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회의원 감투를 쓰면 앞이 제대로 안보이는 걸까. 아니면 권력에 취하는 걸까. 최근 ICT 업계의 논란 중 하나인 합산규제를 두고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정부의 의견과는 달리, 이른바 민간기업 수장(황창규 KT회장)의 ‘태도’를 꼬투리 잡아 법안을 좌지우지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금빼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1월에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던 유료방송 합산 규제가 2월에 임시국회에서 대체 입법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 회의를 통해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합산 규제에 관련된 안을 마련해오라고 주문했다. 심지어 이날 회의에서는 KT의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분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합산 규제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내왔던 과기정통부는 이제 다음 달까지 합산 규제에 대한 대체 방안이나 법안을 마련해 와야 한다. 지난 2015년 6월 시행돼, 지난해 6월 일몰된 합산 규제는 다른 법안으로 대체되는 등 어떤 방식이든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 내부에서 합산 규제 2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과방위 법안 소위가 끝나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방위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안소위에서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합산규제는 KT 스카이라이프가 분리되기 전에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KT스카이라이프 분리가 전제된다면 합산규제는 필요없다는 것이 위원들 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2월 국회에서 합산규제 재입법과 관련해 논의를 더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영화된 이후 KT가 보편적인 서비스나 공공성을 대비한 기능을 하기보다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는 것에 대한 위원들 간의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공공성이 중요한데 KT 자회사로 있지 않고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오늘 회의에서 나온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22일 과방위 법안소위는 비공개로 열렸다
22일 과방위 법안소위는 비공개로 열렸다

국회의원 "KT 스카이라이프 분리해라"...민간기업 대상 도 넘은 갑질?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를 KT에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KT가 민간 기업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 국회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김성태 의원의 기자 대상 발언은 본인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명확한 것은 과기정통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이날 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서 방안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안소위 논의는 합산규제 도입 찬성 측에서 주장한 위성방송 공적 책무가 주로 논의됐다. 위성방송은 난시청 해소와 통일 대비 방송서비스 구축 등 공적책무를 갖지만 법안소위에서는 KT가 공적책무 수행이 아닌, 단순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 분리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딜라이브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여러 의원이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합산 규제에 대한 과제는 법안이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기정통부가 갖게 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KT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0.67%로 1위, 2위는 SK브로드밴드로 13.97%다. 3위는 CJ헬로로 13.02%, LG유플러스는 11.41%로 4위, KT스카이라이프는 10.19%로 5위다. 만약 LG유플러스가 올해 상반기에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두 회사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24.43%로 KT를 넘어선다.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CJ헬로)은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 30.86%)을 바짝 뒤쫓게 된다. 합산규제가 일몰된 현재 KT 또는 KT스카이라이프는 딜라이브(6.45%)를 인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될 경우 KT 계열은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가 없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난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민원기 과기정통부 차관이 합산 규제 도입을 반대했고, 일몰된 상태에서 재도입에 대한 국회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에 1월 논의를 통해 일몰을 유지하는 것이 유력한 상태였다”며 “지난 16일 KT 화재 때 황창규 회장이 국회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했고 의원 일부는 국회 모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2월 임시국회에서 합산 규제든 대체 법안이든 어떤 식으로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표=과기정통부
표=과기정통부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