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 방송 요금 승인(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유료 방송에 대한 주무부처는 일단 과기정통부이지만 통신·방송에 대한 사후 규제 기관은 방통위다. 현재 일몰된 합산 규제의 경우 완전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그 대안으로 유료방송 사후규제가 거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분명한 온도차가 있는 가운데 사전규제인 요금 승인 부분은 과기정통부, 사후규제의 경우 방통위 안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기정통부 안의 경우 국회의 눈높이에 많이 못미친다는 평을 받기 때문이다.

요금 승인제는 일부 신고제 전환이 바람직하고, 방송의 공정경쟁 확보를 위해 시장 집중 사업자를 지정하는 사후규제가 마련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과기정통부의 방안은 유료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인수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다”며 “국회는 이를 반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각자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유료방송 시장 사후규제에 대한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보고했다. 현재 유료 방송의 경우 이용 약관은 신고제, 요금은 승인제다. 과기정통부는 이용 약관은 신고제를 유지하고 이용 요금은 신고제로 전환하되,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전체 사업자를 대상으로 최소 채널 요금제는 승인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시장 집중 사업자에 대해서는 결합상품 요금을 승인할 방침이다.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사후규제안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사후규제안

과기정통부 신고제 전환 vs 방통위 승인제 유지...韓 ARPU 낮아 신고제로 바꿔야

방통위는 현재의 유료방송 요금 승인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주요국 대비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이 낮기 때문에 신고제로 바꿔야 하는 것이 맞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유료방송 요금 수준은 해외 주요국 대비 높지 않으며, 결합상품 중심으로 할인 경쟁이 진행되고 있어, 요금 인상이 억제되고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보고서에서 인용한 2017년도 방송시장 경쟁평가에 따르면 2016년 유료방송 월평균 ARPU는 OECD 평균 28.4달러다. 미국  77.8달러, 영국 41달러, 프랑스 20.9달러, 독일 20.8달러, 일본 20.7달러지만 우리나라는 11.9달러다.

방통위에 따르면 원래 유료방송 합산규제 등 시장점유율 규제는 독과점적 지위를 제한해 공정경쟁 질서를 확보하고 매체간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통신사(IPTV) 위주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은 통신시장의 영향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돼 방송의 부상품화 등 방송산업 약화가 우려되는 것은 분명하다.

합산규제와 시장점유율 규제가 폐지될 경우 공정경쟁, 다양성 · 지역성 보장 등의 정책 목적이 실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전적 규제인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폐지하려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에 대한 사후행위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방통위의 판단이다. 방통위가 사후규제 기관인 만큼 방통위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방통위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 내용
방통위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 내용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와 시장점유율 규제를 모두 없애면 IPTV3사가 유료방송 시장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라며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사후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있었던 과방위 법안 소위에서 공정경쟁 확보방안, 유료방송 다양성 · 지역성 강화 방안, 위성방송 공익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점은 방통위의 사후규제 안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방통위, 시장 집중 사업자 지정...공공성 강화하는 KT스카이라이프는 제외해야

방통위는 시장 구조(사업자 수, 점유율, 제도), 시장 행위(요금, 품질), 시장 성과(영업이익률  등) 경쟁 상황 평가를 통해 시장 집중 사업자 지정 및 고시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KT 또는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시장 집중 사업자가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합산규제가 폐지되는 만큼 KT스카이라이프는 시장 집중 사업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IPTV와 달리 SO(종합유선방송 사업자, System Operator)나 위성방송은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공공성·공익성 강화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방통위는 SO, 위성방송의 회계 분리와 영업 보고서 검증, 매출액의 5% 이내로 상향(행위 별 차등규제)하는 과징금 등을 통해 공정경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 ·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사업자)가 특수관계 플랫폼에 유리한 조건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행위, 플랫폼이 특수관계 PP · CP에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방송법과 IPTV간 다르게 규정된 금지행위 규정 통일 등 금지행위 신설 및 강화를 통해 공정경쟁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합산규제 폐지와 통신 사업자(IPTV)중심의 M&A로 인해 통신지배력의 유료방송에 대한 전이로 일어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사후규제는 필요하다는 것이 방송시장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라며 “방송법이나 대통령령(시행령) 등의 근거규정을 통해 시장 지배적(집중) 사업자를 지정해 그에 따른 합리적인 책임과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담보를 규정하고 유효경쟁체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선정시 미디어의 다양성 평가 부분도 없다. 방통위는 합산규제 폐지 후 부작용을 막기 위한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제도 도입을 포함시키는 등 더 많은 대안을 제시했다”며 “유료방송 사후규제는 (과기정통부가 아닌) 방통위가 맡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 내용
방통위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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