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는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캐나다 토론토대학 로트만 경영대학원 교수 세 명이 2018년 출간한 ‘예측기계’는 인공지능을 예측하는 기계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예측과 판단의 가치를 비교하고 데이터와의 관계, 이를 활용하기 위한 워크플로와 직무 재설계, 사업 혁신을 위한 전략과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저자인 어제이 애그러월, 조슈아 갠스, 아비 골드파브 세 사람은 교수이면서 동시에 토론토대학에 있는 창조적파괴연구소(CDL) 설립자, 수석이코노미스트, 수석데이터과학자이기도 하다. CDL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 장기적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며, 책에서도 언급한 대로 2018년 현재 150 여개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는 점 하나로 딥러닝의 메카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세 경제학자는 첨단의 연구에 대한 이해와 인공지능 전문가와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정리하고 있다.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온 것은 ‘지능’ 자체보다 지능의 중요한 요소인 ‘예측’이라고 강조한다. 예측을 위한 비용이 싸지면 더 많은 예측을 하게 되고, 이에 따른 의사 결정의 질이 높아지다가 어느 순간 일 처리 방식을 통째로 바꾼다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전략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딥러닝 같은 기술은 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이후 입력 데이터에 대한 ‘분류’ 또는 ‘예측’ 기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 모두를 ‘예측’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일부 지나친 면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위한 핵심 기능을 예측 능력이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있다. 특히 인간과 협력하는 예측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대체가 아닌 협업하는 인공지능이 실제로 더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현장에서 검증되고 있는데, 저자들 역시 이에 동의한다. 

2부에서는 의사 결정을 다룬다. 예측 기계는 인간의 판단을 어떻게 예측할지 배우지만, 많은 경우 예측 기계의 예측을 바탕으로 인간이 판단하는 게 더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데이터가 부족한 드문 사건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인공지능이 완전 자동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자동화에 의한 이득을 따져야 하고 외부 효과와 책임 할당에 대한 유의미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3부는 도구가 주제다.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워크플로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것인가를 묻는다. 여기에서 1993년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니어링’을 소환한다. IT기술을 제대로 도입하려면 워크플로를 분석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를 확인한 후 컴퓨터의 역할을 생각하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개념을 다시 적용하자고 한다. 

다시 말해 워크플로를 과제로 해체해 그 중 일부가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되면 남은 과제의 순서와 중요성이 바뀌고 새로운 과제도 만들어진다는 것. 저자들이 소개하는 인공지능 캔버스라는 도구가 이런 해체 과정을 도울 수 있음을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4부에서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경제학자 답게 기업의 전략 수립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 가를 이야기한다. 

경영진의 리더십, 자본/노동/데이터에 대한 인공지능의 영향력을 분석하면서 어디까지 아웃소싱 할 것인가를 따져 본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천명한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의 의미를 예측 정확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조직의 핵심 목표로 삼고 매출, 사용자 수, 사용자 경험 극대화를 일부 포기할 수 있다는 해석은 매우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리스크를 정성적, 보안, 데이터 등으로 파악하면서 현재 많이 논의되고 있는 차별과 다양성 부족을 다시 한번 거론한다. 

5부 사회적 이슈는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한 이슈를 정리한다. 생산성과 분배, 혁신 대 경쟁, 그리고 성능 대 프라이버시로 분류하면서 이런 이슈는 모두 트레이드 오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은 경제학자로서 또 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 소속의 전문가 시각으로 기술돼 있다. 이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경제적 함의, 전략 판단, 다양한 트레이드 오프를 이해하기에 매우 좋은 안내서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을 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키포인트를 정리해줘 지금 읽은 부분에서 저자들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했는지 다시 이해하게 해 주고 있다. 저자들은 학생과 스타트업에 헌사를 바쳤지만,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경영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제이 애그러월, 조슈아 갠스, 아비 골드파브 저/이경남 역 | 생각의 힘 | 2019년 01월 24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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