은 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이 부회장이 꼽힌다.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결과로 보인다. 경영 복귀와 함께 이 부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행동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동안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행동 이미지를 주로 보여줬다면 이제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류 문화를 전세계에 알린 일등공신 여성 CEO’라는 네이밍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PI(Personal Identity)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과 소통 잘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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