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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외국에 나가 사업을 하려고 해도 코로나19 국면으로 손발이 묶인 핀테크 업체들이 늘면서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외교 과제인 '신남방 정책'과 맞물려 핀테크 해외 진출 길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올해 해외 진출을 계획했던 핀테크 업체들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조사가 불가능한 데다 대다수 업무가 비대면으로 전환된 영향이다.

먼저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 진출 창구로 여겨져 온 '해외 핀테크 랩'의 추가 설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핀테크 랩은 자금과 정보가 부족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자 금융회사가 만드는 곳이다. 현지 글로벌 엑셀러레이터와 연계해 스타트업에 공간을 주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공유해 준다. 금융당국은 올 2월 발표한 '2020년 핀테크·디지털금융 혁신과제'에서 해외 핀테크 랩을 누적 5곳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신한금융(베트남·인도네시아)과 우리금융(베트남)이 총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개소가 유력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랩 설치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으나 현지 조사 자체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현실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동남아와 신남방 지역으로 지속 검토 중이긴 하나 코로나로 인해 진행이 지체되고 있다"며 "내년은 돼야 가닥이 좀 잡힐 것 같다"고 했다.

벤처 투자자와의 대면 미팅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유치 활동도 위축됐다. 특히 국내 최대 핀테크 박람회인 '제2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의 온라인 전환은 해외 진출을 꾀하던 업체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행사에는 지난해와 달리 해외 진출과 투자를 위한 특별 세션이 포함됐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은 위원장이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유스페이스 BIFC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은 위원장은 "유망 핀테크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금융 분야 신남방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금융위원회]

상황이 이렇자 업계도 힘이 빠진 상황이다. 한 결제솔루션 업체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국내에서 투자 유치나 협력을 모색하려고 해도 애로사항이 많은데 해외에서의 자립은 더 어렵다"며 "국내 금융회사가 핀테크 랩 등을 통해 중간다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코로나 변수로 관련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 보험분야 핀테크 기업의 대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투자청 주관 세미나나와 데모데이에 참석하는 등 준비를 했지만 현재로선 해외 진출은 포기한 상태"라며 "원격으로 대부분의 미팅을 수행하고 있는데 진행 속도가 붙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정책 촉매제로"...신남방 핀테크 진출 전략 모색 착수   

이런 애로를 덜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보조사업자인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최근 신남방 국가의 투자청·글로벌액셀러레이터 등과 함께 웨비나(웹 세미나)를 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이 화상회의 앱인 줌으로 웨비나에 참여해 질의와 응답을 주고 받는 식이다. 센터는 이달 15일부터 싱가포르와 태국, 인도네시아의 국가별 핀테크 해외진출 웨비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최근 핀테크지원센터가 같은 주제의 연구용역을 다시 발주한 것도 당국의 고민을 반영한 대목이다. 센터는 최근 '아세안 주요국 핀테크 산업 동향 조사 연구' 용역을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금융위가 발주했던 용역의 과업 내용과 범위가 유사하다. 

연구용역을 1년 만에 재추진하는 건 코로나 변수로 인한 시장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 금융 소비도 '대면 금융'에서 '비대면 금융'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최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핀테크 시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센터는 '핀테크 기업 신남방국가 진출 활성화 방안' 용역 입찰 공고도 냈다. 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같은 신남방 국가들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정책 방향 등을 고려해 2~3곳을 선정하고 해당 국가에 특화한 진출 전략을 제시하는 게 골자다.

신남방 진출 지원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업계의 동남아 선호도가 높은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신남방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줄곧 신남방 국가와의 협력에 공을 들여 왔다. 미국과 중국 등 양대 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잠재력이 높은 신남방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려는 취지에서다. 올 11월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기존보다 강화된 신남방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핀테크지원센터 관계자는 "아세안 연구용역에선 현지 벤치마킹 사례를 보강하는 등 최신 동향을 조사해 지난해 연구와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며 신남방 연구용역의 경우 진출 방안을 도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통해 무역·투자의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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