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가 완화될 것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케이뱅크의 경우 주요 주주인 KT가 추가지분 투자가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KT는 지난 2016년 3월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 담합을 한 적 있는데, 이로 인해 벌금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은행법상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 내 금융 관련 법, 공정거래법상 벌금형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KT는 2021년까지 케이뱅크 지분 추가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다만 KT는 ‘경미한 사안의 경우 예외를 둔다’ 는 단서 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 주문 사흘 뒤인 지난 10일,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여야가 잠정 합의한 34%에서 25%로 대폭 축소한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민주당 내 반대 기류가 내포됐다는 것이라는 것이 여야 안팎의 시각이다. 은산분리에 대한 반대 기류가 있어도 규제가 완화되는 내용이 담겼고, 대통령이 직접 나선 문제이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는 결국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복잡한 우대조건을 최소화하고 금리는 높은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을 출시한 적 있다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는 복잡한 우대조건을 최소화하고 금리는 높은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을 출시한 적 있다 (사진=케이뱅크)

현재 국회 내 계류 중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의 경우 정재호 더불어 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유 한도를 50%로 하는 내용이다. 결국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의결권이 없는 주식의 경우 10%)로 규정한 은산분리 규제는 최소 25%~최대 50%까지 완화될 전망이다.

반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금융 부문을 다루는 법안1소위 배정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포함될 지 여부가 변수다. 상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의 의사결정이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과 달리, 소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반대 의견이 있으면 법안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KT,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 확정 

현재 KT는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KT는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6년 3월 70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현행 은행법에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금융위의 승인 요건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을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에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 적용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KT가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 과정에 경미한 사유라고 인정한 사례는 총 7건이다.

국민은행은 증권거래법 위반(양도성예금증서 불법유통)으로 영업정지를 받은 적 있지만 2008년 2월 한누리투자증권 지배주주 변경 승인에 대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았다. 또한 신용정보법 위반(고객서면 동의없이 개인신용정보 부당 이용)으로 4500만원의 벌금을 받은 적이 있지만 2004년 5월 KB생명의 보험업 신규허가를 경미한 사유를 이유로 예외 인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현대해상, LIG 손해보험 등이 관련성이 없거나 경미하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았다.

KT 관계자는 “과거 금융사들이 영업정지 또는 벌금 수천만원을 받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예외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며 “금융위가 올해 초 발의한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도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로 법인은 벌금 1억원을 명시한 만큼 이를 고려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 검토중인 케이뱅크

KT는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는 22일 열리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경미한 사안으로 인정 해줄 가능성은 낮다고 금융업계는 예상한다. 

은산분리 완화 후에도 KT의 증자 참여가 어려운 만큼 케이뱅크는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KT가 대주주 자격을 회복할 때까지 다른 주주가 한시적으로 대주주 역할을 맡는 방안이 제기된다. 자본력이 있는 우리은행이 증자에 나서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전환 문제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13.79%)을 15% 이상으로 확대하면 자회사로 편입돼 자본비율에 부담이 된다. 

케이뱅크의 일부 주주가 보통주 증자를 실시하고, 이후 KT가 우선주 투자를 하는 방안도 있다. KT는 은산분리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우선주로 증자에 참여해 왔지만 보통주의 25%까지 가능한 우선주 발행한도가 거의 소진된 상태라는 점이 문제다.

현재 케이뱅크는 증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0%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케이뱅크는 자본비율 두 자릿수를 방어하기 위해 월별 대출 한도를 정해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를 위해 KT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 실패한 SK텔레콤을 비롯해 인터파크, 네이버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특례법이 통과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가가 뛰어오를 것이라는 사실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추가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려면 2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이들 기업 입장에서 추가 인가보다는 KT 지분을 인수를 한 뒤 증자에 나서는 방법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도초과 보유주주와 관련해 KT가 공정거래법 법률 위반 사항이 있는 것은 맞다”며 “해당 사항이 경미한지 아닌지는 은산분리 특례법이 통과된 이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 과정에 '경미한 사유'라고 인정한 사례
과거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 과정에 '경미한 사유'라고 인정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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