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우리로서는 공장 공개가 최선이다. 이물의 허실과 귀책을 따질 수 없으니 분유 제조 공정을 외부에 공개하는 방법 외에는..."  

남양유업 공장장과 중앙연구소장은 당당하지 못했다. 철저히 자동화된 분유 제조설비와 생산과정을 전부 공개하면서도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된 분유냐'는 질문에는 말 끝을 흐렸다. 그렇게 만든 분유에서 코딱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의 신고는 그것의 진위가 밝혀지기도 전에 분유 제조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신고는 소비자의 누려야 할 권리다. 신속하고 정확한 신고는 기업의 과실을 꾸짖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소비자의 모든 신고가 기업을 실적 부진의 늪에 빠트린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신중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이물이 신고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억장이 무너졌다"는 정재연 공장장은 결백을 밝히고자 공장 공개를 결심했다.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도 "최신 분유설비와 생산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게끔 모든 언론과 소비자에게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지난 20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남양유업 분유공장 견학'을 진행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제품개발·식품안전센터로 구성된 '중앙연구소'... 작년 FAPAS 최우수 등급 받아 

세종 공장은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했다. 공장 내부를 본격 둘러보기 전 공장 부근에 위치한 중앙연구소를 먼저 들렀다. 

남양유업 측에 따르면 중앙연구소는 지난 1995년에 설립됐다. '을해년 돼지띠생이라면 우리 동갑이로구나'. 몸도 마음도 사회적 공해에 찌든 기자와 달리, 연구소는 24년 동안 해묵은 것 치고 관리가 잘 돼 있다는 느낌을 줬다. 건물 외관은 깔끔했고, 안으로 들어서니 연구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작업 중이었다.

중앙연구소의 3층과 4층은 제품개발센터로, 제품개발의 관제탑 역할을 한다. 해외 시장을 분석하고 콘셉트를 차별화해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다.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5층은 식품안전센터로, 식품안전보증실과 식품보증실로 나뉜다. 전자는 국내외 식품안전과 관련된 연구동향과 위해정보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곳이며, 후자는 정밀분석을 통해 원료와 완제품의 안전성을 따지는 곳이다.

중앙연구소 관계자는 "식품안전센터는 마이크로-HPLC 등 최신 분석설비 150여 종을 구비해 670종의 분석이 가능하다"며 "지난 2001년 한국인정기구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고, 작년에는 영국 환경식품농립부 주관 식품분야 국제비교숙련도(FAPAS)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장 외관에 걸려 있는 문구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 (사진=신민경 기자)
공장 외관에 걸려 있는 문구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 (사진=신민경 기자)

'위생 철저한' 40살 분유공장, 원료 입고부터 포장까지 전 공정 '밀폐·자동화'

분유공장은 중앙연구소보다도 15년 먼저 생겼다. 전체 부지가 3만2000평 규모고, 자동화 창고 2개와 생산동 3개로 구성됐다. 자동화 창고에서는 원료와 완제품이 보관되는데, 창고 건물은 랙(시렁)으로 개별 구성돼 있다. 냉장보관 1307셀, 상온보관 2886셀 보관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1셀당 800g 분유 675캔(800g 기준)을 보관할 수 있다. 또 생산동의 경우 해썹 지정 작업장으로, 건조기 2기와 분말 저장·포장 시설이 위치해 있다.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 제품도 이 곳에서 생산한다. 

공장 진입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공장 내 분유 생산동은 식품보안 운영구역이기 때문에 규정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먼저 주어진 비닐봉투에 아이패드, 휴대전화와 이어폰 등 금속 물질을 넣었다. 그리고 앞에 놓인 위생가운과 위생모, 위생화를 착용했다. 위생모를 이 때 처음 써 봤는데, 머리카락이 자꾸만 삐죽 튀어나와 모자를 쓰고 벗기를 반복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공장 관계자가 내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면서 한 마디했다. "머리카락 나왔다고 기사 쓰시면 안 돼요." 뜨끔했다.  

