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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개발에 라이다 센서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DFR솔루션즈]

[디지털투데이 추현우·김현우 기자]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에는 해묵은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차량이 주변 사물을 인식함에서 어떤 기술과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는 논쟁이다. 그리고 이 논쟁의 한 가운데 '라이다'(Lidar) 센서가 있다.

라이다는 라이트(Light)와 레이더(Radar)의 합성어로 레이저를 주변에 비춰 사물의 거리와 방향, 속도 등 특성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감시 카메라 센서, 배달용 로봇, 드론, 스크린도어, 도로교통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자율주행차를 이루는 핵심 기술이다.

현재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기술은 라이다를 채용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로 나뉜다.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은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인 기업은 테슬라(Tesla)이며, 구글 웨이모(Waymo)와 중국의 샤오펑(Xpeng) 등 대다수 기업이 라이다를 적극 활용한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테슬라 vs 나머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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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 없이 내장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 테슬라 [사진: 테슬라]

일론 머스크 "라이다, 공짜여도 안쓴다"

지난 2019년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시연회(Tesla Autonomy Day)를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발전 방향을 공개했다. 당시 웨이모, 포드 등 타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과 큰 차이점을 보인 것이 바로 라이다와 고정밀지도(HD맵)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은 라이다를 써서 주변의 차량과 사물을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라이다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가지고 HD맵을 만들지도 않는다. 라이다 센서가 지나치게 비싸고 거추장스러우며 HD맵 역시 실시간 도로 환경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효용이 낮은 기술이라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다.

라이다와 HD맵의 빈자리는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된 8개의 내장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 레이더가 대신한다. 전 세계 흩어진 120만대의 테슬라 전기차로부터 받은 도로 환경 영상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분석한다. 데이터 분석 및 처리는 테슬라 전기차에 내장된 뉴럴넷 칩(NPU)이 맡는다.

테슬라는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라이다가 없이도 더 정확하고 신속 대응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가 전 세계 도로 현장에서 수집한 자율주행 데이터는 35억km 분량에 달한다. 라이다를 사용하는 웨이모가 3200만km 수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센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테슬라의 주장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독일의 다임러도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와 밀리미터파 레이더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이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의 센서 퓨전 기술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 올해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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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 센서를 활용해 전방 사물을 측정하는 사례  [사진: 센테크]

■웨이모·샤오펑 "자율주행에 라이다는 필수"

반면,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와 중국의 샤오펑 등 전기차 전문 제조사들은 라이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와 달리 라이다가 정확도와 효율면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는 것.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전파로 앞뒤 차량의 거리와 속도를 계산하는 레이더, 그리고 주변 사물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해 고해상도 HD맵을 만들 수 있는 라이다까지 3종의 센서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베꼈다는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샤오펑은 드론 제작사 DJI가 지원하는 라이다 제조업체 리복스(Livox)의 라이다 센서를 채택하고 있다. 테슬라를 벤치마킹한 자율주행 기술에 라이다를 더함으로써 한층 자율주행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설명이다.

10년 전,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던 라이다 센서도 현재 백만원대로 하락했고, 소형화를 통해 차량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내장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라이다 제작사들의 설명이다.

리복스가 개발한 최신 라이다 센서는 현재 대당 150만원 수준까지 가격을 낮췄다.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경우 대당 100만원 아래로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라이다 센서 분야 양대산맥인 벨로다인(Velodyne)과 루미나(Luminar)는 올 하반기 대당 50만원대 제품 출시를 공언한 바 있다. 자율주행 시장의 선도자 웨이모는 라이다를 자체 개발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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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다인의 회전형 라이다 센서 [사진: 벨로다인]

■국내 라이다 업체들 비상 중...글로벌 경쟁력 확보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에 눈을 뜨면서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GM, 포드, 도요타,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서비스, 구글 웨이모, 국내의 네이버, 중국 바이두 등 IT 업계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라이다 센서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라이다 시장 점유율은 벨로다인, 루미나 등 대부분 해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서울로보틱스(Seoulrobotics), 오토노머스 에이투지(Autoa2z) 등 소프트웨어 기업과 에스오에스랩(SOSLAB), 카네비컴(CARNAVICOM) 등 하드웨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라이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서울로보틱스는 국내 라이다 업체 에스오에스랩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등 완성차 업체와 벨로다인, 오스터 등 해외 라이다 업체들과도 협력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로보틱스는 독일 등 9개국에 자율주행 라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BMW와 손잡고 3년간 '자율주행 라이다 인지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해 이목을 끌었다. 개발에 성공하면 BMW 생산공장에 본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또한 퀄컴, 벨로다인과 함께 스마트 시티용 라이다 솔루션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한 모습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오토노머스 에이투지가 참여한 수요응답형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오토노머스 에이투지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세종시에서 수요응답형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을 시작해 화제가 됐다. 자율주행차량 솔루션과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담당한다. 운행 차량에는 전후좌우에 각 1개씩 모두 4개의 라이다 센서가 장착된다.

카네비컴은 네비게이션, 블랙박스 기업으로 출발해 2016년부터 라이다 산업에 뛰어들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16CH 차체 내장형 자율주행 라이다 개발을 위해 완성차 업체들과 활발히 협력중이다.

에스오에스랩은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차량과 보안, 산업용 라이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용 라이다는 현재 레벨2~3단계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고정형 라이다 센서로 향후 레벨4 단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는 "국내에서도 라이다가 탑재된 자율주행차량 늘어나면서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라이다가 모빌리티는 물론 보안, 로봇, 산업, 스마트 시티 등 다방면으로 활용 능력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촉발한 라이다 논쟁…결론은 패러다임 변화

지난해 상반기까지 라이다 논쟁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다수 자율주행차 개발 기업들이 라이다를 채택하고 있는 데 반해 테슬라만 라이다 무용론을 펼쳤다. 테슬라가 워낙 독보적인 운행 데이터와 자율주행서비스 상용화에 먼저 나선만큼 라이다 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라이다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애플이 라이다를 장착한 애플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덩달아 라이다 센서 제조사 주가가 폭등했다. 

대표업체인 벨로다인과 루미나 두 곳의 주가가 30% 이상 급등했다. 두 회사 모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상장한 기업으로,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루머성 소식에 가까운 애플의 전기차 진출설에 부품제조사 주가가 폭등하는 것은 단순히 애플카가 라이다를 탑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시장 환경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 일본, 한국 중심의 기존 자동차 산업이 IT 중심의 기술 산업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을 필두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뒤바뀔 수밖에 없다.

라이다는 센서 그 자체가 아닌 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로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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