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현재 금융업계에 핫이슈다. KB금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국내 금융업계에서 최상위권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업계 내 사람들은 윤회장을 ‘똑부’라고 부른다.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는 의미다. 윤회장의 이름 앞에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은 상고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CEO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윤회장은 KB금융그룹 내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이다. 그는 과거 경영 성과와 조직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현재 회장이 되었다. 실제로 윤회장은 2014년 취임 전 당시, 경영진 간 내분의 원인이 된 ‘KB금융 사태’로 흔들렸던 그룹을 같은 해 취임하자마자 과감한 결단력으로 빠른 기간 내에 안정화했다. 이를 계기로 윤회장은 내분 사태를 안정화하는 데 적절한 인물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리더십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왕적이라며 윤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노조의 반대도 있었지만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불명예 퇴진을 했던 KB금융지주의 악순환 고리를 윤회장이 끊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2030세대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노타이 차림의 윤종규 회장. 2030세대 임직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직원들이 의견을 내는 데 어려워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친근한 CEO로 보이려는 윤회장의 니즈를 외적 이미지로 잘 표현했다. (사진=KB금융지주)
지난 6월 2030세대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노타이 차림의 윤종규 회장. 2030세대 임직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직원들이 의견을 내는 데 어려워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친근한 CEO로 보이려는 윤회장의 니즈를 외적 이미지로 잘 표현했다. (사진=KB금융지주)

윤회장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로 지금도 수행비서 없이 백팩을 메고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는 다른 CEO들과 다른 행보다. 윤회장은 백팩에 각종 자료를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검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그의 평소 지론이 잘 나타난 행동 중 하나다. 직원들에게 친근함을 어필하기 위해 백팩을 메고 다닌다는 윤회장은 소통 잘하는 CEO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소통 리더십에도 좋은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윤회장이 소통으로 해결하지 못한 미해결과제가 있기 때문인데 바로 노조와의 갈등이다. 특히 회장직을 연임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커졌다. 이로 인해 KB금융 노조협의회로부터 '소통을 요청했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온화함과 냉철함 함께 가지고 있어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윤종규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에 따르면 윤회장의 대표 이미지 키워드는 ‘빈틈없는, 어수선한, 합리주의’다. 

윤종규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 (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윤종규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 (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웃는 모습이 많아 좋은 인상을 가진 윤회장의 외적 요소 키워드는 ‘빈틈없는’으로 나타났다. 반백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겨 학자의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신뢰 이미지가 중요한 금융업계에서 윤회장은 CEO답게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이다. 또 외부 공식 석상에서는 거의 100%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노란색 넥타이를 고수한다. 노란색, 황금색은 금융을 의미하는 컬러로 KB금융의 CI에도 사용되는 상징컬러다. 윤회장은 넥타이뿐 아니라 코르사주도 노란색과 잘 어울리는 컬러인 붉은 계열의 꽃으로 매칭하여 외적 감각이 있는 CEO로서의 이미지를 잘 연출했다. 또 윤회장은 TPO에 맞는 이미지 연출로 외부와 소통을 잘한다. 2030세대 임직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편안함을 주기 위해 노타이를 선택했으며, 산업단지 시설에 방문할 때는 작업복을 착용하고, 전통 시장을 방문할 때는 점퍼를 입었다. 때와 장소를 고려한 의상 착용으로 소통을 잘하는 CEO답다.

윤회장은 전체적으로 온화한 인상이지만 때로는 긴장하거나 끊임없이 생각하고 계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무표정으로 있을 때, 작고 날카로운 눈, 얇은 입술, 두드러진 광대, 마른 체격 등의 외관은 냉정하고 예민해 보인다. 하지만 온화한 미소, 배려심 있는 행동 등의 외적 이미지 연출을 통해 이런 차가운 인상이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회장의 습관 중 하나는 몸을 뒤로 빼는 듯한 제스처를 자주 취하는 것이다. 몸을 뒤로 빼니 자연스럽게 어깨가 위로 올라가 청중에게는 말하는 사람이 불편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행동 언어 수정을 통해 CEO라는 직위에 어울리는 제스처를 익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습관 중 하나는 몸을 뒤로 빼는 듯한 제스처를 자주 취하는 것이다. 몸을 뒤로 빼니 자연스럽게 어깨가 위로 올라가 청중에게는 말하는 사람이 불편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행동 언어 수정을 통해 CEO라는 직위에 어울리는 제스처를 익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KB금융지주)

