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부문 인수 및 이통시장 1위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를 두고 통신 업계의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동통신사의 케이블TV M&A(인수합병)의 경우 SO의 지역성, 공공성 등 여러 쟁점을 살펴봐야 하지만 CJ헬로 알뜰폰 인수와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에 많은 이들이 집중하고 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강력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던 CJ헬로비전(독행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공정위의 설명에 따르면 독행 기업(Maverick)은 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 질서의 피괴자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써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를 말한다. SK텔레콤과 KT는 CJ헬로 알뜰폰 부문을 독행기업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3년 전보다 CJ헬로 알뜰폰 영향이 떨어졌다며 독행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에 대해서, KT와 LG유플러스는 이통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초고속 인터넷과 IPTV 등 결합상품으로 지배력이 전이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30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설명한 알뜰폰 이슈와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 말고도 공공성 및 공영성 확보, 지역채널 기반의 지역성 제고, 지역상생과 고용승계 및 이용자 품질 보장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KT 등 경쟁사의 M&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앞서 설명한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전이와 알뜰폰 경쟁영향 등의 반대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합산 규제 이슈로 국회의 눈치를 보며 딜라이브를 인수하고 싶어도 못하는 KT는 경쟁사의 M&A에 대해 철저한 심사 및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나중에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때 말을 바꿔 다시 어떤 논리를 내세울지 관심거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열린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 (사진/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열린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 (사진/백연식 기자)

 

CJ헬로 알뜰폰 독행기업일까...SKT-KT vs LGU+-CJ헬로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 알뜰폰을 예로 들며 문제삼았다. 정부가 4이동통신 대안으로 추진해오면 알뜰폰 정책의 무력화 및 이동통신시장 경쟁제한 및 왜곡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상무)은 “전문가를 통해 알뜰폰 경쟁상황을 분석한 결과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하위 시장에 인접해 있다”며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쟁자는 CJ헬로다. 이를 무력화 시키면 가장 이득 얻는 회사(LG유플러스)가 있을 것이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흡수 (합병) 방식이 아니라 독립된 법인격이 유지되는 인수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SK텔레콤은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 알뜰폰 망 도매제공 사업자로 지정됐고, 이통시장에서도 요금경쟁에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제와서 알뜰폰 무력화를 얘기하며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CJ헬로의 망 가입자는 SK텔레콤보다 KT가 더 많은 상황이다. KT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MVNO(알뜰폰)는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상생의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알뜰폰 독행기업(CJ헬로)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데 더 잘해서 (LG유플러스가) 독행기업 몫지 않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KT 역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해 알뜰폰의 경쟁 제한성을 지적했다. 배한철 KT 상무는 “정부는 이통시장경쟁 활성화 수단으로 2010년에 알뜰폰을 도입했고, 작년 말 기준 800만명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유일한 경쟁주체로 성장했다”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로 정부가 지난 10년간 추진한 사업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SK텔레콤-CJ헬로비전) 결합심사에서도 공정위는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인정하고 경쟁제한 우려를 표시했다. CJ헬로가 2019년에도 큰 변화 없이 독행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인수가 허용되면 앞으로 MNO(이동통신)의 알뜰폰 가입자 빼앗기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년 전, 공정위가 지정한 CJ헬로의 독행기업 지위에 대해 기준과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알뜰폰 사업은 정책의 변수가 크다”며 “독행기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M&A와 관련된 알뜰폰 사업의 합리적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사업자협회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사업부문 인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알뜰폰 사업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CJ헬로가 LG유플러스로 간다고 해서 알뜰폰 시장이 붕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보다 도매대가 산정 등 더 근본적인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지배력 전이 문제 제기돼

경쟁사의 M&A에 대해 KT는 철저한 심사 및 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타사 M&A에 훼방을 놓고 싶은 것이다. KT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에 이어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역시 문제를 제기했다.

배한철 상무는 “SK텔레콤은 여전히 이통시장의 강력한 지배적 사업자로 초고속 인터넷과 IPTV 등 결합상품으로 지배력을 전이해오고 있다”며 “정부의 신중한 경쟁제한성 검토 및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이통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고, 자회사 여러 서비스와 결합해 (지배력을) 전이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MVNO와 IoT(사물인터넷) 시장 성장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이를 제외한 점유율은 여전히 50% 정도”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 역시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에 대해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학주 상무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합병은 수평결합에서의 가격상승, 지난 2016년 공정위 의결 당시 빠졌던 혼합결합에서의 시장지배력 전이 측면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의 관건은 경쟁 제한성 및 시장 지배력 전이다. SK텔레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티브로드 합병을 통해 유료방송 경쟁력 향상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티브로드 M&A는 유로방송 경쟁력 제고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한편, 지역성, 상생 등 방송의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는 계기로 의미를 두고 있다”며 “케이블TV의 서비스 품질을 조속히 제고, 케이블TV 고객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TV의 지역성 강화를 중요한 과제로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철학에 맞춰 이를 적극 강화하겠다”며 “지역채널 콘텐츠 투자 확대 이외에도 지역민 참여확대, 재난방송 강화에도 나서겠다. 특히 콘텐츠 사업에서 협력 업체와의 상생이나 고용 관계 등에 있어 상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김정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정부의 M&A 심사 전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 및 업계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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