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몇 개의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 경우 2개의 해외 신문, 4개의 외국 잡지, 각각 3개의 영상 서비스와 스토리지 서비스, 2개의 음악 서비스, 1개의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 15가지의 디지털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상품 구독은 몇 개를 해보다가 중지한 상태이다.

구독 경제는 이제 주요한 서비스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소프트웨어 기업의 80%가 구독 기반 비즈니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우리 주위에는 구독 사업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면도기, 애완 동물 건강 서비스, 밀 키트, 화장품 등의 실물제품으로 시작해 이제는 자동차나 비행기 이용까지 구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사실 우버 같은 승차 호출 서비스도 구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티엔 추오는 주오라(Zuora)란 구독 기반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을 설립자로 ‘구독 경제’란 말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오라는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고객을 갖고 있다. 그는 SaaS란 개념의 개척자인 세일즈포스에서 마케팅과 전략을 총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Subscribed’가 원제인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구독 기반 서비스의 개념과 탄생, 그리고 많은 산업 영역이 어떻게 구독 경제로 변화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2부는 구독경제 모델을 실제 수행할 때 각 기업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다.

1부에서는 챕터 별로 우리가 어느 정도 경험하고 있고 미디어를 통해 들어 본 적이 있는 기업들, 디지털 전환,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미디어의 변화를 소개한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잘 아는 구독 기반 서비스 말고도 얼마나 다양한 구독 서비스 유형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를 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 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기업과 구독 모델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검토할 중요한 이슈를 제시한다.

6장 ‘물고기 삼키기’의 내용은 매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인데, 어도비의 사례를 통해 기존 비즈니스의 구독형으로의 전환이 얼마나 만만하지 않은 지 일깨워준다. 전환 기간 중 매출과 수익은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수익과 비용을 나타내는 그래프 모양이 물고기 모양이라 물고기 삼키기라고 부른다) 주주, 직원, 고객, 미디어 등을 설득해야만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2부다. 구독에 대해 ‘거래를 파는 일’과 ‘관계를 파는 일’의 차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시작한다. 우리가 제품이나 디지털 서비스를 구독 모델로 전환하고자 할 때 뭘 해야 하는가를 본인의 경험을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단계로 소개한다.

구독 경제에 참여하려면 제품의 개념, 마케팅, 판매, 재무, IT시스템 모두를 변환해야 한다. 특히 “재무담당 부서가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우리가 새겨들어야 한다. 구독 모델을 재무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수익을 검토하는 지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기업의 구성과 조직이 제품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구독자를 중심으로 조직과 기능, 시스템이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고, 심지어 IT시스템조차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대부분의 기업들은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구독 경제의 중심인 ‘구독자’를 위해서는 기간, 방식, 가격 책정, 유지, 확대 등의 방법론이 기존 제품개발과 판매 중심의 사고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성과 측정을 위한 손익 계산서를 다른 방식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반복적 이익, 반복적 비용, 성장 비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구독 사업을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에서는 주오라가 시행하고 있는 ‘파드레(PADRE)’란 모델을 소개하면서 회사의 조직과 운영, 그리고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알려준다. 물론 그 방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일반적인 회사와 어떻게 다른 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부록으로는 주오라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구독경제 지표의 여러 수치를 소개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구독경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거시적 지표도 알려준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다. 원서 디자인도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번역서의 표지는 이 책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티엔 추오·게이브 와이저트 저 | 박선령 역 | 부키 | 2019년 01월 30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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