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을지로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4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을지로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해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해온 핀테크업체들이 국내에 장기간 발이 묶일 처지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업무 비대면화와 경기 침체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진출 지원책들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신한·KB국민·우리·하나)이 해외 '핀테크 랩' 설치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자사 은행 현지법인과 지점들마저 영업 부진으로 점포 개방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인데 선뜻 핀테크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나서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핀테크 랩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금과 정보가 부족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드는 곳이다. 현지 글로벌 엑셀러레이터와 연계해 핀테크업체들에 공간을 주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공유해 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과 올 2월 각각 발표한 '핀테크 스케일업 추진전략'과 '2020년 핀테크·디지털금융 혁신과제' 등에서 올해 안으로 해외 핀테크 랩 2개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우리 금융회사가 해외에 세운 핀테크 랩은 3개다.

당장으로선 금융당국의 목표치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일단 해외 핀테크 랩을 운영 중인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올해 추가 개소 개획이 없다. 앞서 지난 2016년 말 신한금융은 베트남 호치민에 '신한 퓨처스랩 베트남'을 설립한 뒤 우리 핀테크업체 8곳의 성장을 돕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신한 퓨처스랩 인도네시아'를 세웠다. 그 다음 달인 10월엔 우리금융이 나서 '디노랩 베트남'을 개소해 우리나라와 현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의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올 5월 말 열릴 예정이었던 제2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가 온라인 전환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의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추가 개소 계획은 없지만 신남방 국가들에 대한 시장성 조사는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디노랩 베트남도 베트남의 입국 금지 조치로 왕래가 불가할 뿐더러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가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성 분석도 현지 방문을 통해야 하므로 하반기로 일정이 밀릴 듯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도 "이미 2곳을 운영 중이라 추가 개소에 서두르지 않을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전혀 계획에 잡힌 게 없다"고 했다.

올해 해외 핀테크 랩을 세울 2곳으로 주요하게 거론되던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선을 그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지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핀테크 랩 설치 논의는 쉽지 않겠느냐"며 "올 초까지도 검토했던 사안이나 스타트업이 싹을 트지도 못하고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불확실성을 안고 강행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전혀 예정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위 금융혁신과 관계자는 "유선 상으로 금융사에 핀테크 랩 설치 의사를 묻고 있으며 최근 들어선 수요조사를 보류하고 있다. 현재까진 설치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핀테크 박람회인 '제2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의 온라인 전환도 악재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올 5월 28일부터 3일간 서울 DDP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전시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번 핀테크 위크는 지난해(부스 54개)보다 행사장을 넓혀 100개가 넘는 개별 전시 공간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었다. 또 전년과 달리 해외 진출과 투자를 위한 특별 세션이 포함됐었다. 해외 진입을 꾀하던 핀테크업계로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에 핀테크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소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인도차이나 시장은 값싼 인건비로 모델링을 하기 좋고 도시화가 덜 돼 성장 잠재력이 커 진출할 의향이 있다.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위해 현지 시장조사를 해보고 싶어도 현지 브릿지가 없어 막연하다. 올해 상황이 이렇게 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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