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인들과 페이스북에서 물의 특성에 대해 얘기하다 알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널리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마크 미오도닉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교수이자 메이킹연구소장이다. 책에 밝혔듯 이 연구소에는 과학자, 예술가, 제작자, 기술자, 고고학자, 디자이너, 인류학자가 함께 일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영국에서 인정받는 과학커뮤니케이터이며 대영제국 훈장,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영국왕립학회의 과학커뮤니케이션 메달, 패러데이상도 수상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글을 잘 쓰는 과학자라는 얘기다.

책은 런던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여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액체가 우리 인류와 어떻게 연결되고 문명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인간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역사와 화학 지식을 통해 재미있게 설명한다.

비행기 이륙시 연료인 등유에 대한 안내를 왜 생략하는 가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서 오일 램프의 역사, 양초, 고래와의 관계, 그리고 등유의 발견과 활용에 대해 설명한다. 오일램프가 9세기에 만들어지고, 그 발명이 위킹이라는 심지작용, 액체의 표면 장력에 의한 것이고 이게 식물이 물을 끌어 올리고, 키친타월이 액체를 닦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읽다 보면 ‘아하!’하는 탄성이 나온다.

와인을 받고 나서는 시각과 향기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알코올의 얘기를 한다. 또 비행기가 바다를 지나면 바다를 단지 많은 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와 그 힘에 대해 서핑과 쓰나미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해 나간다.

비행기 제작에 사용하는 접착제 얘기에서 포스트잇, 테이프, 순간 접착제로 이야기를 확정해 폴리머 접착제의 구조를 설명한다. 일반인을 위한 재미있는 과학대중서 임에도 물질의 화학 구조식을 잊지 않고 설명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사람에게 좋은 자료가 된다.

영화를 보다가 액정을 설명하면서 유화 재료, 편광, 잉크 프린터를 연결한다. 자다가 침을 흘린 것을 느끼고는 바로 침이라는 액체 매개체의 특징과 역할, 우리 몸의 다양한 점액질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설명한다.

일반인이 하루에 흘리는 침이 0.75~1리터라는 것을 아셨는지?

커피와 차를 선택하는 단계에서는 두 음료의 역사를 설명하고 영국인 답게 가장 맛있게 차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비행기에서는 차를 선택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액체비누를 소재로 계면활성제 분자의 특징과 비누 분자가 어떻게 기름을 분리하는지를 알려준다. 또 세탁이나 샴푸에서 거품은 미적 역할만 하지 더 깨끗이 씻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상식을 알려준다.

에어컨을 틀며 얘기하는 것은 냉매제이다. 냉장고의 기능을 개선하려고 했던 아인슈타인의 얘기는 그의 전기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액체 뷰테인과 수은 그리고 염화불화탄소 (CFC) 즉 프레온의 활용과 오존의 문제, 또 새로운 냉방기술 발명에는 저자도 관여했다고 한다. 근데 사실 비행기 냉방에는 액체 냉매 대신 공기압축과 팽창 사이클을 이용한다.

입국신고서를 쓰는 대목에서 잉크의 역사를 거론 안 할 수 없다. 이집트인이 만든 검은 잉크, 기독교와 이슬람교도가 쓴 몰식자 잉크(여기서 탄닌을 설명), 자연스럽게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개선하고자 한 만년필 시대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그리고 라슬로 비로가 만든 볼펜이 얼마나 대단한 발명품인지 알려준다.

비행기 하강 시점에서는 구름의 형성과 물의 증발, 안개와 스모그에 대해, 착륙후는 지구의 구조와 지구 내부의 액체를 말한다. 빙하의 크리프와 용암 얘기는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환경 문제를 얘기하면서 타르, 3D프린팅, 욕실에서의 물 사용,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을 일상에서 사용하는지 하는 ‘물발자국’과 유리나 플라스틱 등의 용기 문제를 거론한다.

액체의 미래를 언급하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랩온어칩(Lab-on-a-chip)이 나오면 생화학적 성분 검사가 얼마나 간편해질 지 그리고 미래의 컴퓨팅은 양자컴퓨팅보다 DNA를 이용한 액체컴퓨팅(아마 바이오 컴퓨팅을 얘기하는 것 같다)에 있다고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초유체 상태를 간단히 설명한다.

이 책은 일단 무척 재미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나거나 별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은 많은 것들이 액체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화학적 특징을 활용한 것이라는 점을 깨우쳐 추천사에 나온 대로 ‘와, 그건 전혀 몰랐네’라는 기분을 느껴 보기 바란다.

적어도 친구들에게 빨래가 왜 마르는지, 잉크는 얼마나 오래된 것이고, 커피의 특징과 추출, 와인의 탄닌과 우리 몸을 태운다는 태닝이 같은 단어임을 얘기해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주고, 기체도 고체도 아닌 액체의 이중성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알게 해 준다.

마크 미오도닉 저 | 변정현역 | 엠아이디 | 2020년 04월 28일 펴냄 |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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