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핀테크 선진국의 혁신 금융서비스 사례를 분석해 국내 규제 개선에 반영하는 연구가 추진된다.

10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다음달부터 8월까지 해외 혁신 금융서비스 사례 조사를 진행한다.

한국은 2019년 4월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해 1년 간 102건의 혁신 금융서비스를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IT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기존 금융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부분적으로 개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이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핀테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선제적으로 금융규제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국내에서 지정된 혁신 금융서비스 뿐 아니라 해외 사례도 조사,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해외의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된 50건 이상의 사례를 분석해 국내 혁신 금융서비스와 비교할 방침이다. 이후 분석된 해외 혁신 금융서비스를 국내 도입하기 위한 규제 개선 과제를 금융당국에 제안할 계획이다. 또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혁신 금융서비스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영국, 싱가포르 등의 핀테크 규제 개혁의 우수 사례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올해 1월 28일 소개한 ‘영국 핀테크 시장 현황’에 따르면 영국은 핀테크 강국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영국에는 약 1600개 핀테크 기업이 있고 7만6500명이 핀테크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핀테크는 영국 국내총생산(GDP) 중 70억 파운드(약 10조6000억원)를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2030년에는 영국 핀테크 기업수가 두 배(3200개), 종사자수는 10만55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OTRA는 영국의 핀테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샌드박스를 꼽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2016년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시작해 기업들이 규제 환경에서 혁신기술 성능을 증명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실행 가능성을 평가해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허브로 주목받고 있는 싱가포르 역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8년 12월 공개한 '싱가포르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공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는 싱가포르가 샌드박스를 도입한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 2016년 6월 샌드박스 시행안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샌드박스 제도는 전향적인 규제 개선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샌드박스를 처음 도입했을 때 지원했던 30여개 기업의 서비스를 검토해 절반만 참여시켰다.

그 이유는 절반의 기업 서비스를 분석해 기존 싱가포르 정부의 금융규제와 상충되거나 저촉되지 않는다고 샌드박스 참여없이 바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해 줬다는 것이다. 샌드박스를 하기도 전에 유권해석으로 규제가 아닌 부분을 명확히 판단해 준 사례다. 이런 노력이 싱가포르를 핀테크 강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약 4년 동안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운영돼 온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기업들의 우수 사례를 얼마나 벤치마킹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센터는 이번 조사 내용을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과 핀테크 지원 방안에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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