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프리다이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정확히 어떤 활동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앞에 붙은 '프리(free)'라는 단어 때문에 온갖 것을 떠올려봤다. 하지만 그 어떤 상상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프리다이빙은 최소한의 장비를 착용하거나, 혹은 아무런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무호흡 상태로 깊은 물 속을 탐험하는 스포츠다.

한여름에 새파란 수영장 앞에 서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수영장은 달랐다.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넓은 수영장과 그 풍경이 너무나도 익숙한 듯 태연한 사람들을 보자 떨리고 긴장될 뿐이었다.

김민정 여기어때 액큐.
김민정 여기어때 액큐.

몸통만 한 산소통을 메고 물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가는 사람들, 물에 들어가는 데 전혀 긴장감이 없는 어린이들, 수영 선수인가 싶었는데 물속으로 들어가자마자 현란한 싱크로나이즈 동작을 취하는 사람들까지. 초보자 티를 벗지 못한 채 쭈뼛거리며 강사님을 찾았더니 도톰한 수트가 내 앞에 불쑥 내밀어 졌다.

몸에 꼭 붙는 네오프렌 재질의 수트를 입자 수영장 안에 있는 스스로가 퍽 자연스러워졌다. 함께 체험 프리다이빙을 할 사람들과 둥그렇게 앉아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동작들이 이어지나 싶더니 평소 쓰지 않는 몸의 구석구석을 쭉쭉 늘리며 호흡을 함께하는 폐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평소보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초조함이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약간 마음이 편해진 상태로 스노클을 들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수심 5m는 바깥에서 들여다봤을 때 맨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깊이였다. 다행히도 입수하는 곳 근처에는 넓은 발판이 설치돼 있었다. 약간 흔들거리는 발판을 밟고 서서 프리다이빙의 첫 단계인 스태틱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태틱은 무호흡 상태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물 위에 떠 있는 활동이다. 그 자체로도 프리다이빙 종목이지만, 잠수 전 준비운동이기도 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엎드린 채 물 위에 떠서 프리다이빙 식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마지막 숨을 들이쉬고서 스노클을 빼고 그대로 머물면 된다.

공기 중에서 안전한 상태일 때 잠시 숨을 멈춰보자. 폐활량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깊이 숨을 들이쉰다고 하더라도 금방 얼굴이 새빨개지며 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평소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어려운데 물속에서 헤엄을 치면서 숨을 쉬지 않는다고? 물고기나 해녀가 아니니 1분을 넘기기가 힘들 거라고 제멋대로 단정지었다.

그러나 첫 스태틱 기록은 뜻밖에도 무척 놀라웠다. 일렁거리는 물을 바라보며 물속에서 울려 퍼지는 근원 모를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다 고개를 들었다. 2분 8초. 처음치고 나쁘지 않은 기록에 가장 놀란 건 스스로였다. 직접 물속에서 해 보니 예상보다 쉽게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 동안 얼굴을 담그고 있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일까? 물을 제법 무서워하는 편이었는데도 강습을 따라잡기가 수월했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귀에 느껴지는 압박감은 코를 잡고 숨을 세게 내쉬는 이퀄라이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이퀄라이징을 익히고 나니 물속을 어디든지 오갈 수 있었다. 수면에서 아무것도 안 한 채로 둥실둥실 떠다니거나, 곧장 수영장 바닥까지 잠수해 들어갔다가 떠오르거나, 5m 깊이의 수영장 바닥에 붙어서 이동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얼굴을 담그고 불안해하던 나는 어느새 사라졌고, 자유롭게 물속을 노니는 나만 남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고 체험 프리다이빙이 끝났다. 스노클을 벗고 풀 밖으로 나오는데, 물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무게가 한번에 나를 덮쳤다. 자유를 빼앗기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짧은 시간일 뿐이었지만 중력 대신 부력의 세계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속에서 움직였던 여파가 몰려왔다. 끝없는 피로감에 허우적거리면서도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성취감과 만족감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여기어때 액큐 김민정 씨가 프리다이빙을 하고 있다.(사진=여기어때)
여기어때 액큐 김민정 씨가 프리다이빙을 하고 있다.(사진=여기어때)

무호흡으로 물속에서 움직여야 하니 몸짓 하나하나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쓰며 1초까지도 소중히 여겨야 했다. 평소 이렇게나 자신의 몸짓과 시간을 귀하게 여긴 적이 있었나 싶었다. 물속을 헤엄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순간들이 찾아왔고,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까지도 어렴풋하게 알 수 있던 것이 경이로웠다.

일상에서 이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기억을 떠올려보려 해도 까마득하기만 하다면, 물속에서의 자유를 찾으러 가자. 숨을 참는 것과 무호흡의 차이를 안다는 것, 제법 기이한 경험이다. 단 한 시간의 체험만으로도 두고두고 돌이켜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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