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테크와 과학 그리고 디지털 산업 부문에서 꼭 읽어볼만한 양서를 과학기술 전문서점, 책과얽힘에서 선정해 소개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디지털 디스럽션(Digital Disruption)'이라고 말하는 현재의 변혁이 과거의 '게임이론'이나 포터의 '다섯 가지 힘',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와 같이 잘 알려진 기업뿐만 아니라 화장품 샘플을 보내는 버치박스, 면도날을 구독하는 달러셰이브클럽, 게임 매니아를 열광시킨 트위치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이들이 파괴적 비지니스를 만들어 낸 것은 바로 고객 가치 사슬 (CVC)을 디커플링 해서 고객의 욕구 변화를 제대로 반영한 결과임을 강조한다.

가장 도발적인 얘기는 파괴적 기술 혁신보다 더 중요한 파괴 가능성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예를 들면, ‘어떤 가솔린 차를 살 것인가’는 일반적인 경쟁이고, ‘전기차를 살 것인가, 가솔린 차를 살 것인가’는 기술 혁신의 문제이며, ‘자율주행차를 살 것인가’는 파괴적 기술 혁신이지만, ‘차를 꼭 사야ㅡ하나?’는 바로 디커플링이 일어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디커플링은 고객 가치 사슬의 단계를 연결하는 고리의 일부를 끊어 내는 것이다.

특히 그는 디커플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게임전용 동영상 서비스인 트위치처럼 게임을 관람하지만 게임 개발은 하지 않는 △‘가치 창출 디커플링’, 가치 창출이나 어떤 대가를 부과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해야 하는 행동(게임을 하기 위해 상점에 가야했던 점을 없앤 ‘스팀’처럼)을 생략하는 △‘가치 잠식 디커플링’, 그리고  △가치에 대한 대가를 부과하는 디커플링으로, 수퍼셀처럼 게임을 하기 위해 사전에 구매해야 하는 활동을 분리한 것을 말한다.

이 모델을 테이셰이라 교수는 아마존과 월마트, 세포라와 버치박스, 힐튼과 에어비앤비, 컴캐스트와 넷플릭스를 비교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전형적인 HBS의 케이스 스터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그러나 고객 가치 사슬을 분류하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고객 가치 사슬에 대해 보통은 단순하게 몇 단계로 말하지만 자세히 보면 몇 십가지의 세부 단계가 있고 이를 각각 가치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중에서 기존 기업이 약한 사슬을 찾아내 이를 전문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객이 그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기의 금전, 시간, 노력 비용을 일일이 감안하면서 선택을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 고객의 규모가 얼마나 될 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2부에서는 기존 기업이 이런 디커플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밝히고 있다.

그가 제시한 기본 전략은 재결합 또는 분리해서 리밸런싱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분리된 가치 사슬을 변화시켜 재결합하는 방안은 지속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가치 창출 활동과 가치에 대한 대가 부과 활동을 세심하게 결합시키는 과정인 리밸런싱의 성공 사례로 베스트바이의 입점 수수료와 텔레포니카의 요금 정책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고객 관점에서 보는 비용 분석 패턴이 있어서 조금 찬찬히 이해하면서 봐야 한다.

3부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파괴적 비즈니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기업 중심이 아닌 소비자 욕구 중심으로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성과나 결과에 대한 판단은 고객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피터 드러커의 ‘고객 창출’과 만나는 지점이다.

고객 중심 혁신을 위해 테이셰이라 교수가 제시하는 방안은 자원 중심 부서와 혁신을 추구하는 부서 모두에게 공정한 인센티브 정책을 만들거나 아니면 사람을 바꾸라고 제시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튜이트와 악셀 스프링거의 인센티브 제도, 과제 추진 방식, 그리고 인력 구성의 조정 사례를 소개한다.

 

디커플링 이론은 ‘파괴를 고객이 주도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고객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 새로운 소비자 행동이 나타나고, 이는 기업이 새로운 고객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기회를 열어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사례가 앞으로도 다 적용된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디커플링 이론이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고객의 변화는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기술 혁신을 통해 변화되는 고객 가치 사슬(CVC)에서의 요구와 행동의 변화 틈새를 찾아서 새로운 디커플링을 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즉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방안은 미국 소비자 지출의 94%를 차지하는 7개의 범주(빅 세븐)를 살펴서 변화의 초기 징후를 찾으라고 한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무엇을 입을 것인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 어떻게 즐길 것인가, 어떻게 자신을 치유할 것인가 범주가 빅 세븐이다.

이 책은 사실 스타트업 보다는 기존 기업의 관리자와 임원을 대상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서비스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놓쳤으며 왜 잠식당하고 있는지 이해 못하는 임원은 한국에도 많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의 기업 외에도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도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뒤쳐짐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해석하는데 매우 유용한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소비자 행동 변화는 그 바탕에 기술 혁신이 있기 때문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하야 한다. 파괴적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기 책과얽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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