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여전히 관할권 중복이나 지역성·다양성 등 공적 보호가치 훼손에 대한 정부의 관련 정책과 법·제도의 준비는 부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시장 재편상황을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 방향에 대해 학계 뿐 아니라 정부, 사업자까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현 CJ헬로) 인수·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경쟁 활성화를 위해 미디어 산업의 시장재편 또는 M&A(인수·합병)는 전 세계적인 흐름은 대세라는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다만, 최근의 통신 사업자의 케이블TV 인수합병 움직임은 케이블산업을 위축시키고 지역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 권익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해 CJ헬로 알뜰폰을 이통사업자가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사업자의 케이블TV M&A 심사에서 핵심 쟁점은 방송의 공공성 및 지역성, 그리고 CJ헬로의 알뜰폰 매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정위는 이통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강력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던 CJ헬로비전(독행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공정위의 설명에 따르면 독행 기업(Maverick)은 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 질서의 파괴자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써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를 말한다.

5일 오전 국회의원연구단체인 언론공정성실현모임(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의원, 책임:정의당 추혜선의원)과 공공미디어연구소는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4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마련한 유료방송시장 M&A를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 발제를 통해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방송과 통신시장의 경계가 없어지고 통신을 기반으로 한 방송과 통신사업자가 주요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알뜰폰 시장의 변화로 이동통신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불허 등) 공정위의 독점적 판단으로 방송통신사업자의 M&A를 둘러싼 일반경쟁 규제기관(공정위)과 전문규제 기관 간 관할권 중복과 갈등이 나타났다”며 “추후 공정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유료방송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정책 또는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며 “우선 문재인 정부의 방송(미디어) 정책기조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하고, 방송의 공공성 확립을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 총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 국장은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독점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법령에 따라 각각 다른 부분을 독립적으로 심사한다”며 “경쟁당국인 공정위와 방통위 과기정통부는 각각 심사하는 범위가 다르다. 심사 관할과 관련해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 세미나 현장 (사진/백연식 기자)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 세미나 현장 (사진/백연식 기자)

M&A를 심사할 때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료방송이지만 IPTV는 케이블과 동일서비스일 수 없다. 그런데도 같은 규제로 가져가고 있다. 지금 인수합병의 경우 어느 쪽으로 가든 통신사업자가 방송 영역을 포획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문제를 얘기할 수 밖에 없다”며 “유료방송 서비스가 인수·합병되는 과정은 서울 중심이다. 지역에 대한 논의 없다.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합병한 이후 지역방송 유지될 수 있을까. 방송의 지역성이 결국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 위주의 유료방송 M&A에 대한 반대의견도 나왔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IPTV와 케이블TV SO 간의 인수합병은 케이블산업을 위축시키고 지역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 권익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과기정통부의 정책 기조는 공정경쟁에 대한 정책적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M&A 당사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알뜰폰에 대한 견해 차이를 나타냈다. LG유플러스가 인수하는 CJ헬로는 알뜰폰 사업자이지만,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합병을 추진하는 티브로드의 경우는 아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통신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라고 판단되는 것은 알뜰폰이다. 알뜰폰에 관해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알뜰폰 사업을 유지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을 인수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말로 이해된다. 이것은 알뜰폰 사안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알뜰폰 사안의 본질은 알뜰폰 업계 상징인 CJ헬로 알뜰폰을 이통사업자가 인수해서 존재와 기능을 사실상 소멸시킨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알뜰폰이 중요한 이유는 이통 사업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업 영위하면서 이통사업자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라며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지난 2016년) 공정위도 CJ헬로를 독행 기업으로 봤고 이 기업이 이통사업자에게 인수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 문제를 초래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 상무는 “LG유플러스는 개별 SO 등과 동등결합 상품을 출시해 케이블 사업자의 결합상품 경쟁력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유지해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J헬로) 인수가 완료되면 가입자 점유율은 이동통신에서는 3위, 초고속인터넷 3위, 유료방송시장에선 2위가 된다. 시장지배력이 없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방송통신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방송의 공적책임을 다해 방송통신산업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의 경우 알뜰폰 이슈로 시장지배력 이슈를 감추고 있고 그런 의도가 보인다. 정부 측에서 당연히 경쟁성 제한을 볼 것인데 50% 시장 지배력에 대한 전이 이슈를 충분히 봐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3년 전 합병 불허 결정에 대해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송창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를 법령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사한다”며 “지난 (2016년) M&A 심사때 충분한 경쟁상황 판단이 있었는 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시장획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다른 당국, 통신 규제 당국도 기본원칙 공유하고 있다. 그 원칙을 기본으로 분석하고 시장획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 인상 가능성 등도 정성적인 분석이 아니라 UPP(Upward Pricing Pressure)와 같은 계량적 분석 툴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합병 심사 기준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최근 유료방송시장 변화를 보면 자본력이 있는 통신사 위주로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방송이 통신에 부상춘화가 될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요금 불공정경쟁 부분에서 과열,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 등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정부에서 중요히 봐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하는 정책을 방통위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하는 역할이 있다. 방통위는 공적책임, 지역성, 다양성 공공성 부분을 다 중점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정부도 방송·미디어 시장의 변화 양상, 특히 해외 시장의 변화 양상이 어떤 파급 효과를 가지고 우리나라에 미치는지에 대해서 유심히 관찰하고 보고 있다. 환경 변화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케이블TV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서 지역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거나 등한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지속적으로 정책 과제나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고민하고 있다. 최근, 합산 규제 후속 대책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도 케이블 지역성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담아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성이라는 것들이 처음에 개별 방송 도입 당시와 지금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결국 고정불변 개념이 아니라 진화돼야 한다. 진화 과정에서 추상적 개념이 구체화되는 과정”이라며 “추상적 개념의 법제화 과정에서 결국 시장에 참여하는 이해 관계자, 시장에 직접적인 수요자인 국민이 이를 보고 어떤 부분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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