위생복장을 착용한 후 기자들은 손 세척을 하고 알코올로 소독도 했다. 금속검출기와 에어샤워(인체에 붙은 먼지나 미생물을 고속 청정 공기로 제거하는 세척장치)까지 통과하고 나서야, 생산 현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남양유업 측에 따르면, 분유 제조 시 원유 외에도 다양한 기능성 분말원료를 함께 섞는다. 분유의 기본원료인 원유는 먼저 중앙연구소의 품질검사 과정을 거친다. 분유 전용라인으로 이송된 후에는 사일로에 보관된 기능성 분말 원료가 공정을 통해 자동 분체 이송된다. 이후 각 제품별 지정 배합량으로 조제 혼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살균과 농축 과정을 거쳐 180°C이상의 고온 열풍에 건조한다. 건조된 분말은 자동 분체이송 라인으로 무균공기로 이송된다. 뒤를 이어 제품 보관 사일로에서 보관·캔 충진이 이뤄진다.

분유 제조공정이 원료 입고부터 공관에 포장되기까지 전 공정이 분유동 건물 내부의 밀폐 라인의 자동 공정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외부 이물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이물도 혼입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게 공장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코딱지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내 짧은 머리로는 추리가 안 된다. 진실은 그 분유통만이 알고 있겠다.

중앙연구소 (사진=신민경 기자)
중앙연구소 (사진=신민경 기자)

분유 제조공정 (1) - 전처리 자동 조제·살균과 농축과정

전처리 자동 조제과정은 AVMH(Automatic Vacuum Mixing & Homogenizing System) 시스템으로 원료 계량과 배합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사일로에서 무균공기를 통해 고압으로 이송된 분말 원료는 자동으로 계량돼 배합이 자동밸브를 통해 하부 조제탱크로 이송되고 탱크 내 고속회전분쇄기를 통해 균일하게 섞인다.

그리고 전처리 자동 살균은 인퓨전 살균기를 통해 이뤄진다. 인퓨전 살균기는 자동 조제시스템 뒷부분에 놓여 있다. 고압용기 내 단시간 살균을 통해 영양성분 파괴와 단백질의 변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 살균을 거친 조제액은 전처리 농축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수분 건조를 위한 예비단계로 이송돼 고형분 함량을 45% 수준으로 농축한다. 농축과정 중에는 자석봉과 0.08mm의 바스켓 필터를 통해 이물질이 제거된다.

분유 제조공정 (2) - 조제분유 생산용 건조기

조제 분유 생산에서 '건조기'의 역할은 액체상태 조제액을 약 2mm 크기의 노즐로 고압분사해, 180°C의 열풍으로 순간건조·입자화하는 것이다. 이날 내가 직접 본 건조기는 매우 크고 복잡했다. 한 층에서 건조기의 아래위를 톺아볼 순 없었다. 생산동을 둘러보기 전에 공장 관계자에게 미리 학습한 전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 놓고, 각 층마다 목격한 부분을 끊임 없이 조합해봐야 했다.  

먼저 5층에 올라가 조제 분유 생산용 건조기의 상부를 봤다. 이 공장은 건조기를 통해 헤파필터(0.3μm의 입자를 99.9% 제거 가능)를 통과한 고기를 가열시켜 건조기로 투입해 외부 이물질 혼입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3층으로 가서 조제분유 생산용 건조기의 본체를 봤다. 마치 역원뿔의 밑부분이 잘려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해당 건조기는 열풍건조 시 발생하는 초분(탄화물)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다 보면 초분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열풍유입 구조설계와 온도 차별화 관리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다중건조기(MSD·Multi Stage Dryer)는 시간당 조제분유 분말 3.8톤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2층은 건조공정 중앙통제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1,2,3차에 걸쳐 건조·입자화된 분말은 시프터를 통해 12메시(약 1.7mm) 크기의 체로 1차 체분과정을 거치게 되며, 체를 통과하지 못한 큰 입자는 그 자리에서 폐기된다. 이외에도 중앙통제실에서는 중앙제어 컴퓨터와 열화상 카메라가 있어 건조기 내부 상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됐다.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중앙연구소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중앙연구소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분유 제조공정 (3) - 충진실과 포장실

완전히 건조된 조제분유 분말은 밀폐된 제품용 사일로에 분체이송된다. 이후 충진기 상부에서부터 2차 체분단계를 거쳐 16메시(약 1.18mm) 크기의 체를 마지막으로 통과된다. 또 공기 내 유해성분 여과 장치인 헤파필터를 통해 항온·항습 공기를 24시간 유지한다. 이로써 분유 분말을 양질화한다. 

