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행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금융주가 급등했다.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진행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금융주가 급등했다. [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금융주들이 정부가 진행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감에 급등한 가운데 상승세를 지속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홍콩H지수 파생결합증권(ELS) 배상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주(3월 11일~3월 15일) 은행주는 6.4%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0.5%) 대비 큰 폭의 초과상승세를 기록했다. 은행주는 2주 동안 11% 상승했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책임 이행 원칙) 개정 및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등을 집중 논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주 국내 기관투자자는 코스피를 4080억원 순매수했는데 그중 은행주 매수 금액이 165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반면 코스피를 706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그 와중에도 은행주는 188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대형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KB금융은 2주만에 약 20% 상승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 주가 상승률이 6~7%에 달했다. 

증권주는 지난 주 0.4% 하락하며 은행주와는 달리 수익률이 하락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 장중 1만3000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NH투자증권은 13년 만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발표했다. NH투자증권의 주주환원정책을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 성향 40%다.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자사주 소각 및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주가가 5.1% 상승했다. NH투자증권에 뒤이어 2026년까지 자사주 210만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키움증권은 주가가 올해들어 32% 올라 상승 곡선을 그렸다. 

금융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각되며 상승해왔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경우 지난 3월 거래소를 중심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정책 시행 이후 일본은행들의 주주환원율이 상향되고 당시 PBR 0.5배대에 거래되고 있던 일본 은행주들은 현재 PBR이 0.7배를 상회하고 있다. 주요 3개 대형은행은 정책 시행 이후 1년만에 주가가 평균 약 50% 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금융주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감으로 상승했지만 홍콩H지수 ELS 배상안과 부동산 PF 리스크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은행권의 홍콩H지수 기초 ELS 판매잔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 15조4000억원이다. 이중 국민은행 판매액이 8조원, 신한은행·NH농협은행·KEB하나은행이 각각 2조~2조4000억원, 한국SC은행이 1조2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홍콩 ELS 배상 비율은 판매 규모 및 판매사 귀책 사유에 따라 투자자 손실액의 20~60%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은행은 적합성원칙, 설명 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된 사례가 많아 기본배상비율이 2~30%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5개 은행의 2023년 당기순이익 합계 규모는 11조8000억원으로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이 일괄 적용될 경우 은행의 손익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의 홍콩 ELS 배상안이 대형 은행 기준 일정 수준의 부담을 주는 건 불가피하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은 "최저 기본 배상 비율 20%에 공통 가중 10%P를 적용한 배상 비율 30%만을 가정할 경우 가장 판매잔액이 많은 KB금융 배상 금액은 약 7000~8000억원, 신한과 하나는 1000~2000억원 규모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배상 비율이 40%까지 올라가는 경우 KB금융이 약 1조원, 신한과 하나는 2000~30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관련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업종 대부분 증익이 기대되며 ELS 리스크가 해소되는 국면이라는 점과 여전히 밸류업 기대감은 유효하기 때문에 은행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홍콩H지수가 2021년 1분기 고점을 기록하고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손실률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상당 부분의 비용이 주가에 반영된 점주당 배당금(DPS) 추정치 변화가 적은 점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변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경우 홍콩 ELS 판매잔액은 3조4000억원으로 금융당국의 예상추정 손실률을 준용하면 총 예상 손실 규모는 1조1000억원이다. 단, 한국기업평가는 증권사의 홍콩 ELS 관련 대규모 헤지손실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2023년 9월 홍콩 ELS 미상환잔액이 21조원에서 올 2월 17조원으로 감소했고 2월 이후 홍콩H지수가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리스크도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2023년 잠정실적은 해외 대체투자 손실, 국내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 등 영향으로 큰 폭으로 저하됐다. 증권사는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져 42조5000억원 중 12.9%인 5조5000억원을 누적 손실로 인식했다. 미국과 유럽 중심 해외 상업용 부동산 만기 도래 예정 금액은 4조3000억원으로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단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의 경우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형사는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을 부담하고,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만기연장 실패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있다. 대손발생에 대한 손실완충력, 유동성 대응 능력 등 재무안정성 영향 수준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