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2월 21일, 국빈 방한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롯데월드타워로 초대해 친교 만찬을 가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총리에게 한국의 현대 모습을 보여주고자 이 곳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초청해 청와대가 아닌 곳에서 친교 만찬을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듯 롯데의 심장부인 롯데월드타워가 '한국 발전의 상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일본기업입니까?”는 롯데에게 따라붙는 단골질문이다. 

이는 기업과 기업 총수의 탄생 배경이 주된 이유라 볼 수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업입니다” 라는 짧은 대답조차 한국인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 총수의 어눌한 한국어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말보다 일본말에 더 익숙한 신동빈 회장은 국민들에게 ‘일본인’으로 보이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이미지 키워드

이를 증명하듯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신동빈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에 따르면 신 회장의 대표적 이미지 키워드는 ‘외골수, 일본인스러운’이다. 포털에서도 ‘일본사람이 한국말 잘 하네’ 혹은 ‘한국 기업에 일본인 사장’ 이라는 냉소적 반응과 “한국에서 산 지 30년 된 사람의 한국어 수준이 왜 저런가” 라며 신 회장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내용이 많다. 이렇게 신 회장의 이미지는 ‘롯데=일본기업’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져 한, 일 갈등이 불거질 때면 불매운동도 벌어지는 등 그룹의 이미지와 매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롯데한국지주사를 설립해 일본기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노력에도 불구, 신 회장의 국적 정체성은 늘 갑론을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신동빈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신동빈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빈틈없는 흑발에 2:8 가르마 헤어스타일, 흰 피부, 훤한 이마 등으로 ‘정갈해 보이는’ 이미지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에게서 흔히 연상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빈틈없는 흑발에 2:8 가르마 헤어스타일, 흰 피부, 훤한 이마 등으로 ‘정갈해 보이는’ 이미지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에게서 흔히 연상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사진=롯데)

신 회장의 외적요소 이미지 키워드는 ‘외골수’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일본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구성요소 중 하나이기도 한데 신 회장의 단정한 차림새, 다부진 체격의 외모와 맞물려 그를 일본인스럽게 보이게 한다. 180cm 장신에 비해 목이 짧고 가슴팍이 두터워 ‘짧고 굵은’ 느낌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늘 넥타이를 야무지게 조여 올려 매 답답해 보이는 모습은 외골수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또 빈틈없는 흑발에 2:8 가르마 헤어스타일, 흰 피부, 훤한 이마, 가지런한 치아 등은 정갈해 보이는데 ‘정갈’이란 키워드 역시 일본인들에게서 흔히 연상되는 이미지다. 여기에 부리부리하고 짙은 삼백안의 눈매는 그를 강단 있어 보이게 하고, 수시로 눈을 꽉 감고 입술을 앙 다무는 표정은 외부의 메시지를 차단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내적요소의 이미지 키워드는 ‘일본인스러운’이다. 이는 신 회장의 개인 스토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의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그의 출생지 역시 일본이다. 반은 일본인의 피가 섞였고 일본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행동이나 말투가 왠지 ‘일본인스럽다’는 것이고, 조곤조곤한 태도와 머뭇거림 등의 조심스러운 행동들이 일본인 특유의 예의 바름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동 시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이면 서툰 한국어 때문인지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점과 공개 석상에서 입술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무는 모습에서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고, 설 가족모임 초대를 비롯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내는 화해의 손짓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일절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은 가족 간 갈등에 민감한 우리나라 국민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는 일본인 마인드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도 신 회장을 일본인스럽게 느끼게 하는 부분은 행동언어 중에서 스피치이다. 그의 음색은 울림 있고 묵직한 중저음으로 안정감이 있어 마치 성우 같다고 느껴질 만큼 깔끔하다는 장점을 가졌으나 어눌한 한국어 구사력과 일본인 특유의 발음 때문에 일본인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묵직한 울림과 안정감 있는 중저음의 음색이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구사력이 어눌하고 일본인 특유의 발음이 있어 ‘한국말 좀 하는’ 일본인처럼 느껴진다. (사진=롯데)
신동빈 회장은 묵직한 울림과 안정감 있는 중저음의 음색이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구사력이 어눌하고 일본인 특유의 발음이 있어 ‘한국말 좀 하는’ 일본인처럼 느껴진다. (사진=롯데)

지난 2015년 채널A가 신 회장을 희화화했다고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유인 즉,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직후 신 회장의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전하면서 그의 발언을 ‘~므니다’와 같은 일본식 말투로 자막 표기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본 시청자들은 ”끝까지 듣기 힘들 지경이며 메시지는 없고 신 회장의 ‘웃긴 발음’만 남는다”, “억양과 띄어 읽기가 엉망이라 전문을 찾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등의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그가 읽어 내려간 “죄송합니다”란 말은 ‘목소리에 감정이 없어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로 연결되었다. 또한, 미국에서 유학하고 영국에서 사회 초년을 보낸 탓인지 ‘간파’의 ‘파’나 ‘회사’의 ‘회’등을 영어 F발음으로 구사하는 것 역시 그를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됐다.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국적 정체성 논란 리스크

한국 기업이며 한국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체성을 확인시켜야 하는 롯데의 상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선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에겐 신동빈 회장보다 일본인의 정서가 많이 묻어나진 않았다. 롯데가 향후에도 계속 안고 가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정체성 논란의 리스크다.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은 ‘생존을 위해 기존 틀을 무너뜨릴 혁신이 필요하다’며 5년간 50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7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롯데지주가 출범한 뒤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고 유통과 화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한다. 그리고 지난 3월 4일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이례적으로 직원들과 “김치~” 하며 셀카를 찍었다. 편안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나라 안과 밖에서 친 국민적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뉴롯데’라는 혁신 프로젝트 안에 총수의 전략적 PI커뮤니케이션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 대응방안 없이 구내식당에서 셀카 몇 번 찍는다고 갑자기 정체성이 확립되거나 호감도가 상승하진 않으니 말이다.

국내 대기업의 총수가 국민들과의 소통을 일체 단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 회장의 경우 스피치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처럼 특수한 경우, 반드시 전략적 PI시스템을 갖춰 정확하게 PI진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차별적 프로세스를 도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조롱자막’ 이라고 희화화되는 총수의 이미지 관리에 좀더 체계적인 대안을 세워야 개인 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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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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