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맞았다. 정몽구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자 현대家 3세 경영인 정의선 부회장이 2018년 9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 3월 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함으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수장이 됐다. 정몽구 회장이 2017년부터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 그리고 최근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진이 꾸려진 점 등을 두고 업계 또한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뒤 선으로 물러나고 사실상 ‘정의선의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전 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내 인사제도 개편 등 조직문화 혁신에 지대한 공을 기울이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 재정비를 위해 유럽, 인도, 중국, 미국 등 거의 한 달에 한번은 해외출장을 가는 등 해외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본인의 이미지 요소가 그가 강조하는 ‘혁신’ ‘젊음’과는 맞지 않아 

정의선 부회장이 ‘혁신’과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그룹 내에서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의 현대차그룹이 복잡한 직급체계에다 보수적이면서도 남성적 이미지가 유독 강했던 회사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정 부회장의 파격적인 조직문화 혁신은 업계의 주목을 끌기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와는 달리 정작 정 부회장 본인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그가 강조하는 혁신의 의미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과 젊음을 주도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표정이 주는 이미지는 딱딱하고 웃음기 없는 모습이다. 또 복장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나 표정은 여전히 웃음기가 없고 강하고 날카로운 눈빛이다. 모두들 웃고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혼자 입을 꽉 다물고 있는 표정에서는 차가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즉 이미지 구성 요소 중에서 행동 언어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수장이 된 정의선 부회장은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표정과 반백의 헤어스타일 등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정 부회장이 추구하는 젊음, 파격,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준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수장이 된 정의선 부회장은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표정과 반백의 헤어스타일 등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정 부회장이 추구하는 젊음, 파격,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준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017년 6월 소형 SUV 코나(KONA) 출시 행사에서 정 부회장은 청바지와 흰 티셔츠로 등장해 현대자동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다수의 매체들로부터 받았다. 특히 포브스는 “수년 뒤에 현대차가 혁신 전략에 성공한다면 이 티셔츠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이렇듯 그는 TPO에 맞는 이미지를 잘 연출함으로써 자유분방하면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인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정 부회장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한결같이 딱딱했다. 이는 젊음과 혁신을 주도한다는 말과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불일치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반쪽 눈썹은 오히려 차갑고 무서운 이미지로 보여지며, 검은 머리와 흰머리의 경계가 뚜렷한 헤어스타일은 ‘젊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여지게 한다.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의 ‘언론 매체에 나타난 정의선 부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정부회장의 대표적 이미지 키워드는 ‘딱딱한’ ‘소박한’, ‘투박한’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부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정의선 부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공식석상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외에 보여지는 정 부회장의 내적 요소는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정 부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한다. 또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땐 아버지보다 절대 앞서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언급을 하면 “아버지가 살아 계신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느냐”며 다소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 가풍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으며 재벌 3세답지 않게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평이다. 

평소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으며 항상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하는 아침형 CEO로 알려져 있는 반면 딸 바보이자 애처가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면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는 등 가족적인 면 그리고 2005년부터 15년째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으며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는 점 등에서 정 부회장의 세심함과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의 외적 요소는 양 옆으로 올라간 눈매와 늘 예리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차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자리에서도 현대차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보여지는 신중한 눈빛은 다소 날카롭게 보이지만 그만큼 실력과 자신감 넘치는 듯한 비언어를 보여주면서 단단함과 스마트한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2018 CES 컨퍼런스 직후에 기자들에게 에워싸여 많은 질문세례를 받았을 당시 영상을 살펴보면 난처해하거나 긴장한 여력이 전혀 없이 차분하고 신중하게 하나 하나 대답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해외 기자의 다소 직접적인 질문에도 유창한 영어로 유연하게 답변하는 모습에서는 신중하고 예리한 경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와 경영 철학에 맞는 감각적인 대표 이미지가 수립돼야

정 부회장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호평이 많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2006년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의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사장)은 2007년 인터뷰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매우 열려있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편이고 이와 관련하여 자주 대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경제전문 니케이아시안리뷰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가 직면한 도전들을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지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고 고객친화적 접근방식을 보유한 인물이라는 점을 리더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정의선 부회장은 근무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시행하거나 스타급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대대적으로 현대차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젊고 세련된 ‘디자인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대와는 다른 좀더 감각적이고 젊은 대표 이미지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은 근무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시행하거나 스타급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대대적으로 현대차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젊고 세련된 ‘디자인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대와는 다른 좀더 감각적이고 젊은 대표 이미지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부친인 정몽구 회장은 ‘현장경영’이라는 철학에 맞춰 PI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언론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대부분 작업 점퍼와 작업모 차림이었고 그런 모습으로 생산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하는 그의 말과 잘 부합됐다. 그래서 정 회장의 경우 외적 요소가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 뚝심이라는 긍정 이미지까지 끌어 냈다. 그러나 부친 때와는 달라진 시대와 회사의 상황, 무엇보다 확연히 다른 두 리더의 생김새와성장 배경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우직, 뚝심, 촌스러움으로 대변되던 현대차 리더의 PI 전략은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혁신과 젊음을 추구해 온 정 부회장에게 ‘투박하다,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더 굳어지기 전에 시대와 경영철학에 맞는 좀더 감각적인 대표 이미지가 수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3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취임, 사실상 그룹의 수장이 됨으로서 정의선 부회장을 우리나라 10대 CEO 현대자동차편에 추가로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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