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2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합산규제 법안의 3년 효력이 일몰됐기 때문에 그 이후 발의된 방송법과 IPTV법 개정안을 통해 2년 연장하자는 내용인데 이날 결론을 내릴 것이 유력하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년 전과 달리 합산규제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데다가 과방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 KT 화재 관련 현안 보고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일부 발언이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변수가 생겼다. 법안소위 특성상 한명만 반대해도 법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황 회장의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이례적으로 여야 모두 합심해 청문회 통과를 바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괘씸죄’로 법안 통과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KT에게 불리한 합산규제를 연장할 가능성이 생겼다.

17일 국회 과방위에 따르면, 과방위는 오는 22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따른 찬반 의견을 외부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래 법안소위 이전에 공청회를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법안소위 당일(22일) 회의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기업계열(KT+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2015년 6월 합산 규제가 시행될 때 3년 일몰을 조건으로 만들어졌고, 올해 상반기 일몰을 앞두고 합산규제를 연장할 지 폐지할 지 논의가 진행돼야 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합산 규제가 일몰되자 그동안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던 국회에 대해 비판이 이뤄졌고 일몰 후 추혜선 의원, 김석기 의원 등이 합산 규제 연장 또는 재도입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다.

황창규(오른쪽) KT 회장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황창규(오른쪽) KT 회장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합산규제 연장은 정부-공정위 모두 반대...'그러나, 국회의원!'

합산규제 재연장에 대해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대하는 상황이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11월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합산규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없고 특별히 EU가 여러 나라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바람직 하지 않은 규제라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시장 안에서 구조조정들이 계속 이뤄지려면 이런 제한(규제) 자체가 구조조정을 막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문가 집단을 모아서 의견을 모았었는데 그 안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나뉘었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결론은 일몰은 하는 게 맞겠다. 일몰을 하되 안전장치를 좀 두자라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고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공정위는 합산규제가 사업자의 영업활동 및 경쟁을 제한하므로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공정위도 사후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다. 공정위는 시장점유율은 사업자간 경쟁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제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지만 KT계열의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은 사후 규제를 통해 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안 통과 결정권을 가진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의 의견이다. 법안소위는 과방위 1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동의해야 법안이 통과된다. 다시 말해, 법안소위 의원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안된다.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반대했던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나머지 의원들이 합산규제 연장에 찬성할 경우 자신은 끝까지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스팅보트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간사가 갖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합산규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KT 화재 현안 보고에서 황 회장의 발언으로 인해 과방위 의원 모두가 KT에게 격분한 상황에서 김성태 의원이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렸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황 회장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국회 과방위 회의에서 KT가 원래 저런 기업이었냐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예정되지 않았던 청문회까지 개최된 만큼 합산규제 역시 통과될 가능성이 생겼다. 일단 22일 법안소위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화재가 난 아현국사에 대해 C등급 상향 신고를 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과방위 의원들의 지적에 황 회장은 “아현국사에서 C등급으로 상향하는 것을 4년간 준비했다. 최근 사고가 났는데, 이게 이중화 등 이원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C등급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황 회장의 발언에 과방위 위원들은 책임회피라며 질타를 쏟아냈다. 노웅래 위원장은 “황 회장 답변을 들으니 책임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KT 화재는 통신시설 등급 축소 조작이 있어 불법행위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사진=KT스카이라이프
사진=KT스카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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