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B국민은행이 이르면 9월 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민은행은 올 9월을 목표로 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알뜰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민은행은 알뜰폰 5G 서비스에도 관심이 있어 LG유플러스와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요금 인하 효과로 인해 알뜰폰 가입자가 이통사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알뜰폰 진출이 이동통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이지만, ‘CJ헬로 알뜰폰 부문’이 LG유플러스 품에 그대로 안길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3년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CJ헬로를 알뜰폰 시장에서 독행기업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공정위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규제 당국이 CJ헬로 알뜰폰 매각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 경우 국민은행 등 알뜰폰 업체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9월 출시를 목표로 알뜰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현행법 상 은행은 부수 업무로 은행 고유 업무와 관련 없는 사업을 할 수 없는데,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샌드박스 정책으로 2년(최장 4년) 동안 사업 승인을 받았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는 현행법 상 사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최장 4년 간 임시 승인을 하는 제도”라며 “임시 승인 기간 동안 법이 개정될 경우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관계 부처는 반드시 법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MVNO(가상이동통신망서비스, 알뜰폰)에 대한 망 임대 의무 사업자다. 현재 정부와 SK텔레콤은 망 도매 대가 인하는 물론 5G 망 도매에 대한 협의 등을 진행 중에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고, 5G에 관심이 있는 것도 맞다”며 “망 임대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망 도매 대가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9월 중 테스트를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알뜰폰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알뜰폰의 경우 노인층이나 저소득층이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금융거래 절차 간소화 및 금융 접근성 향상, 합리적 가격을 통한 고객혜택 강화가 알뜰폰 사업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현재 LG유플러스와 5G 망 임대 협상 중..."현재는 이견 차 크다" 

알뜰폰 망 임대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업체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망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를 망임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LTE의 경우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어 협의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5G다. 현재 어떤 알뜰폰 업체도 5G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없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와 국민은행은 5G 망 임대 대가 등 다양한 계약 조건에 이견이 큰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5G 망 임대 등에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국민은행이 9월에 서비스를 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우리(LG유플러스)와 협의를 어떻게 빨리 끝내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는 (5G에 대해) 이견 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서비스 하는 알뜰폰은 금융에 대한 특징이 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 금융 앱을 제공하고, 공인인증서 인증 등이 없어지며 각종 금융 서비스 사용 시 통신요금 할인 등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등에 KB금융그룹 앱과 계열사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갤럭시 KB스타’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5G 서비스에 나설 경우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20대~40대 층에게 새롭게 어필할 수 있고, 5G의 경우 LTE나 3G보다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이 높다. 5G를 서비스하면 적어도 알뜰폰 이미지 개선은 확실하다.

다만 5G가 통화품질이나 커버리지 등에서 아직 문제를 겪고 있고 가입자들이 사실상 5G 공짜폰 효과로 5G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알뜰폰에 진출하는 국민은행이 이통사들처럼 파격적인 마케팅비와 판매장려금(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1600억원 상당의 CJ헬로 알뜰폰 인수할까...정부, 하반기 알뜰폰 활성화 대책 발표 예정

변수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다. SK텔레콤과 KT는 CJ헬로가 알뜰폰 부문 독행 기업이라며 CJ헬로의 알뜰폰을 빼고 LG유플러스가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정위의 설명에 따르면 독행 기업(Maverick)은 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 질서의 피괴자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써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를 말한다. 만일 과기정통부나 공정위가 CJ헬로를 다시 독행기업으로 판단해 알뜰폰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낼 경우 국민은행이 인수 유력 대상자로 떠오른다.

증권 업계에서 추정하는 알뜰폰 가입자 1명당 가치는 20만원이다. CJ헬로 알뜰폰 가입자가 약 80만명이기 때문에 이를 계산하면 CJ헬로 알뜰폰 사업부문 가치는 지분 100% 기준 1600억원이다. 만약 국민은행이 1600억원의 가격에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하고 당장 8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경우 알뜰폰 업계 1위 사업자가 된다. SK텔링크(73만명)와 KT엠모바일(72만명)이 각각 2위, 3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5G 서비스에 나설 경우 사실상 제 4이동통신 역할을 맡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하반기를 시작하며 정기 조회사를 통해 “대면채널의 강점은 유지하고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의 경쟁력은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그 대표주자가 바로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에 선정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기반의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라고 언급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올해 하반기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확실히 알뜰폰 지원에 나설 경우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한 예가 CJ헬로 알뜰폰 사업 부문 인수다.

작년 정부는 우체국 유통망 확대, 보편 요금제 도입을 통한 망도매대가 특례 제도 등을 추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이통3사 요금제가 이미 출시된 상황에서 현재 피해를 받고 있는 알뜰폰을 위해 망도매대가 특례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망도매대가 특례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런 조항을 담은 보편 요금제 법안이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편 요금제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어떤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통3사보다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알뜰폰을 통해) 이통3사를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새로운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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