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그동안 한국 유료 방송(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다한 경쟁’이었다. 유료 방송 업계에서의 경쟁 심화로 제대로 된 수익 구조가 안착하지 못하면서, 유료 방송 산업의 발전 과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19년부터 시작될 한국 케이블TV 사업자 중심의 구조조정(M&A, 인수합병)은 한국 유료방송 시장 정상화의 첫 단계라는 분석이 나왔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가능성이 매우 높고, 티브로드와 딜라이브는 각각 SK텔레콤과 KT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열렸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상반기안에 케이블TV(CJ헬로)의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M&A 협상에 대한 조건에 합의했지만 LG유플러스의 지주사인 (주)LG의 재가(승인)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의 입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안에 승인을 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M&A 발표가 내년 3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대주주인 CJENM(예전 CJ오쇼핑)으로부터 53.92%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합의한 금액은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의 정황상 CJ헬로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며 “시장의 예상보다 성사 시점에 지연은 있으나 성사 가능성에 대해 의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 이후의 전략 수립에 대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내년 상반기 안에 인수합병을 발표하고 정부 승인을 위해 절차를 밟을 경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나 KT(KT스카이라이프)등 다른 통신사도 다른 케이블 TV 업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바로 유료 방송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KT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 TV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딜라이브 실사를 마쳤다.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합산 규제 일몰 전에는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 인수 합병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규제 일몰로 가능해진 상황이다. 즉, 2019년은 미디어 M&A 빅뱅과 유료방송 구조조정의 원년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유료방송 업계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질적 성장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유료방송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재평가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의 ‘통신서비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방송 M&A를 통한 기업 가치 향상의 핵심은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 상승이다. 다시 말해 가격(요금) 탄력성을 낮추는 것이 목표이고, 통신사들은 케이블TV M&A가 이뤄지면 가입자의 ARPU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가격 파괴를 주도하는 주체(사업자)가 사라지게 되면, 가격은 정상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실제로 케이블TV 사업자의 공식 요금은 통신 사업자(IPTV)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제공되고 있다. 프로모션을 통해 3개월~6개월 요금 무료 혜택까지 주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IPTV 에 비해 케이블TV 요금제는 50% 가까이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케이블TV 사업자의 ARPU는 IPTV 사업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사업자의 방송수신료 매출액 기준 ARPU는 3000원~5000원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2014년 이후 ARPU가 하락하는 중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3사의 IPTV 영업이익은 2100억원 수준(2017년 기준)이다. 여기에 PER(현재 시장에서 매매되는 특정회사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15배수를 적용 시, 시가총액에 대한 기여분은 3조원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18년 영업이익은 44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확대 및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이 더해진 영향이다.

Consolidation(통합) 효과(ARPU 상승&마케팅 비용 감소)가 나타나면, 기대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높아진다. 이 경우 시가총액에 대한 기여는 25조원(PER 15배)으로 높아진다. 최 애널리스트는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5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모두 인수하는 비용은 6~7조원으로 추산된다. 인수 비용을 감안해도, Consolidation 이후 통신업의 시가 총액 증가분은 50%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분석한다.

케이블TV의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 통신 업계에 대한 투자 프레임이 확장될 것으로 증권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통신 업계에 대한 평가는 이동전화(MNO) 산업에 한정된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점이 있었다. 이동전화 규제, 이동전화 ARPU, 이동전화 마케팅 비용에 한정됐다. 가장 큰 이유는 이동전화 매출의 편중도 (65%, 별도 매출액 기준)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IPTV, 기업사업의 매출 비중은 각각 7~10%대로 넥스트(Next) 이동전화의 부재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료방송 구조조정을 통해 유료방송 관련 매출액이 12조원 대로 커지게 되면, 이동전화 매출 비중은 53%, 유료방송 매출 비중은 25%대로 변화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기여도는 더욱 큰 변화가 기대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17년, 2018년 기준 유료방송의 영업이익 기여는 각각 7%, 1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료방송 구조조정 이후 영업이익 기여는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는 ‘2019 연간전망 통신 서비스 보고서’를 통해 “고착화되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점유율은 업계의 지각변동을 유도할 수 있다. 이미 방송사업 간에 M&A가 시도됐던 바 있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시간 격차를 두고 도미노 현상처럼 M&A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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