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이탈리아 및 폴란드 등 유럽 국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일부는 의회 승인 없이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화웨이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향후 3년간 31억 달러(한화 약 3조5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화웨이는 이번 달 초, 폴란드에 30억 즈워티(한화 약 9330억원) 투자를 제시한 바 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은 화웨이 이탈리아지사 최고경영자인 먀오샤오양(토마스 먀오)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먀오샤오양은 “물품 구매에 19억 달러(한화 약 2조2372억원), 운용 및 마케팅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4130억원), 연구개발(R&D)에 5200만 달러(한화 약 612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웨이의 이러한 투자로 직접적으로 1000명의 일자리가, 간접적으로 하청업체 일자리 2000개가 생길 것이라고 공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고,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이번 투자 발표는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 속에 유럽 내 5G 이동통신 기반 강화 및 시장 진출에 대한 교두보라고 AFP는 설명했다. 먀오샤오양은 “이탈리아 정부의 정책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다”며 “미·중 간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주요 7개 선진국(G7) 가운데 최초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지난 8일, 5G 이동통신망 시장 진출을 조건으로 폴란드에 30억 즈워티 투자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화웨이 폴란드지사 측은 “향후 5년간 폴란드에서 물품 구매로 거의 30억 즈워티를 쓸 계획”이라면서도 “화웨이는 폴란드에서 투자하며 발전하고 싶지만, 이러한 투자는 사업적 관점에서 타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폴란드 5G 통신장비 시장 진출 여부가 투자 규모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나코는 지난 9일 유럽 최초로 화웨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5G 이동통신망 서비스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편,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가 미국 내 텍사스,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에 퓨처웨이 테크놀로지라는 자회사를 세워 연구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이후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기업 명단(블랙리스트) 등장 이후 제재가 본격화 됨에 따라 해당 기업의 인력들을 줄여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퓨처웨이의 고용 인력은 총 850명 정도인데, 이중 앞으로 수백명이 해고될 예정이다. 퓨처웨이는 이동통신과 5G 통신망 등과 관련해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인 출신의 경우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도 화웨이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WSJ 보도와 관련해 먀오샤오양이 이 내용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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