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가 17년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했다. [사진:셔터스톡]
일본은행(BOJ)가 17년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했다. [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일본은행(BOJ, Bank Of Japan)이 지난 19일 열린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2007년 이후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 폐지를 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일본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현상) 청산은 일어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엔화 강세 시 국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BOJ는 수익률곡선관리를 동반한 양적질적완화정책(QQE)를 종료하고 단기금리를 0.0~0.1%로 인상했다. 국채는 계속 매입할 예정이나 여타 자산 매입은 중단 및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 통화 정책 단계적 변화 [사진:한국투자증권]
일본은행 통화 정책 단계적 변화 [사진:한국투자증권]

국채 매입은 장기금리(10년물) 상한 목표치(1.0%)를 삭제하고 이전과 같은 규모로 지속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OJ는 현재 월 6조엔(53조원) 수준의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일본 부동산 리츠 매입은 중단하고, 기업어음(CP)과 회사채는 매입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일년 안에 매입을 종료한다.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임금과 물가 선순환이 강화되며 BOJ가 목표치로 삼았던 2%대 물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일본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2%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 이익 증가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 여력이 강화되면서 임금 상승률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노동총연합회에 따르면 일본 노조들이 요구한 2024 회계년도 평균 임금 인상률은 5.85%로 2023년 4.49% 및 목표치(5.0%)를 크게 상회했다. 실질 임금 상승률도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개선되며 시장의 3월 정책 전환 기대감을 높였다. 

BOJ 회의 결과 발표 직후 일본 증시는 상승세를 탔고, 엔화와 금리는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 19일 닛케이 지수는 4만선을 회복하며 전일 대비 0.7% 상승했고, 토픽스 지수는 전일 대비 1.1% 상승했다. 엔달러환율은 150엔을 화복했고, BOJ가 장기국채 매입 계획을 유지하며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히려 전일 대비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일본의 금리 정책 방향 전환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BOJ가 장기 금리 안정 의지를 보였고 과거 일본의 미국채 매입은 오히려 양국 간 금리 차가 축소할 때 증가했다. 우려와 달리 일본의 금리 상승이 미국채 매도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대외 채권 매입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과 한국 간의 채권 투자 규모는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채권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일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수세가 약해지면 미 국채 금리 상승을 통해 한국 금리가 상승할 수는 있다. 일본 금리가 소폭 상승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매우 큰 만큼 당장 미국 금리에 수급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일본 국채 매입을 지속하는 등 급격한 정책 정상화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시 채권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채 및 국고채 금리는 주요국 금리 인하에 따라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확률 역시 적다고 전망이 우세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엔화 급등화 엔 캐리 청산을 유발한 요인은 일본 내부 요인이 아닌 미국 또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위기였다. 연내 미국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되지 않는다면 엔화 급등 우려는 제한적이다. 엔달러 환율은 연말 140엔대 초반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말 엔화 환율 범위는 120~140엔대로 예상치가 이뤄졌다. 연중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엔 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 여지는 크지 않다. 엔화의 점진적인 강세가 기존 경로인만큼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으로 주요국 증시의 주가 불안 초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엔화 약세가 유지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김상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일 경우 일본 대비 한국 증시 성과는 부진할 것이다. 일본의 통화정책이 당분간 관망세를 보인다면 한국 증시도 박스권(코스피 2600pt대) 내에서 되돌림을 주는 수준 정도가 예쌍된다. 업종에서도 저PBR주 모멘텀은 약화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감세는 국회 통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선 불확실성도 저PBR주 모멘텀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 통화정책 전환에도 선반영, 긴축이 아닌 정상화, 3월 FOMC 회의 경계감으로 엔화는 약세를 유지했다.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 증시 및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이전처럼 환율이 한-일간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800원 후반대의 엔-원 환율은 국내 수출기업 이장에선 달갑지 않은 수준이다. 주식시장 관점에서도 슈퍼 엔저가 일본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지지해준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저 현상은 국내 일학개미 돌풍을 불러왔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올 1분기 일본 주식을 11억196만원 매수했다. 전년 동기(2억1256만원) 대비 4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주식 매수 건수도 1만7014건에서 4만5526건으로 167% 급증했다. 

엔저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김찬희,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 대세계 수출 경합도는 2015년 0.487p에서 2021년 0.458p로 다소 완화됐다. 총 대외부채 중 엔화 비중은 2000년대 3.3%, 2010년대 3.0%, 2020년대 2.6%로 하락했다. 이제는 엔화 표지 자산이 엔화 표시 부채보다 많다. 엔화 급변동에 따른 채무부담 증감 우려도 제한적이다. 향후 BOJ의 공격적 긴축 가능성도 낮고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도 과거보다 낮게 바라봐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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