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우윳값 연쇄 인상'은 군걱정에 불과한 것일까. 일단 도미노는 잠시 멈춘 듯 보인다. 우윳값 인상은 낙농진흥회가 지난 8월1일 원유수매가격을 리터당 4원 올리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이후 수요자집단인 우유 제조업체(이하 유업체)도 우윳값을 줄줄이 인상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원윳값 인상 이후 세 달이 지난 현재,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등 두 기업만이 가격을 올렸다. 올해 '우윳값 연쇄 인상 가능성'이 가설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소비자 점유율 확보를 위해 유업계 내 눈치게임이 장기화하고 있을 뿐 곧 여타 유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8월1일부터 원유수매가격을 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려 책정했다. 낙농진흥회는 낙농협회로부터 원유를 수매한 후 이를 유가공협회에 판매하는데, 이때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매기는 가격이 원유수매가격이다. 낙농협회는 낙농가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우유 생산자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한다. 이번 원윳값 인상은 지난 2013년 이후 5년만의 조정으로 낙농업계 생산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만재 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장은 "가축 사료를 자급하는 낙농 선진국가들은 자국에서 생산된 사료를 쓰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 우리나라는 사료 자급률이 30%도 안 된다. 조사료, 곡물사료 등을 모두 수입해야 하는데, 수송비와 운반비, 수확비 등이 사료 원가에 반영된다. 국제 정세 상 유류비도 오름세이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도 올랐다"고 원윳값 인상 요인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사료수급동향 (자료=낙농진흥회)
사료수급동향 (자료=낙농진흥회)

원윳값 상승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은 유가공업체들의 근심도 깊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유업체들이 계속해 적자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우유 구매량도 꾸준한 감소 추세다. 지금도 각 유업체들이 자사 상황에 따른 우윳값의 인상 여부를 검토 중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1위 유업체인 서울우유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 고삐를 조였다. 서울우유는 원윳값 인상 보름만에 우유 제품 가격을 3.6% 올렸다. 서울우유 측이 밝힌 인상 이유는 생산 비용 누적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지난해 원유 가격이 내렸을 때, 우리는 다른 업체와 달리 흰 우유 제품가격을 40∼100원 내리는 등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 노력했다"며 "그래서 이번 원윳값 인상으로 생산비가 증가해 보다 큰 원가부담을 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의 우윳값 인상 두 달만인 지난달 16일, 남양유업도 우유 제품 가격을 4.5%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남양유업 측에 의하면, 원윳값 인상과 누적 생산∙물류 비용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으로 가격 인상이 결정됐다. 이번 인상으로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 200ml는 33원, 500ml는 50원 올랐으며 1L는 900ml로 용량이 줄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흰우유 제품만 가격 인상 대상이며 분유와 발효유, 커피 제품은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우유 가격을 올렸다. (이미지=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우유 가격을 올렸다. (이미지=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의 가격 인상 조치로 나머지 유업체들의 연쇄 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취재 결과 현재까지 우윳값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야쿠르트를 비롯해 빙그레, 롯데푸드, 삼양식품 등 한국유가공협회의 주요 회원사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차를 둘 뿐, 여타 유업체들 또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 유업 관계자는 "현재 두 곳이 가격을 올린 상태이고,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우유가격이 오르면 일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기업들의 우유로 구매력을 전환하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우리가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관성적으로 사던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우윳값을 저울질하는 유업체들의 저변에는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도 깔려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우유 전무로 근무했던 이만재 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장은 "전례로 미뤄 볼 때 도미노 현상이 안 온 적은 없었다"면서 "시장 상황이 자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반드시 유업체들은 시간차를 두고 우윳값을 인상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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