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체들이 재택근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국내 핀테크기업의 해외 진출이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진출 대상이 될 국가들의 윤곽이 잡혔다. 

26일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2019 아세안 주요국 핀테크 산업 동향 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핀테크기업이 우선적으로 진출해야 할 아세안 국가로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싱가포르 등 4개국이 지목됐다.

앞서 지난해 9월 은성수 위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금융위는 '한-아세안 핀테크 컨퍼런스'를 열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 핀테크랩 유치를 주도하는 등 한국과 아세안 지역의 핀테크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연구용역도 같은 맥락이다. 아세안 주요 나라의 핀테크 산업 동향을 살피고 우리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의 효과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진출국 선정 기준으로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경제성장률 등 경제발전 수준 ▲금융소외 지표 ▲정부의 핀테크정책 안정성과 금융부문 규제 강도 ▲무선 모바일 가입률과 광영대 가입수 등의 정보통신기술(ICT) 도입 수준 등을 따졌다.

인도네시아는 2억7350만명을 웃도는 높은 인구수와 양호한 GDP(1조422억달러)에 비해선 금융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두번의 금리 인하 이후 금융수요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5.1%의 경제 성장이 전망된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많은 벤처투자기업들은 포화상태인 전자상거래를 벗어나 핀테크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16년 3450만달러에 그쳤던 VC 핀테크 투자액은 2018년 들어 1억8230만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5월 기준 인도네시아 내 핀테크기업은 249개로 이 가운데 전자결제업체는 65곳이다. 

젊은 인구가 많아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률도 급증세다. 인터넷 사용인구는 지난 2018년 기준 1억6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3.3%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7년 61%로 집계됐다. 현재 인구의 약 51%가 금융소외층이다. 다만 지역적으로 금융격차가 심하고 국민의 30%만이 금융이해력을 갖고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아세안 국가별 금융혁신 현황.

베트남도 스타트업에 기회의 땅으로 불리긴 마찬가지다. 9730만명이 넘는 인구에 평균 연령은 불과 32세로 신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전체 GDP(2450억달러) 중 은행과 보험 등 금융부문의 비중이 5.8%에 이른다. 

올해 베트남 핀테크시장의 규모는 약 7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핀테크기업은 총 120개다. 이중 35곳(29%)이 간편 결제와 송금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앞선 2018년 3분기 기준 디지털 전자결제 거래액은 그해 1분기의 갑절 수준으로 올랐고 모바일뱅킹 결제액도 5년간 연평균 14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규제 수준이 급성장 중인 금융기술력에 못 미친다는 점은 우려요소다. 핀테크 규제의 부재가 산업 발전과 감독기관 통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해결을 위해 베트남 중앙은행과 재정부 산하 증권위원회, 보험감독청 등이 규제 수립에 돌입한 상태다.  

태국도 금융산업이 GDP(5050억달러)의 7.3%을 차지할 만큼 금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금융분야 개발 마스터 플랜'을 시행해 개인 고객과 기업의 금융혁신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2위 은행인 '시암 상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점포 30%를 없애고, 모바일 뱅킹 플랫폼 활용도를 높인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보편화돼 있다. 2017년 기준 금융포용률은 82%, 계좌 보유율은 28%다. 인터넷 보급률도 82%(2018년)로 전년보다 15%포인트나 증가했다.

태국은 특히 자금조달·대출부문 핀테크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태국 은행은 다른 아세안 국가에 비해 예대금리차가 높은 편이라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핀테크기업이 투자자와 대출자 간 중개로 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한다면 많은 대출상품들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정부의 안정적인 금융지원이 유지되고 있는 싱가포르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기준 GDP의 13% 가량을 차지하는 싱가포르 금융시장은 해외 금융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싱가포르 은행 132곳 중 128곳이 외국인 소유다. 핀테크업계에 대한 전통금융의 시선도 호의적이다. 싱가포르 내 금융기관의 62% 가량이 벤처 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핀테크업체와 사업 제휴를 맺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다. 핀테크 전담조직인 '핀테크 혁신그룹(FTIG)'을 만들어 규제 정책과 기술 혁신 전략을 펴고 있고 '핀테크 오피스'를 개방해 보조금과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민의 이해도도 상당하다. 금융포용률은 2017년 기준 98%로 조사됐고 평균 연령이 40세로 인근 아세안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인데도 스마트폰 보급률은 100%를 기록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디지털본부 관계자는 "그랩과 고젝 등 대표 유니콘기업이 아세안 지역 내 슈퍼앱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국내 핀테크기업이 주도권을 쥐려면 은행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현지 금융사나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사와 제휴해 협업 모델을 만들고 파트너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진출 주요 국내 핀테크기업 현황. (자료=삼정KPMG 경제연구원)
아세안 진출 주요 국내 핀테크기업 현황. (자료=삼정KPMG 경제연구원)

금융당국, 코로나19 변수에도 핀테크 해외진출 지원 '잰걸음'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원투씨엠과 피노텍 등 국내 핀테크기업 10곳이 아세안 시장에 진출해 있다. 전체 핀테크기업이 300곳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3% 가량만이 외국 땅을 밟은 것이다.

스마트스탬프 기술업체인 원투씨엠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 인도네시아 K-솔루션 페어에 참가했다. 말레이시아에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이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엔 법인을 설립했다. 전자등기 대출 플랫폼인 피노텍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미얀마에 진출해 있으며 현지 금융기관에 비대면 담보대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금융당국은 관련 지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진출길이 막힌 상태지만 가능한 시나리오들은 최대한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도다.

금융위는 오는 5월 28일부터 3일 동안 온라인으로 열리는 '2020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핀테크기업·금융사·빅테크기업 등의 기업정보와 핀테크서비스를 공개한다. 참여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주요 진출 대상국의 금융당국과 대사관 등에 온라인 전시관 링크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2월과 올 2월 각각 발표한 '핀테크 스케일업 추진전략'과 '2020년 핀테크·디지털금융 혁신과제' 등에서 발표한 것처럼 금융위는 올해 안으로 해외 핀테크 랩 2개 추가 설치를 추진한다. 현재까지 우리 금융회사가 해외에 세운 핀테크 랩은 신한금융 퓨처스랩 베트남·인도네시아, 우리금융 디노랩 베트남 등 3개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인도차이나 시장은 값싼 인건비 덕에 모델링을 하기 좋은 데다 금융포용력이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느냐. 이미 시장 파이 싸움이 격화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경쟁도가 낮을 것"이라면서 "정부 지원도 꾸준한 상황이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간 입국금지 등이 풀리면 해외진출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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