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확대로 화상회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줌
재택근무 확대로 화상회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줌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재택근무, 원격회의 증가로 줌, 팀즈 등 화상회의 솔루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량 해고 수단으로 화상회의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전기 킥보드 스타트업인 버드(Bird)는 '코로나19 관련 공지'라는 이름으로 단체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회의 내용은 코로나 대응 방침 같은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가 단체 해고 통보를 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소집한 것. 여기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무료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이 쓰였다.

트래비스 반더잰든 버드 CEO는 5일(현지시간)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이 다소 와전됐다"면서 "화상회의를 통해 해고와 관련된 전체 공지를 한 후, 개별 직원과 접촉해 한 달간의 급여 제공과 석 달간의 의료보험 유지 등 해고 위로 수당 지급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부당 해고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직원도 나오는 상황이다. 버드의 전 직원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여전히 자동차 대신 전기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정리 해고 후 나는 더는 '버드' 브랜드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전기 스쿠터 공유업체 버드(Bird) /사진=버드 페이스북
전기 스쿠터 공유업체 버드(Bird) /사진=버드 페이스북

비슷한 사례가 출장 유아 돌보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원더스쿨(Wonderschool), 인공지능 기반 모바일 구인구직서비스인 짚리크루터(ZipRecruiter)에서도 일어났다. 직원들에게 화상회의를 통해 해고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원더스쿨은 전체 직원의 75%인 50명이 해고됐으며 짚리크루터는 443명이 해고됐다. 이 중 상당수의 직원이 해고 사실을 화상회의나 원격 협업툴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도 일도 원격, 해고도 원격 시대

채용과 해고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제도와 기업 문화를 가진 미국이지만, 화상회의를 통한 간접 통보 방식의 구조조정은 채용 시장에서 금기하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인 브랜드 및 기업 평판 관리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HR 기술업체 커리어아크의 야일 라이머 사장은 "IT 시장은 인력풀이 작기 때문에 무분별한 해고는 인재 채용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인력 관리 경험이 미숙한 스타트업에서 적절치 못한 해고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기반 모바일 구인구직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던 짚리크루터(ZipRecruiter) /사진=짚리크루터 페이스북
인공지능 기반 모바일 구인구직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던 짚리크루터(ZipRecruiter) /사진=짚리크루터 페이스북

뉴욕타임스도 지난 1일(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실리콘밸리 IT 스타트업의 연쇄 구조조정 문제를 다뤘다. 섣부른 사업 확장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수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사에 다르면, 3월 한달간 IT 부문에서 약 6000명의 직원이 해고되거나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은 피트니스 플랫폼 클래스패스, 공간 임대회사 크노텔, 단체 여행사 트립액션 등 50개 이상에 달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안드레센 호로위츠, 세쿼이아 캐피털 등 유명 VC로 부터 수백만달러씩 투자를 받던 곳이다.

경력 관리 회사인 키스톤 파트너의 일레인 바렐라스 이사는 "화상회의는 최악의 해고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직원을 갑자기 범죄자처럼 다루지 말아야 한다. 위임받은 관리자로 하여금 모든 직원과 일대일 미팅을 통해 구조조정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IT 스타트업의 장점이자 특징이지만, 구조조정 방식이 그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직원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브랜드 손상을 가능한 줄이는 방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직원 개인별 접촉을 통해 감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일레인 바렐라스 이사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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