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대표는 ‘IT업계 최초의 유리 천장을 깬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일에 대한 높은 열정과 성과 잘 내는 최고의 실무자로 네이버가 국내 1위 인터넷 회사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페이와 동영상 플랫폼의 성과는 한성숙 대표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 내부에서도 높은 신임을 받았고 이러한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아 2017년 3월 네이버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됐다.

네이버는 전통적인 대기업과 달리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업무별 주요 리더가 있고 필요에 따라 직급 상관없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식의 경영구조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수장인 한 대표의 말과 행동 그리고 보여지는 이미지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젊은 기업을 대표한다는 이미지를 찾기 쉽지 않다. 오히려 취임 이후, 그 동안 잘 알려진 한 대표의 업무 추진력은 잊혀지고 대표로서의 경영 능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6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라는 초라한 성적표도 받았다. 노조에서는 소통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표출했고, 최근 시스템 오류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통은 리더십의 기본이다. ‘소통 리더십 부재’의 이미지는 기업 전체 브랜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대표는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실무자적 태도와 실무형 경영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여성 CEO에 어울리는 이미지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스피치는 능숙하지만

실무자에서 대표가 된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공식석상에서 보여진 모습은 많지 않으나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에서 자체 분석한 ‘언론 매체를 통해 본 이미지 요소 분석’에 따르면 한 대표의 이미지 키워드는 ‘무표정, 단조로운, 디테일한’으로 나타났다.  

한성숙 대표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한성숙 대표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먼저 한 대표의 행동 언어 키워드는 ‘무표정’이다. 한 대표는 기자 출신답게 어떤 질문에도 쉽게 답변할 수 있는 능숙한 스피치 능력과 늘 메모를 하는 습관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커넥트 2019 컨퍼런스’ 키노트 스피치에서도 뛰어난 언변을 유감없이 보여줬으며 기자간담회 시 질의응답 할 때도 실무형 경영자답게 차분하고 조리 있게 말을 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표정의 변함없는 자세와 낮은 목소리 톤, 높낮이가 없는 어조는 뛰어난 언변의 장점을 상쇄하고 지루함마저 느끼게 만드는데 문제는 이로 인해 최고경영자로서 보여줘야 할 카리스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말의 내용보다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부족함은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의원의 날 선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 톤과 흐트러짐 없는 발언까지는 좋았으나 역시 무표정과 시선처리는 문제였다. 

지난해 10월 ‘커넥트 2019’ 컨퍼런스에서 시종일관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스피치 하는 한성숙 대표. 대중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주는 행동 언어를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진=네이버)
지난해 10월 ‘커넥트 2019’ 컨퍼런스에서 시종일관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스피치 하는 한성숙 대표. 대중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주는 행동 언어를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진=네이버)

외적 요소의 키워드는 행동 언어 키워드와 거의 비슷한 의미의 ‘단조로운’이다. 한 대표의 이미지를 색으로 비유하자면 색깔이 거의 없는 흰색 아니면 검은색인 무채색과 같다. 실제로 공식석상에서 입고 나온 의상은 검정색 자켓에 스카프를 맨 모습으로 변함없이 한결같다. 업무가 막중해서인지 아니면 실용적인 성향 때문인지 헤어스타일과 패션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지만 남성들이 주류인 IT업계 관련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행사 사진에서 보여지듯 한 대표의 외모는 눈에 훨씬 더 띌 수밖에 없다. 수수한 헤어스타일, 옷차림 그리고 외양만 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수장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 대표는 열정적이면서도 ‘디테일’한 내적 요인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취임 후 한 대표가 처음 한 일은 사장실의 위치를 바꾼 일이다. 맨 꼭대기 바로 아래층인 26층에서 15층으로 옮겼다. 저층부와 고층부에 있는 직원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사무실 내부도 최대한 소탈하게 꾸몄다. 한 대표는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스타일이지만 부하 직원들에게는 관대한 상사로 고민 상담도 잘 해주는 ‘왕언니’로 불린다. 또 본인 스스로도 얘기하듯 여성 특유의 디테일한 감각과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능력 그리고 작은 목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스몰 비즈니스에 기반을 둔 소상공인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꽃’은 여성적인 섬세함이 묻어난 한 대표의 대표 업적이다. 

말만큼이나 행동 이미지에도 프라이드가 느껴지도록 해야

한성숙 대표는 실무형 경영자답게 차분하고 조리 있게 말을 잘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변함없는 자세와 어투, 단조로운 패션은 그가 가진 언변의 장점을 상쇄하고 지루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를 대표하는 여성 CEO에 어울리는 이미지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실무형 경영자답게 차분하고 조리 있게 말을 잘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변함없는 자세와 어투, 단조로운 패션은 그가 가진 언변의 장점을 상쇄하고 지루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를 대표하는 여성 CEO에 어울리는 이미지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네이버)

한 대표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인공지능, 모빌리티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네이버가 갖고 있는 ‘본질에 집중한다’는 말을 여러 번 사용했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와 자신의 일에 있어서 높은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구사하는 말만큼이나 보여지는 행동 이미지에서는 그 프라이드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감 있고 세련된 제스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행동 언어(바디랭귀지)도 하나의 언어다. 지금까지 시종일관 같은 옷, 같은 말, 같은 자세였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는 강조하는 제스처를 하는 등 행동 언어를 통해 좀 더 생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행동 언어를 가장 잘 구사했던 CEO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社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그는 다양한 몸짓과 손짓으로 대중들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손바닥을 관중을 향해 펴 보이는 손짓이 대표적인데 이는 자신의 말이 신뢰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성숙 대표는 말을 잘한다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TPO에 맞는 의상과 생동감 있는 행동 언어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이미지 전략을 통해실무자의 이미지를 벗어나 국내 대표 여성 CEO에 걸맞는 행동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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