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바쁜 여름이었다. 액티비티 큐레이터(액큐)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을 두고 천천히 달성하는 버킷리스트들을 전부 몰아서 해치웠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구르고, 날고, 미끄러지고, 떨어지고, 빠지면서 몸은 점점 튼튼해졌고 피부는 건강한 빛깔이 됐다. 온갖 액티비티들을 직접 경험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가을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겨울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 약간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직접 가꿔왔던 여기어때 앱을 둘러보니, 그동안 도전해보지 못했던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취득 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1박 2일이고, 가격이 가볍지는 않았으나 마침 위드이노베이션 직원 복지인 50만 포인트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속초로 떠나기로 했다.

스쿠버다이빙은 물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를 이용해 물속으로 잠수해 또 다른 세계를 즐기는 스포츠다. 장비를 이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물속에서의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자격 인증을 받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다. 보통은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단계까지 취득하게 되며, 그 이후로도 전문적인 다이빙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자격 인증 코스들이 준비돼 있다.

가장 첫 단계인 오픈워터 취득 과정은 1박 2일로 진행됐다. 제일 처음 해야 했던 것은 역시나 서약서 작성이었다. 숍에 도착해 모든 인원이 모이자마자 두 장의 종이에 서명했다. 안전상 문제에 대한 서약서와 자신의 컨디션 체크리스트였다. 다음으로는 교육이 이어졌다. 떠나기 전 온라인 교육을 먼저 들어둔 덕에 이해가 수월했다. 간단하지만 명료한 교육이 끝나고 나서는 드디어 숍 바깥으로 나갔다.

김민정 여기어때 액큐가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다.(사진=여기어때)
김민정 여기어때 액큐가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다.(사진=여기어때)

프리다이빙과 가장 달랐던 건 장비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조끼처럼 입는 부력조절기 BCD, 공기통, 모든 장비를 연결하는 관인 동시에 호흡기인 레귤레이터, 허리에 차는 추인 웨이트, 물속에서 시야를 확보해 줄 마스크와 핀(오리발)까지.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슈트와 슈즈를 갖춰야 했다. 생소한 이름과 모양새여서 익숙해지는 데 한참 걸렸다. 이 모든 장비들을 트럭에 싣고, 바다로 향했다.

입수할 곳은 속초의 등대해변이었다. T자형의 방파제가 있어 조류가 세지 않아 교육이 쉬운 편이라고. 도착해서 보니 두 개의 해수욕장이 등을 맞대고 있는 듯한 모양새여서 파도가 있어도 방파제 안쪽의 공간만큼은 안전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바다에는 파도 하나 보이지 않았고, 멀리까지 호수처럼 잠잠했다.

새파란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장비를 조립하는 방법과 착용법을 배웠다. 둔한 손길로 조립한 장비를 들쳐메자 엄청난 무게가 몸을 짓눌렀다. 허리에 맨 웨이트도 예상보다 무거워서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슈즈를 신은 발이 물속에 들어가자 기분 좋은 시원함이 온몸에 퍼졌다. 몸의 반 정도를 바닷물에 담그자 장비의 무게는 당연하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후, 호흡기를 물고 오리발을 착용하면 준비는 끝이다. 가볍게 핀을 차며 천천히 바닷속으로 잠겨 든다. 잠겨 들면서는 호흡기를 이용해 입으로만 호흡하며 압력에 적응하기 위해 이퀄라이징을 틈틈이 해 준다. 미리 프리다이빙을 체험한 덕에 수월하게 잠수할 수 있었다.

3m가 넘지 않는 비교적 얕은 물 속까지 잠수해 간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다가 워낙 깨끗해 멀리까지 보일 거라 상상했으나 예상보다 시야는 좁았다.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햇볕이 강했는데, 고작 3m 잠수했다고 조명을 몇 개 꺼 버린 것처럼 살짝 어두워졌다. 게다가 제법 너울거리는 조류가 있어서 가만히 멈춰 있을 수가 없었다. 바닥에 가라앉아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도 끝도 없이 몸이 흔들려 중심을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안전한 상황이었는데도 수영장에서의 짧은 경험과는 사뭇 다르다는 게 뼛속까지 느껴졌다.

바닷속에 머물면서 정말 다양한 것을 배우고 연습했다. 호흡기가 입에서 빠졌을 때나 마스크에 물이 들어갔을 때의 대처법, BCD를 벗었다 입는 방법, 비상 상황에서 버디의 호흡기로 함께 호흡을 나누는 방법, 비상 상승 등 바닷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수신호와 눈빛 교환만으로도 이루어진다는 게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트럭에 스쿠버다이빙 장비가 실려있다.(사진=여기어때)
트럭에 스쿠버다이빙 장비가 실려있다.(사진=여기어때)

짧고도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모두 샵에 모여 뒤풀이를 했다. 체력을 전부 소진한 후 먹는 고기는 꿀맛이었다. 평소라면 전혀 만날 일 없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일에 가진 직업도 다 달랐고, 다이빙 경험도 초보부터 고수까지 가지각각이었다. 다이빙뿐만 아니라 이런 시간을 통해서도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2일 차도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바다로 나갔다. 어제 배운 모든 것들을 모두 물속에서 시연해 보여야 했다. 이어서 바닷속 유영이 끝나고 수면 위로 나오자 모든 과정이 끝났다. 물속에 있을 때는 그저 막막하고 초조했는데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테스트의 결과는 통과였고, 어엿한 한 사람의 오픈워터 다이버가 되었다. 수심 18m까지의 물속 세상을 탐험할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계절이 하나 지나갈 동안 액티비티를 물리도록 즐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쉬자마자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보니 이제는 액티비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된 듯하다. 다음번 다이빙 스팟은 어디가 좋을지 미리부터 찾아보고 있다. 내 얼굴이 선명하게 인쇄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도착하면, 바로 떠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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