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올해 유료방송 시장은 조용했던 전년과 달리 이슈가 많았다. 올해 유료 방송 키워드는 바로 합산 규제와 통신사의 케이블TV M&A(인수합병)다. LG유플러스가 추진 중인 CJ헬로 M&A의 경우 양사 간의 합의가 끝나면서 (주)LG의 재가(승인)만 남은 상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 발표는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두 회사가 인수합병을 발표하고 정부 승인을 위해 절차를 밟을 경우 SK텔레콤이나 KT등 다른 통신사도 다른 케이블 TV 업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바로 유료 방송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KT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 TV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딜라이브 실사를 마쳤다.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합산 규제 일몰 전에는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 인수 합병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규제 일몰로 가능해진 상황이다. 합산 규제란 케이블 TV와 IPTV(통신사) 및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 등의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 사실상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지난 2015년 6월 3년 일몰을 조건으로 합산 규제가 시행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합산 규제에 대해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결국 일몰됐다.

비난에 직면하자 과방위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빨리 내기로 했는데, 과방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다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산규제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합산규제 재도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KT계열의 딜라이브 인수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데,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 발표 이후 입장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현재 KT측과 딜라이브는 어느 정도 가격에 대해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딜라이브의 자회사인 IHQ와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변수다. KT측이 IHQ와 큐브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KT계열의 입장에서는 합산 규제가 일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M&A 추진을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실상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추진...발표 내년 상반기 유력

LG유플러스 CJ헬로 두 회사는 M&A(인수합병)에 대한 조건에 올해 하반기 합의를 마쳤다. LG유플러스의 지주사인 (주)LG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는데 LG유플러스가 (주)LG를 설득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고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것이 유력하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대주주인 CJENM(예전 CJ오쇼핑)으로부터 53.92%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합의한 금액은 9000억원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CJ헬로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3.02%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KT로 20.67%, 2위는 SK브로드밴드로 13.97%다. LG유플러스는 11.41%로 4위, KT스카이라이프는 10.19%로 5위다. 만약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해 합병할 경우 시장 점유율은 24.43%로 KT를 넘어선다.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CJ헬로)은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 30.86%)을 바짝 뒤쫓게 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MNO 3위 사업자이고,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승인 불가 조건이면 모든 사업자의 유료방송 M&A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은 정부 당국이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KT나 KT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이나 SK브로드밴드 등은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할 것이 매우 유력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의 정황상 CJ헬로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며 “시장의 예상보다 성사 시점에 지연은 있으나 성사 가능성에 대해 의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 이후의 전략 수립에 대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합병 추진 소식에 KT도 딜라이브 실사 나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KT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인수주체로 하는 딜라이브 M&A 검토에 들어갔고 최근 실사를 마쳤다.

실사는 일반 실사와 세부 실사(법률실사, 회계실사, 세무실사, 컨설팅실사 등)로 나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를 예로 들어 설명할 경우 일반적으로 집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이 실사라면, 세부 실사는 전문가들을 불러 파이프에 녹이 슬었는지 등을 꼼꼼히 보는 것”이라며 “KT는 집을 단순히 본 것인데, 이를 통해 바로 아파트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KT가 딜라이브 실사를 진행했다고 해서 반드시 M&A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실사는 하루에도 수 차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사를 마쳤다고 인수합병이 반드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합병 발표를 할 경우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인수 대상으로 가입자 규모나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를 고려해보면 딜라이브만한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SK텔레콤이나 SK브로드밴드 역시 바로 인수합병 대상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두 통신사가 합병을 통해 가입자를 대폭 늘렸는데, 한 사업자가 가만히 있을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의 케이블TV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증권가에서 존재한다. 3년 전, SK텔레콤은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을 인수할 때 가입자당 가격을 약 45만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인데 일단 양사는 가입자당 가격을 약 40만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CJ헬로의 가입자당 적정 가격을 30만원~35만원으로 판단한다. MNO(이동통신) 가입자당 가치가 20만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유료방송 가입자당 가치가 20만원보다 훨씬 더 낮다고 주장한다. 다만, 딜라이브의 경우 CJ헬로 가입자보다 ARPU가 높기 때문에 가입자당 1인당 가치가 CJ헬로보다 높을 것이 확실시 된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케이블TV업계 주가는 M&A가치를 감안해 글로벌 케이블TV 업계와 비교해 높은 수준의 PER(현재 시장에서 매매되는 특정회사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기록 중”이라며 “현재 통용되는 가입자 1인당 가치는 이렇게 고평가된 주가를 기반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실제 가치 이상으로 높게 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표=유안타증권
표=유안타증권

정부, 합산규제에 사실상 반대 입장...KT의 딜라이브 인수, 규제 문제는 없는 상황 

KT 또는 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등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합산규제가 지금처럼 일몰된 상태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 지난 2015년 합산규제가 도입될 때도 최재유 미래부 차관이 나서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는데, 이번에는 정부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합산규제의 재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앞으로 과방위는 합산규제에 대해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이나 여론을 수렴한 뒤 늦어도 내년 1월에 합산규제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과기정통부는 지난 달 27일 개최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현재 일몰된 합산규제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 의원들은 정부가 합산규제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법안 통과에 의지를 보일 경우 여당이 낸 법안일 경우라도, (우리는) 논의를 통해 통과시킬 의향이 있다”며 “합산규제 법안은 정부가 아무런 의견을 갖고 있지 않고, 국회에게 맡기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실상 하지 말자는 얘기다. 정부가 추진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3년 전,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에서 합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때 정부는 합산규제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이 직접 나서서 3년 일몰을 전제로 하는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뜻을 국회에 표명했다. 결국 합산 규제 법안은 3년 일몰로 국회에서 통과돼 2015년 시행됐다. 김용수 전 과기정통부 2차관의 경우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반대의 뜻을 갖고 있었다.

현재 민원기 2차관 역시 합산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민원기 차관은 지난 달 27일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합산규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없고 특별히 EU가 여러 나라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바람직 하지 않은 규제라고 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시장 안에서 구조조정들이 계속 이뤄지려면 이런 제한(규제) 자체가 구조조정을 막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문가 집단을 모아서 의견을 모았었는데 그 안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나뉘었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결론은 일몰은 하는 게 맞겠다. 일몰을 하되 안전장치를 좀 두자라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고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KT계열의 입장에서 규제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합병 발표를 할 경우 곧바로 딜라이브 인수 합병 추진 소식을 알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내년의 유료방송 최대 키워드는 이통사의 케이블TV 인수합병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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