반면 윤회장의 대표 행동 언어 키워드는 ‘어수선한’으로 나타났다. 취임식이나 대학교 특강 등 마이크를 잡고 스피치 할 때 윤회장의 행동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분석한 결과 부산스러운 손이 가장 눈에 띈다. 청중을 향해 인사를 할 때부터 두 손이 다리 사이에 위치한다거나 오갈 곳이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청중 앞에 나선 자리가 초조하고 걱정되는 상황인 듯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 윤회장은 스피치가 진행되는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는 행동을 반복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자신의 심리상태를 들키고 싶지 않다는 욕구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윤회장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며 성공적인 스피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동은 말하는 사람의 불안감이 청중들에게 그대로 반영될 수 있어 앞에서 스피치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윤회장의 습관 중 하나는 몸을 뒤로 빼는 듯한 제스처를 자주 취하는 것이다. 몸을 뒤로 빼니 자연스럽게 어깨가 위로 올라간다. 이를 ‘거북이 효과’라고 하며 약함, 불안과 같이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이거나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보통 나타난다. 불편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해 거북이처럼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머리와 몸을 뒤로 빼는 제스처는 위험 요소나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CEO라는 직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스처다. 윤회장의 어수선한 행동 언어와 달리 스피치의 내용은 분명하고 전달력이 높다. 따라서 행동 언어에 수정만 이루어진다면 스피치 잘하는 호감형 금융 CEO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온화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회장의 내적 요소 키워드는 ‘합리주의’로 분석됐다. 윤회장은 취임 이후 어수선했던 조직을 빠르게 수습하면서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그룹 재편에 성공했다. 그 결과 수년간 1위를 유지했던 신한금융을 제치고 업계 선두를 차지했다. 또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 내실을 다졌으며 효율성 증대를 위해 비대면 보고를 정착시키는 등 업무 보고 절차를 단순화했다. 회의 문화도 토론과 피드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실행 중심으로 개선했다.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밀고 나갈 때는 냉철함을 앞세우는 것이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윤회장의 리더십을 주목할 만큼 그는 ‘직원 중심’의 ‘탈권위 소통’으로 유명하다. 권위를 내려놓았지만 반대로 역대 회장 중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2개 계열사를 직접 찾아 60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타운홀 미팅은 직원들이 회장과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다. 직원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또 윤회장은 본점 인근에서 호프데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예고 없이 방문해 직원들과 다양한 포즈로 셀카를 찍고 게임에 참여하며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직접 현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윤회장의 평소 경영철학으로 시작된 그의 소통 행보는 조직 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솔선수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윤회장의 합리주의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올해 초 KB국민은행은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가 실적에 대한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윤회장이 ‘당근’ 없이 ‘채찍’만 주면서 성과를 위한 합리적인 면만 추구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소통 잘하는 CEO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윤회장은 합리성을 추구하고 소통하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신만의 경영 철학으로 그룹의 성과를 이끌었다. 권위를 내려놓고 젊은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것이 다른 CEO들과 가장 대조되는 부분이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행동 언어 분석 결과를 보면 소통 잘하는 이미지의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PI 관점에서 보면 윤회장은 소통을 잘하는 이미지를 굳히는 작업이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행동 언어 교정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리더는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덕’도 필요하다. 윤회장의 경영 성과와 조직에 대한 헌신은 이미 인정받았다. 다만 미해결 과제로 남은 노조와의 갈등은 소통 잘하는 CEO 이미지를 굳히는 데 계속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진행형인 노조와의 문제를 윤회장다운 방식으로 잘 해결하는 것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과정 중 꼭 필요한 과제로 보인다. PI 전략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금융기업을 대표하는 사람, 금융업계에서 최고로 소통 잘하는 경영자로 윤회장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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