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모바일 집중'‧'양산형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플랫폼과 장르도 해외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화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현재 게임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은 모바일 게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성장 정체에 다다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6조2102억원으로 전체 게임 시장(13조1423억원)의 50%에 육박하면서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다. 콘진원은 2019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연간성장률은 4%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올해는 이보다 0.3%p 적은 3.7%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20%, 8% 이상 성장했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주춤한 모양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일명 '3N'의 해외 공략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미지=넥슨)
(이미지=넥슨)

◆'IP 강자' 넥슨, 중국 잡고 콘솔까지

넥슨은 자사 고전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글로벌을 공략한다. 이른바 '한한령' 이후 중국 정부가 6년 넘게 국내 게임사에 판호 발급을 해주지 않고 있는 가운데,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다만 국민 건강을 이유로 해외는 물론 자국의 게임 산업마저도 압박을 하고 있는 탓에, 내부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진단이다. 양국 관계가 나빠지기 전, 이미 판호를 발급받은 '던파 모바일'은 중국에서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던파'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IP인 만큼, 모바일 버전 사전예약에만 1600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흥행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서는 매출 3조원까지 넘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는 콘솔에도 도전한다. 올해로 서비스 16주년을 맞은 장수 게임 '카트라이더'의 엑스박스(X Box) 버전이다. 콘솔과 PC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해 편의성은 높였다. 서구권 취향에 맞게 외형 또한 변경한 것도 특징이다. 넥슨은 지난 해 12월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전역에서 PC와 XBox 버전으로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 및 수정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넥슨은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지분율을 72%로 확대, 향후 5년내 지분 전량 인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서구권 게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넥슨의 사내이사이자 엠바크 창업자인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함이다.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멀티플레이 협동 액션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미지=넷마블)
(이미지=넷마블)

◆'글로벌 개척자' 넷마블, BTS-마블로 인지도↑

넷마블은 2011년 DNA를 모바일 게임사로 바꿨다. 스마트폰 보급과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본 방준혁 의장의 결단이었다. 그 전략은 적중했고, 넷마블은 현재 매출 2조원이 넘는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가 됐다. 모바일 시장이 포화되면서 선제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넷마블이다. 북미 자회사로 잼시티와 카밤을 두고, 국내 및 아시아권과는 사뭇 다른 서구권 시장의 감성 또한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BTS월드'는 이용자가 방탄소년단(BTS)의 매니저로서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과 상호작용하는 스토리텔링형 육성 게임으로, 전세계 아미(BTS 팬클럽)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장르 특성상 큰 매출을 내진 못했으나, 아직은 부족한 넷마블의 글로벌 인지도를 쌓는데 도움 톡톡히 했다는 것이 내부 평이다.

지난 2월엔 신규 대표이사로 이승원 웨스턴사업 담당 부사장을 선임,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미 '매직:마나스트라이크'를 글로벌에 출시했으며, 상반기 중 '마블 렐름 오브 챔피언'와 '일곱개의 대죄'와 '블소 레볼루션'가 각각 3월과 4월 글로벌 출시를 계획 중이다.

북미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IP를 보유한 마블과의 파트너십도 굳건하다.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마블 최초 모바일 오픈월드RPG '마블 퓨처 레볼루션(Marvel Future Revolution)'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2014년 출시된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국내명 '마블 올스타 배틀')는 넷마블에서 17%의 매출을 차지하는 대표 게임이며, '마블 퓨쳐파이트'도 4% 정도로 견조하다. 지난 2019년 4분기에만 넷마블의 해외 매출은 3991억원으로, 북미에서 30%로 가장 많은 매출을 견인했다. 올해에도 이같은 성과를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지=엔씨소프트)
(이미지=엔씨소프트)

◆리니지 형제로 국내 재패...웨스트 법인에 힘싣는 엔씨

그간 엔씨소프트는 해외 진출 장르와 플랫폼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서 모바일 MMORPG인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연타 홈런에 성공하면서다. '리니지M'은 대만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지난해 5월 진출한 일본에선 부진했다. 또 '리니지2M'은 '기술적으로 몇년간 따라오지 못할 게임'임을 자부하는 만큼, 높은 기기 사양이 필요해 중저가 디바이스가 선호되는 해외로의 진출은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 '프로젝트 TL'을 비롯해 새롭게 개발하는 작품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PC, 콘솔 등 멀티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엔 윤송이 사장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엔씨웨스트에 1332억원을 증자하며, 북미 시장 개척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엔 해외 게임쇼에도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구체적인 개발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한 게임쇼 ‘팍스 이스트 2020(PAX East 2020)’에 부스를 마련하고 퓨저의 시연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콘솔 PC 플랫폼 신작 게임 '퓨저'는 엔씨웨스트가 퍼블리싱 하고, 미국의 음악리듬 게임 전문 개발사인 ‘하모닉스(Harmonix)’가 제작한 음악 게임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장르이고, 북미와 유럽에서는 콘솔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중화되어 있어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엔씨는 비디오게임 산업에서 최고의 행사로 알려진 'E3' 또한 참가할 예정이다. 6월 '코로나19'의 여파를 뒤로하고 E3가 열리게 되면 엔씨는 2013년 이후 7년만에 E3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북미 개발사가 만들고 엔씨웨스트홀딩스가 현지 퍼블리싱(유통·서비스)을 맡는 신작 게임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며, 세부 내용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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