서경민 품질보증팀장은 "조제부터 충진 공정까지의 전 공정은 밀폐된 설비와 탱크, 이송라인을 거쳐 외부와 접촉이 없는 상태로 유지된다. 자동 정량 충진 특성상 작업 중에는 사람이 상주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 팀장에 따르면 충진실로 공급되는 부자재는 공관과 바닥면이 있는데, 이 때 탈자기와 이오나이저 설비를 통해 이물 혼입을 막을 수 있다. 최신 비전시스템 촬영으로 내부 이물질 혼입 여부를 점검한 후 자동 정량 충진(질소 충진율 97%)으로 가스치환 포장한다. 이로써 밀봉된 형태의 완제품이 만들어지며 엑스레이 검사기로 최종 이물 혼입 여부를 검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양유업, 제조공정의 '자동화' 강조...사실상 이물 혼입 책임 부정

공장 견학을 끝내고 머릿속에 깊게 박힌 단어가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자동'이다. 손으로 그 숫자를 셈하지는 않았지만 공장 관계자의 입에서 자동이란 단어가 적어도 100번은 나온 것 같다.

공장 내 품질관리 담당자에 따르면, '자동화 창고'에서 원료와 완제품이 보관되고, 품질검사 마친 원유가 분유 전용라인으로 옮겨진 후에는 '자동 분체 이송'된다. 전처리 시 원료의 계량과 배합도 '자동'으로 진행되며, 인퓨전 살균기를 통한 살균 작업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가스치환 포장 시 필요한 정량 충진도 '자동'이다. 

이들이 공정의 자동화를 강조하는 까닭은 외부의 이물 혼입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함이다. 사실상 조제부터 충진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밀폐 처리돼 있어 이물질을 고의적으로 넣는 것도 힘들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충진실을 제외하고는 제조공정에 사람이 투입된 현장을 목격할 수는 없었다. '실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제조공정 전반에서 제외됐다는 점만으로도 이물질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는 풀렸다. 

남양유업은 이번 기자단 견학을 시작으로 소비자 견학도 계획하고 있다. 공장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품질을 자존심으로 여긴다'던 남양유업이 굳이 이물질 논란이 터지고서야 공장을 공개한 점은 무척 아쉽다. 만일 그 전부터 공장의 체계적인 자동화 공정시스템과 최신 설비를 꾸준히 알리고자 했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기저에 깔고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양유업은 수년 전 갑질과 강매 사건으로 이미지가 악화돼 있다. 적어도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커뮤니티에 올라왔을 때, 네티즌들이 "역시 남양유업"이라며 비판 먼저 하고 나설 일은 줄어들 것이다.

ㅇㅇㅇ (사진=신민경 기자)
서경민 품질보증팀장이 자사 분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식품 이물 보도에 대한 규제가 만들어졌으면..."

"이물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우리는 유죄다. 귀책 입증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만 사실상 우리가 결백하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이물의 진위 여부 판단 이전에 먼저 언론에 알리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다. 언론 역시 사실 확인 이전에 앞다퉈 보도하니, 제조사는 무조건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의 하소연이다. 식품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주 예민한 분야다. '식품 이물 신고'가 제조 공장에는 곧 '사망 선고'다. 기존 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터지면, 소비자들은 "역시"라며 기업의 불매 운동을 시작한다. 박 연구소장에 따르면 남양유업 분유의 유통기한은 36개월이다. 이물이 검출된다면 해당 시기의 모든 분유를 처분해야 한다. 제조 과정에서 과실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공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장 사람들은 입을 모아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물이 신고된 후 식약처에서는 즉각 조사하러 오지 않는다. 빠르면 3일, 늦으면 일주일 후에도 온다. 또 조사 후 행정처분이 나오기까지 약 20일이 소요된다.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할 이 기간 동안 기업은 이미 결딴날 위기에 처한다. 박 연구소장은 "일단 이물 논란이 보도되면 제조회사는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는다. 만일 이물혼입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경우라면 책임을 다하겠다. 식품과 관련해 사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규제 체제가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상도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전국민적 먹거리 파동으로 인한 폐해의 8할은 언론의 경솔한 보도 관행에 있다. 일부 언론의 성급한 '아님 말고'식 보도가 기업의 꼬리표를 결정할 수도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 가능성이 있는 식품사건에 한해 언론사들은 정보공개 원칙에 따라 사실 확인이 된 부분만 보도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형중 전 대구지방식약청장도 "보도 전에 식품제조업체가 진짜 실책을 범했다는 확증을 확보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신고 가운데에는 해당 기업에 원한을 품은 전 직원, 블랙컨슈머(이익을 얻기 위해 악성민원을 고의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의 거짓 신고도 많기 때문"이라며 언론의 공정 보도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