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시장의 ‘디스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가 자사의 해외 유튜브 채널을 통해 OLED TV의 번인을 체크해주는 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영상을 통해, OLED TV는 번인이 생길 수 있으니, 자사의 QLED TV를 구매하라며, LG전자의 주력 상품인 OLED TV를 간접적으로 디스했다.

영상 광고는 LG전자가 먼저 시작했다. 지난달 7일 LG전자는 75초 분량의 TV 광고를 공개했다. LG전자는 “A, B, F, U, Q, K, S, T 등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이고,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나는 유일한 TV는 올레드(OLED) TV”라고 밝혔다.

영상에서 LG전자는 LED TV의 앞글자가 'Q'로 바뀔 때, 다른 글자들보다 더 긴 시간을 송출했다. 업계는 이것이 삼성전자 QLED TV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 ‘TV burn-in checker’로 OLED TV 겨냥

지난 11일 삼성전자는 ‘TV burn-in checker’라는 영상을 자사의 해외 유튜브 채널 ‘Samsung’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의 기본적인 내용은 OLED TV의 번인 현상을 체크해주는 것이다. 50초의 이 영상은 OLET TV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TV에 번인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붉은 화면을 통해 확인시켜준다.

이 영상에서 삼성전자는 영상의 말미에 “번인이 생겼으면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든가, 또는 번인이 생기지 않는 QLED를 구입하라”며 QLED TV는 번인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영상을 통해 LG전자에서 나오는 OLED TV는 번인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영상이 LG전자와의 디스전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LG전자가 공개한 영상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형 TV에 LCD 백라이트 기반의 퀀텀닷(QD) 소자를 활용한 Q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LG전자는 자발광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O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형 OLED TV에 사용되는 OLED 패널은 현재 LG디스플레이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번인이 생기면 서비스 센터를 찾아라"라는 메시지(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또는 번인이 없는 삼성의 QLED를 구입해라"고 삼성전자는 광고했다.(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삼성 vs LG, 지난달 7일 '디스플레이 디스전' 시작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스전은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7일(현지 시각)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자사의 8K OLED TV를 소개하며, 삼성전자의 8K QLED TV는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LG전자는 TV 광고를 통해서도 자사의 OLED TV가 다른 TV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독일 화질 인증기관인 VDE 등의 자료를 인용, "LG 나노셀 8K TV의 화질 선명도(CM)는 90%로 나온 데 비해 삼성 QLED 8K TV는 12%로 나왔다"며, "(삼성의 TV는) 픽셀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은 LG전자의 8K 비교 시연과 관련해, "우리가 8K를 리드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어느 곳에서든 1등을 따라 하려 하고 헐뜯는 것은 기본"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은 개막전 간담회에서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이슈가 있어야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관심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LG전자와의 '맞대응'을 피했다.

당시 업계는 간담회에서 LG전자가 ‘경쟁사’가 아닌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보였다. 이날 LG전자는 17일 서울에서 별도의 브리핑을 열고 이와 관련한 자세한 설명을 하겠다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LG OLED TV 광고(사진=LG전자)
'QLED'를 언급한 LG OLED TV 광고(사진=LG전자)

2차전, 양사의 디스플레이 설명회로 '갈등 점화'

결국 LG전자의 공격으로 시작된 8K TV 논란은 10일 뒤인 17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기자들을 직접 초대한 ‘설명회’를 통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양사는 자사의 기술력을 통해 서로가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달라 논란이 해결됐다기보다는 더욱 커진 계기가 됐다.

먼저 LG전자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출입 기자들을 초대해 LG전자의 4K OLED TV와 삼성전자로 추정되는 타사의 8K QLED TV를 비교했다. LG전자는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는 영상과 영화 라라랜드의 비슷한 상황의 영상을 동시에 틀어 비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 QLED TV로는 어두운 바탕(블랙)에서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 8K TV가) 백라이트의 한계로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QLED는 빛샘으로 인해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다", "시야각 개선을 주장하지만, 측면에서는 밝기 차이가 크게 난다"고 지적했다.

LG전자의 공격에 삼성전자도 이날 오후 삼성전자 서울R&D 캠퍼스에 기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LG전자의 8K TV에 대한 공격보다는, LG전자가 삼성전자에 공격한 CM 등의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K TV 시장은 지금 성장해야 된다”며, 양사가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상생하며 성장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회가 경쟁사에 제품과의 비교보다는 8K 시장의 확대를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K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른 회사를 비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8K 시장의 확대가 중요하다. 경쟁사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설명회'(왼쪽부터, 사진=양대규 기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설명회'(왼쪽부터, 사진=양대규 기자)

3차전, LG전자 공정거래위원회에 QLED TV '허위광고' 신고

이어 19일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날 LG전자가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는 삼성전자의 ‘삼성 QLED TV’ 광고에 대해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LG전자는 “QLED(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을 ‘삼성 QLED TV’라고 하는 것은 ‘표시광고법 제 3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허위과장 표시광고임”라며, “삼성 QLED TV는 기존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한 제품으로, 별도의 광원인 백라이트와 광량을 조절하는 액정을 사용하며 구조적으로 LCD TV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의미하는 QLED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QLED TV’라고 표시광고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술을 사용한 QLED TV를 2017년 선보였으며, 소비자로부터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아 전 세계 TV시장에서 13년째 1위를 달성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TV시장의 압도적인 리더로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달했다.

퀀텀닷 기술의 차이(사진=나노시스)
퀀텀닷 기술의 차이(사진=나노시스)

4차전, 삼성전자 "QLED 명칭 해외서 문제없어"

양사의 싸움은 지난달 말까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9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2017년 삼성 QLED TV를 처음으로 출시한 후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광고심의기관을 통해 ‘QLED’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QLED TV가 미국·영국·호주에서 QLED라는 명칭이 전기발광(Electro-Luminescent QD, 자발광) 방식의 디스플레이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논쟁이 있었으나, 각국의 광고심의기관 모두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ED라는 명칭은 이미 해외 주요 국가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는데, 국내에서 뒤늦게 논란이 제기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는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삼성 QLED TV’ 관련 표시·광고에 대해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고 있어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같은 날 반박자료를 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가 잘 모르는 새로운 기술명칭을 그와 같은 기술이 구현되지 않은 제품에 사용하여 표시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고, 경쟁사의 기술개발 의지도 꺾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의 싸움이 쉽게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백라이트 기반의 QD-OLED로 추정되는 기술에 투자하겠다고는 했지만, LCD 백라이트 기반의 QLED TV 양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LG전자 역시 자사의 자발광 OLED TV의 가벼움, 유연함 등을 중심으로 기술적인 강점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기 소재로 인한 번인 발생 등의 수명 문제를 가진 OLED와 백라이트를 이용해 두껍고 색 번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재의 ‘QD 디스플레이’ 모두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궁극적인 QDEL 기술이나 마이크로LED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기 전까지는 결국 양사의 기술 다툼은 평행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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