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인수주체로 하는 딜라이브 M&A(인수합병)를 검토 중인 가운데, 최근 실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딜라이브의 인수가격을 8000억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딜라이브는 최소 1조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20.21%, KT스카이라이프는 10.33%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산할 경우 30.54%다. 합산규제가 지난 6월에 일몰된 상황에서 KT계열이 먼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합병을 확정할 경우 이를 진행 또는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M&A를 전제로 한 딜라이브의 매각 가격, 또는 딜라이브 및 CJ헬로의 가입자당 가치(가격)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IB(투자은행)업계 및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KT계열은 실사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 가치를 8000억원으로 보고 있지만 딜라이브는 적어도 1조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너무나 분명해서 2000억원 수준의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실사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KT 또는 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를 인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사는 일반 실사와 세부 실사(법률실사, 회계실사, 세무실사, 컨설팅실사 등)로 나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를 예로 들어 설명할 경우 일반적으로 집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이 실사라면, 세부 실사는 전문가들을 불러 파이프에 녹이 슬었는지 등을 꼼꼼히 보는 것”이라며 “KT는 집을 단순히 본 것인데, 이를 통해 바로 아파트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KT가 딜라이브 실사를 진행했다고 해서 반드시 M&A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실사는 하루에도 수 차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딜라이브, CJ헬로와 달리 가입자 당 가치 판단 어렵다...'상장회사 아니기 때문' 

딜라이브는 CJ헬로처럼 상장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매각 가격의 근거인 주가나 시가 총액도 없고, 이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를 인수할 때는 가입자당 가치를 45만원으로 평가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는 “현재 LG유플러스가 CJ헬로 M&A를 추진하고 있는데, 예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때의 가입자당 45만원은 현재 협상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3년 전보다 CJ헬로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가입자 1인당 30만원~35만원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주식을 약 1만2000원의 가격으로 8.61% 매입했지만 7일 장 마감 기준 CJ헬로의 주식은 9350원이다. CJ헬로 기업 가치가 3년 전에 비해 확실히 하락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작년 가입자 매출액 기준 CJ헬로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8280원, 딜라이브의 ARPU는 8938원이다. 작년 방송사업매출액 기준 역시 CJ헬로 ARPU는 1만2777원, 딜라이브 ARPU는 1만3546원이다. 작년 방송수신료매출액 기준 CJ헬로 ARPU는 4601원, 딜라이브 ARPU는 4798원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케이블TV업체마다 가입자당 가치는 같을 수가 없다”며 “딜라이브가 CJ헬로보다 ARPU가 더 높기 때문에 가입자당 가치 역시 (CJ헬로에 비해) 올라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유안타증권
표=유안타증권

KT "딜라이브 가입자 1인당 41만원" vs 딜라이브 "가입자 1인당 51만원"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딜라이브의 가입자 수는 205만538명이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95.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KT가 딜라이브 인수 가치를 8000억원(95.3% 기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딜라이브의 기업 가치(100% 기준)는 약 8394억원이다. 이를 딜라이브의 가입자 수로 나누면 가입자 1인당 가치는 약 41만원이다. 즉, KT는 딜라이브의 가입자 1인당 가치를 41만원으로 보는 것이다.

딜라이브는 현재 매각가를 최소 1조원(95.3% 기준) 이상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100%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조493억원이다. 이를 딜라이브의 가입자 수인 205만538명으로 나누면 약 51만원이다. 다시 말해, 딜라이브는 자사의 가입자 1인당 가치를 약 51만원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딜라이브가 지난 4월 현대HCN에 서초방송을 매각할 때의 가입자 당 가치는 65만원이었기 때문에 딜라이브는 이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 후의 그림, 50% 상승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인지하는 수준보다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창출 능력이 괜찮다”며 “케이블 TV사업자의 멀티플을 8.5배로 적용하면 가입자당 가치는 적게는 46만원(CJ헬로), 많게는 57만원(딜라이브)로 산출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형자산 상각비를 에비타에서 감안하지 않더라도 인당 30만원~40만원 수준의 근거는 충분히 확보된다”며 “현금 흐름이 현 수준에서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가입자당 35만원 이상의 가치 적용은 전혀 무리가 없고, 가입자당 40만원 수준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케이블TV업계 주가는 M&A가치를 감안해 글로벌 케이블TV 업계와 비교해 높은 수준의 PER(현재 시장에서 매매되는 특정회사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기록 중”이라며 “현재 통용되는 가입자 1인당 가치는 이렇게 고평가된 주가를 기반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실제 가치 이상으로 높게 평가됐다”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지=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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