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주는 책방]"특이점은 없다"...인공지능과 구글의 한계 지적
[골라주는 책방]"특이점은 없다"...인공지능과 구글의 한계 지적
  • 한상기 책과얽힘 대표
  • 승인 2020.05.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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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길더, '구글의 종말(Life after Google)'
빅데이터에서 블록체인으로...실리콘밸리 제국의 충격적 미래

‘구글의 종말’을 이해하려면 우선 자유의지론자(libertarian)이면서 미국 보수정치와 경제의 이론을 제공한 저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중 하나인 조지 길더는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의 공동 창립자로 현재 길더퍼블리싱LLC의 회장으로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939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헨리 키신저 밑에서 공부했으며, 1960년대에 넬슨 록펠러, 리차드 닉슨 등 정치가의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다. 이후 1981년 출간한 ‘부와 빈곤(Wealth and Poverty)’를 통해 공급 측면의 경제학을 다루면서 감세에 의한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이에 따른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이야기했고,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 레이거노믹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40대 초반인 1980년대에 테크놀로지 쪽으로 방향을 바꿔 칼텍의 연구실에서 전자물리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첨단기술 및 정보화와 경제를 예측하는 미래학자로의 입지를 구축했다. 1989년 출간한 ‘마이크로코즘’에서 그는 양자물리학적 전자기술의 발전에 따른 메인프레임의 몰락과 컴퓨터의 개인기기화 및 중앙집중을 벗어나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변할 미래의 경제상을 이야기했다. 

이후 ‘텔레비전 이후의 삶(1990)’에서는 컴퓨터가 편리한 포터블 형태를 취하면서 음성인식, 네비게이션, 이메일 등을 하게 될 것임을 예견했고 ‘텔레코즘(2000)’에서는 마이크로코즘에서 비롯되어 분권화 된 개인기기들이 광대역 통신으로 연결되어 힘을 발휘하는 네트워크의 빅뱅을 예측했다. 

2016년 출간된 ‘돈의 스캔들’에서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짚고, 그 대안으로서 블록체인에 의한 분산화의 방향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저술 활동을 보면, 그가 지속적으로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 탈중앙집중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해 왔음을 알 수 있으며, ‘구글의 종말’은 이런 저술 활동의 최신판이라 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책에서 조지 길더는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 러닝 등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가정 아래 구글이 세상 체계를 구축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도 본질적으로 알고리즘에 불과하기에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단적으로 올리고 분석에 충분히 포괄적인 알고리즘 만들면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구글의 이런 가정이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포문을 연다. 

여기에서 그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1930년 모든 수학 체계는 결정론적이라는 발상에 종지부를 찍은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를 암묵적으로 인용한다. “모든 논리 체계는 필연적으로, 그 체계 안에서는 도저히 증명될 수 없는 명제들에 의존한다”는 괴델의 정리는, 튜링 머신에 이르러 컴퓨터 프로그램들도 다른 논리적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며 자기의 산출물을 판단하려면 그 체계 밖의 ‘오라클(신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으로 나아가는 경로가 모든 데이터를 무한하게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것이고, 만일 우리가 사물의 진리를 추구할 때 도구로 사용하는 엔진, 즉 정신이 단순히 어떤 ‘논리 기계’라면,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결합으로 오직 하나의 결과만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은 결정론적이다. 이것은 모순이기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며, 따라서 결코 ‘특이점’은 오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둘째는 공짜 정책에 따른 문제이다. 분석에 필요한 빅데이터의 수집을 위해 구글은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사람들은 그 대가로 많은 정보들을 구글에 넘겨준다. 이런 정보들은 결국 구글 수입의 95%를 차지하는 검색연동 광고의 기반이 됨으로써, 사용자들에 대한 불공평성을 야기한다. 

