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결제를 하는 모습. (사진=CU)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부가통신업자(VAN·밴) 업계 전반에서 '본업의 부진을 부업이 상쇄하는' 민망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사업구조 변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98.2%을 차지하는 상위 밴사 13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1643억원으로 전년보다 1.0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925억원으로 65억원(3.3%)이 줄었다.

이런 수익성 감소는 영업수익이 선방했지만 영업비용의 증가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밴업계 영업수익은 전년(2조3453억원)보다 4.4% 증가한 2조4480억원이었다. 영업비용은 2조2554억원으로 전년비 5.1% 늘어났다.

문제는 영업수익의 선전과 영업비용의 증가를 이끈 주체가 본업인 밴사업이 아닌 부업이 전자지급결제(PG)사업이란 점이다.

밴사의 영업수익을 구성하는 두 축은 본업인 '밴사업'과 기타사업으로 분류되는 'PG사업'이다. 밴사업은 전년보다 7.6% 감소한 반면 온라인쇼핑 거래 확대로 기타사업 수익은 늘면서 22.6%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영업비용은 PG사업 관련 대표 가맹점 수수료 증가의 영향으로 기타 영업비용(1조3293억원)이 1년 전보다 13.6%나 늘어났다. 

엄밀히 보면 밴사업과 PG사업은 주된 사업 무대가 다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밴사는 오프라인 가맹점과 카드사의 계약에 따라 단말기 설치, 신용카드 조회와 승인 등을 중계하는 업체다. 대표적인 밴사로는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KICC), KIS정보통신 등이 있다. 반면 PG사는 온라인 가맹점과 카드사 간 전자결제 정보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중간수수료를 받는다. 전자금융거래법 소관인 것도 밴사와 다른 점이다. NHN한국사이버결제와 KG이니시스 등이 선두 PG사로 꼽힌다.

지난 2019년 밴사 주요 손익현황. (자료=금감원)

이렇듯 결제 과정에서의 서로 다른 역할 탓에 최근 밴사와 PG사의 희비는 더욱 엇갈리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밴사와는 달리 금융기술의 발달로 PG사는 지난 3~4년 간 수혜를 누려 왔다. 소비 양상이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주고 받는 대신 디지털 결제나 온라인 구매를 택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올 2월 본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이런 결제시장 다변화를 부추기기도 했다. 

대부분의 밴사들이 PG업을 겸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더이상 오프라인에만 남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밴사들의 수익원 다변화 노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편결제 시장이 득세하는 이상 밴업계의 영업실적을 부업 격인 PG업이 견인하는 흐름은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PG업과 밴업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운데 과당 경쟁을 막고 각 업권의 자생력을 키우려면 밴사가 결제인프라와 설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게다가 밴사가 견제해야 하는 곳은 PG사뿐만이 아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간편결제사업자들이 결제업에서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위협요소다. 지난해 말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부문을 3650억원에 사들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기존 결제시스템 내 밴과 PG사의 역할을 없앤 '앱투앱(고객-카카오뱅크-판매자)' 결제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전 한국신용카드합회장)은 "결제 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지금대로라면 밴사 내 PG업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며 "핀테크업체의 침투를 우려하는 밴사와 신용카드사가 보유 설비와 고객DB 등 서로의 강점을 합쳐 공동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도 있다. 자체적으로 계열 PG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여력이 없는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제휴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측은 "밴사가 자사 결제인프라 구축 노하우 등을 활용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도록 유도해보겠다"며 "지급결제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밴시장 내 과당경쟁을 막고 결제 안정성을 키우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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