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권이 사내 스타트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다음 달 말까지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우리어드벤처' 참여기업을 선발한다. 우리어드벤처는 당초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선발 일정이 1달 가량 늦춰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선발 중이며 총 3곳을 뽑을 계획"이라며 "인큐베이팅 1년을 감안하면 서비스 출시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추후 우리어드벤처 참여기업들을 스타트업 협력프로그램인 디노랩과 같은 사무공간에 입주시켜 우리금융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의 시너지를 꾀할 방침이다.

우리금융뿐만 아니다. 최근 신한카드의 사내벤처인 '우동(우리 동호회)'은 전국 모임 운영과 연계 사업을 결합한 동호회 종합 플랫폼 '우동'을 출시했다. 벤처회사 우동은 신한카드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아임벤처 4기 팀이다. 동호회 활동 지역과 직장 이름 등을 입력하면 위치가 가깝거나 업종이 비슷한 회원들을 모을 수 있다. 신용카드 기반 간편송금서비스인 마이송금이 활성화돼 있어 앱 안에서 모임 회비를 낼 수도 있다. 

신한카드 사내벤처 앱 '우동' 이용 화면. (이미지=신민경 기자)

신한카드의 또 다른 사내벤처인 애드벤처와 스터디피티도 각각 이달 말과 올 6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드벤처는 해시태그로 쇼핑정보를 얻는 '비포쇼핑' 서비스를, 스터디피티는 수학과목의 빅데이터에 문제은행 솔루션을 합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 배송'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사내벤처 육성 대열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하나금융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D 팩토리' 3기를 올 하반기까지 모집한다. 하나금융과의 시너지를 감안한 사업부문에만 주력했던 앞선 기수들과는 달리 모집분야를 다양화하고 벤처캐피탈(VC)이나 정부기관의 지원도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올 1월 말 하나금융의 IT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의 사내벤처 2곳(씨닷츠·씨씨기부)이 별도법인으로 분사됐다. 금융권에서 사내벤처가 독립한 첫 사례다. 하나금융티아이 관계자는 "2기인 하나금융티아이와 하나카드의 벤처 2곳이 현재 인큐베이팅(인프라지원)을 받고 있어 하반기 중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수를 거듭하며 보다 많은 계열사들의 아이디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권이 내부에서 사내 벤처 육성에 나서는 건 최근 핀테크산업의 득세로 시장 상황이 위축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내 벤처를 통하면 회사 차원에서는 외부 수혈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금융권에서 인재를 회사 밖이 아닌 안에서 발굴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자사 주력사업과의 협업으로 수익모델을 꾀할 기회가 많아지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장기적으로 끌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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