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쿠팡이 최근 20억달러 투자금을 추가 유치, IT기술기업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간다. 쿠팡은 자사를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이 아닌 IT인터넷기업으로 정의하며, 해외에선 '아마존'과 비교해달라는 당찬 포부다. 

지난 20일 밤,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10억달러를 받은 데 이은 추가 투자금 유치다. 국내 e커머스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계속된 적자로 사업자간 생존경쟁으로 비춰지고 있어 두번째 투자에 대해 궁금증은 더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78조2000억으로, 2014년 45조3000억이었던 것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반면 각 기업들의 성적표는 마이너스다. 2017년 주요 e커머스의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은 쿠팡이 -6388억, 위메프가 -417억, 티몬이 -1152억원이었고, 매출은 각각 2조6846억, 4730억, 3572억원이었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3사를 제외하고도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SK플래닛의 11번가 등 온라인 마켓을 선점했던 강자들도 있다. SSG닷컴 등 오프라인에서 기반을 다진 대기업들과 카카오커머스로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는 카카오까지 경쟁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 관계자는 "미국 IT기업 아마존의 경우에도 창업 10년 뒤에나 흑자전환했다. 쿠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계속된 적자가 '계획된 투자'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군도 e커머스를 넘어 IT인터넷기업으로 분류되길 바라는 모양새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투자 유치도 인터넷기업으로서의 비전을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미지=쿠팡)
(이미지=쿠팡)

"쿠팡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인터넷 기업입니다. 쿠팡의 혁신적인 기술과 문제 해결을 위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이커머스 산업에 새로운 기준점을 세우고 있습니다. 쿠팡의 독보적인 기술과 인프라 덕분에 쿠팡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엔드-투-엔드 물류 기술과 혁명적인 라스트마일 배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소개 중 일부다. 

쿠팡은 기업의 변곡점 중 하나로 모놀리틱(Monolithic) 아키텍처에서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로 변화시키고 지난해 8월엔 자체 기술로 모든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이관한 것을 꼽는다. MSA를 기반으로 하루에 약 100회 이상의 배포를 이상없이, 즉 서비스 중단(점검) 없이 실행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대규모 이용자도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에서 플랫폼을 구축했다면 오프라인에서는 회사의 마스코트와 같은 쿠팡맨, 그리고 로켓배송이 그들의 최고 자랑거리다. 

쿠팡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의 연면적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축구장 151개 넓이에 달한다. 하루에 배송되는 로켓배송 상자는 약 100만개, 지난 9월 누적 배송량 10억개를 돌파해, 쿠팡의 자체 배송량을 국내 택배업체와 비교하면 2위 수준이다.

물류센터의 확충에 힘입어 쿠팡은 더욱 빠른 배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는 우유, 달걀, 과일, 정육, 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쿠팡의 새벽배송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7시 이전까지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 인천, 경기(대부분) 지역에서 가능하다. 일반 로켓배송의 경우에도 아침 7시 이전까지 받아 볼 수 있는 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은 99%의 성공률로 제시간에 배송된다"며 "물류센터에서도 그간 쌓인 데이터를 통해 가장 빠르게 패킹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제공한다. 직원 중 40%가 개발자인, '인터넷 기업'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아마존이 주목한 것도 물류"

아마존이 주목한 것도 물류였다. 2005년에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간 회원료(12.99달러)를 지불하는 고객은 수십만개의 제품에 대해 2일만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미국에선 꽤나 충격적인 서비스로, 많은 이용자를 포섭했다. 2014년엔 1시간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 '프라임 나우 서비스'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했다.

인터넷 도서 판매로 1994년 시작한 아마존은 배송서비스를 필두로 급성장, 클라우드 비즈니스인 아마존 웹서비스(AWS),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등을 출시하고,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거대 기업이 됐다. 지난 9월엔 시가 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아마존은 미국 내 70개 이상의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와 9만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점점 더 빠른 배달을 위해 물류 창고를 지역 도시 시장에 근접하게 배치하고 있으며, 드론이나 로봇 등 신기술 접목에도 열심이다. 아마존은 자본금 1만 달러로 창업한 이래 단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고 2017년에만 당기 순이익의 7배가 넘는 226억달러(24.1조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IT기업의 R&D 투자를 보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166억달러, 인텔 131억달러, MS 123억달러, 페이스북 78억달러로, 아마존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최근 쿠팡도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하며 아마존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지난 10월 선보인 '로켓와우클럽'은 ▲로켓배송 상품 가격 상관없이 무조건 무료 배송 ▲로켓상품 30일 이내 무료 반품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을 수 있는 당일배송 ▲신선식품 새벽배송 등을 제공한다. 현재 90일간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월회비는 서비스 오픈특가로 당분간 2900원에 이용 가능하다.

쿠팡에 따르면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가입자수가 빠르게 증가해 1주일만에 15만명이 가입했으며, 조만간 가입자수가 1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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