구글의 모든 원칙중 공짜 정책은 결국 구글을 무너뜨릴 치명적 흠결 임이 입증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구글의 세상 체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또 중앙집중화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모인 정보가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한 구글의 뿌리와 종교, 구글 데이터센터, 병렬 패러다임, 구글 페이지랭크, 창의성은 배제한 채 무작위적 계산에 의존하는 헤지펀드, 인식이 생각의 원천임을 고려치 않는 인공지능의 맹점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자유 의지와 창의성의 제약과 보안의 문제 때문에, 장벽을 두른 채 사용자의 정보를 가두리해 채집하는 구글의 중앙집중형 인터넷은 결국 해체되리라고 예견하는 그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암호(crypto)와 우주(cosm)을 합성해 '크립토코즘'이라 명명한다.

여기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자산으로서 권리 행사할 수 있는 보안이 최우선시되며, 이를 위해 블록체인이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을 말하면서 비트코인의 창시자이자 은둔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뺄 수는 없었으리라. 조지 길더는 그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한다. 또 비탈릭 부테린의 이더리움, 분산인증을 통해 아이디와 네이밍, 지적재산권에 대한 신뢰와 보안을 강화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블록스택과 ICO(가상화폐공개), 자바스크립트를 열흘 만에 만들었던 브랜든 아이크가 선보인 광고선택형 브라우저 브레이브와 토큰(BAT)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컴퓨팅 자원을 모아 거대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분산형 시스템 '골렘', 개별 PC 속 그래픽 프로세서의 계산 능력을 모아 활용하는 렌더링 전문기업 '오토이'를 소개한다.

큰 계산을 데이터 센터에 집중된 ‘수냉식’ 서버 클라우드에서 진행하는 대신, ‘공기로 냉각하는’ 전세계 노트북과 휴대용 기기를 활용해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스카이 컴퓨팅’이라 명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클라우드는 흩어지고 하늘만이 한계이리라(Dispersing clouds, sky is the limit).”

이외에도 저자는 과테말라의 별난 대학교, 망 중립성, 비트코인의 결함, 언번들링(unbundling)될 미래 등을 풀어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들이 인간 삶과 정신의 복잡함을 제대로 담아내는 구글 이후의 세계 체계이자 글로벌 경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예견한다.

요약해보자면 조지 길더가 하려는 말은 이런 것이다. 

극단적으로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을 통해 ‘호모데우스(신이된 인간)’가 되려는 구글의 시도는 부의 본질인 지식을 창출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고 데이터의 중앙집중에 따른 보안의 맹점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구글 이후의 세상 체계는 블록체인을 통해 중앙집중식에서 분산 네트워크식으로 대체되면서, 세상의 모든 계산과 거래가 공정한 가격과 빠른 속도로 가능해지는 새로운 세계로 재편될 것이다.

조지 길더

이 책은 한글로는 ‘구글의 종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원제는 ‘Life after Google’로 구글의 소멸보다는 구글의 세상 체계 이후에 대한 예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악의 축 다스베이더 구글과 반란군 제다이 블록체인 업체들이 맞붙는 스타워즈도 연상되는데, 제국이 강력한 역습을 하지 않을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친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로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듯, 구글 시대 이전에 20세기초까지 300년간 세상을 지배했던 금본위제를 이야기하며, 이후 자신의 박학다식을 자랑하듯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와 앨런 튜링의 튜링 머신, 클로드 섀넌의 정보이론과 그레고리 차이탄의 알고리즘 정보이론 개념을 숨가쁘게 소개한다. 

여기저기에 삽입된 업계 관계자와의 많은 대화도 흥미를 더해주긴 하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끊임없이 주제 사이를 오가며 방황하기에 필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헷갈리기 쉽다. 번역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글판 편집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문단 중간에서 문장 중간의 괄호 내에 처리되어 나오는 기술 세부사항에 대한 수많은 설명 때문에 맥락을 이어 가기 힘들다. 또한 한글판에서는 저자의 설명과 역자의 설명이 구분이 잘 안되어 있다. 제언을 하자면, 기술 세부에 대한 사항들은 아래쪽으로 주석의 형태로 몰아 문장의 흐름을 유지했으면 어떨까 한다.

조지 길더 저/이경식 역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16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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