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유망 개발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가 '갑을'이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퍼블리셔들이 개발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에 대형 퍼블리셔들의 개발사 모셔오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직접 서비스로 독자노선을 걷는 개발사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넥슨은 개발사 인수합병으로 가장 쏠쏠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넥슨은 2004년 위젯을 인수해 '메이플스토리'를, 2008년엔 네오플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던전앤파이터'를 확보했다. 메이플스토리는 18년째 서비스되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 또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넥슨의 장수 IP다. 던전앤파이터 역시 중국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네오플은 2018년 매출 1조3056억원, 영업이익 1조2157억원을 올리며 무려 93%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넥슨은 2018년에는 넷게임즈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넷게임즈가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MMORPG 'V4'는 견조한 성과(9일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6위)를 내며, 모바일에서 고전하던 넥슨의 체면을 살린 게임이 됐다.

'V4' 사전등록 당시 홍보 이미지(이미지=넥슨)
'V4' 사전등록 당시 홍보 이미지(이미지=넥슨)

카카오게임즈도 1180억원대 엑스엘게임즈 인수 '빅딜'에 이어, 세컨드다이브‧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패스파인더에이트 등 3사에 230억원을 투자하는 등 개발사 투자에 공격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게임업계 IPO 대어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매출은 정체된 상태다. 2018년 출시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매출이 안정화되고, 지난해 5월 30일부턴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가 개발사인 펄어비스로 이관된 것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유망 개발사 모셔오기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한 엑스엘게임즈는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2003년 설립한 게임사다.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 8월 엑스엘게임즈에 10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2019년 10월 첫 협업 프로젝트인 모바일게임 ‘달빛조각사’를 내놓은 바 있다.

또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는 전세계 64개국 이상 지역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MMORPG ‘아키에이지’의 IP를 활용한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한 ‘아키에이지 워크(가칭)’를 개발 중이다. 두 회사는 중견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만남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그랑사가' 대표 이미지(이미지=엔픽셀)
'그랑사가' 대표 이미지(이미지=엔픽셀)

퍼블리셔와 힘을 합치는 대신 독자노선을 걷는 개발사들도 속속 보인다.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이견이 많이 발생하곤 하는데, 그 간격이 커져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는 일도 허다했다. 이에 직접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이고 유저친화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게 독자 서비스에 나선 개발사들의 포부다. 

게임 스타트업 엔픽셀은 멀티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그랑사가'를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모바일 RPG ‘세븐나이츠’를 제작한 핵심 인력이 설립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이미 300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 3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대형 퍼블리셔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나, 회사는 자체 서비스로 가닥을 잡았다. "개발사 직접 운영을 통해 장기간 서비스를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엔픽셀 측 설명이다.

공게임즈도 마찬가지다. '이사만루' 시리즈는 야구게임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대표 모바일 야구 게임이다. 넷마블, 게임빌을 거쳐 서비스 종료의 아픔을 겪으며, 세번째 이사만루는 직접 서비스에 나섰다. 상장까지 제쳐두며 이사만루3의 성공적 론칭에 매진 중이다. '이사만루3'는 지난 2월 '시범경기'라는 이름으로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원스토어에 출시됐으며, 정식 오픈은 프로야구 개막 시즌인 3월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씽크펀은 모회사 조이시티가 퍼블리셔로 있긴 하지만, '블레스 모바일'의 운영 전반은 직접 하기로 했다. 조이시티는 마케팅 등 큰 틀에서의 퍼블리셔 역할만 맡고, 조이펀은 유저와의 소통을 통한 게임 개발 및 업데이트에 중점을 둔 것. PC MMORPG 당시 강조됐던 '길드' 의 역할이 블레스 모바일에서도 주가 되면서다. 회사는 길드 단위 온오프라인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유저 의견을 직접 듣고 향후 업데이트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보완적인 관계에 있음에도 '갑질' 논란 등이 계속돼 왔던 게 사실"이라며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도 좋은 게임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지속되며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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