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카와우]
[사진: 카와우]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달군 뜨거운 키워드는 '테슬라'였다. 마치 전기차 시장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마냥 '테슬라'가 2020년 전기차 시장을 잠식하는 가장 큰 이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12월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 전기차 시장 진출설이 돌자 미국 전기차 시장은 물론 증권 시장까지 들썩였다. 

PC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 마지막 남은 IT 미개척지,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성 소식 하나에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과연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이 어떤 의미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시장이 이토록 흔들리는 걸까?

■애플카, 정말 나올 것인가

일단, 애플이 어떤 방식이든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명확한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외신은 애플이 적어도 2015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로 불리는 자동차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타이탄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만 수백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2018년 12월 애플은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한국계 앤드루 킴, 그리고 테슬라 차량개발 담당 임원이던 더그 필드을 영입한 것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테슬라 출신 핵심 인사는 이들 외에도 다수가 애플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와 닛산 출신 엔지니어도 합류했다. 2015년에는 삼성의 배터리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를 통해 애플카가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이 아닌 배터리 기반 전기차나 하이드리드 차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는 팀 쿡 애플 CEO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체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8년에는 애플이 폭스바겐과 무인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논의한 적이 있으며, 2019년 자동차 관련 개발자 퇴사로 인해 잠시 타이탄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축소된 적이 있지만, 현재까지도 해당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각종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애플 전문 매체인 맥월드의 루이스 페인터 선임 기자는 기고문을 통해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그 성격이나 목표가 바뀐 듯한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이 자체적인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진행해왔고 폭스바겐 등 제휴사나 협력사를 통해 이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근 자동차 직접 제조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통합 OS 공급을 통한 애플카 생태계 구축으로 선회했다는 것이 루이스 페인터 기자의 추론이다.

애플의 자동차 관련 특허 중 하나 [사진: 파텐틀리애플]
애플의 자동차 관련 특허 중 하나 [사진: 파텐틀리애플]

■애플카는 어떤 모습일까?

애플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 제품에 대해 기술 정보는 적지 않게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애플카의 개략적인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이 처음으로 자동차 관련 특허를 언급한 것은 차량 내 조명 시스템 특허다. 차량 대시보드 외 각종 조작부나 운전석 시트에도 LED나 OLED 조명을 설치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개념이다.

조명 시스템 특허 외에도 2011년부터 아이폰과 차량을 연동한 스마트키 특허, 원격 조종 특허, 차량 내부 카메라 특허, 자동 주차 특허 등 십여개 특허가 발견됐다.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2017년에는 토요타 렉서스 SUV 차량에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애플 소속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목격됐다. BMW와 폭스바겐과의 협상을 통해 애플이 기계학습을 통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차량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한 것이 드러났다. 웨이모가 시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 구현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종합하면 애플카의 전체적인 모습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기반 전기차로 추정할 수 있다. 테슬라처럼 전기차 자체를 애플이 직접 제조하진 않더라도 전기차 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관련 인프라는 애플이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가격 정보도 흘러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컴퍼니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카의 제품 단가는 테슬라의 고급 스포츠 세단형 전기차인 모델 S와 비슷한 수준이 되리라 전망했다. 영국 파운드화로 67980파운드, 우리 돈으로 1억원 가량이다. 애플다운 가격이다.

■애플은 왜 자동차를 만들려 하나

PC와 모바일 등 글로벌 IT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위치를 차지하는 애플이지만, 자동차는 장치산업에 가까운 제조업이다. 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게다가 대단히 자본집약적이고 규제가 강한 것에 반해 수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자동차 산업에 애플이 굳이 뛰어들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페이 부문에서 애플과 제휴하고 있는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추구하는 것이 '자동차' 자체가 아닌 '자동차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컴퓨터와 휴대폰이라는 현대인의 필수 기기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남은 영역은 자동차다. 게다가 자동차는 비교적 IT화가 비교적 덜 진행된 산업 분야다. 애플은 맥과 아이폰의 경험을 자동차로 확장하길 원한다. 현대인이 일하고 대화하고 이동하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에 애플 제품이 스며들길 원한다.

골드만 삭스는 애플카를 '자동차'가 아닌 '이동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애플의 투자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제조업의 낮은 수익성 역시 애플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이를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몇만달러에 팔아 이윤을 남기기보다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애플 자율주행 서비스', '애플 카뮤직 서비스', '애플 내비게이션 서비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이윤을 획득한다는 방식이다.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기술력은 이미 모두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막강한 자본조달력과 특A급 인재, 하드웨어 설계능력, 특히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개발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존 자동차 기업이 쫓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 테슬라]
테슬라 전기차용 18650 배터리 [사진: 테슬라]

■애플은 자동차 시장을 어떻게 혁신할까?

애플은 맥프로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맥 제품과 아이폰, 액세서리 제품인 에어팟까지도 중국, 대만 등 해외 협력사를 통해 외주 제조하고 있다. 세계에서 공급망 관리(SCM)를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때문에 애플카가 등장한다면, 제휴사나 협력사를 통해 외주 제작으로 진행할 것이 유력하다. 생소한 전기차 생산에 쉽진 않겠지만, 전혀 도전하지 못할 장벽은 아니라는 것이 자동차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터리 기술도 가지고 있다. 정확히는 배터리 관리 기술(BMS)이다. 그리고 PC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독자적으로 만드는 유일한 기업이 애플이다. 자동차용 통합OS는 애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테슬라와 함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궁극적 경쟁자는 폭스바겐이나 토요타, 현대차가 아닌 애플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자율주행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Canoo)의 토니 아킬라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배터리 산업의 규모가 양과 질 모두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토요타 등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등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향상에도 애플이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라이다(Lidar)를 쓰는 전기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루머성 뉴스 하나에 벨로다인, 루미나 등 라이다 전문기업들의 주가는 하루 만에 6~7%씩 상승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사 퀀텀스케이프 주가는 단 며칠 만에 30% 이상 올랐다. 

토니 아킬라 CEO는 "애플이 가진 강력한 브랜드, 기술력, 구매력, 자금력이 전기차 시장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분야에서 애플의 전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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