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제3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향한 경쟁 구도가 나왔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 키움증권이 모인 ‘HSK’ 연합과 신한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의 ‘신-토’ 연합이다.

구도가 만들어지기까지 기업의 눈치싸움이 계속됐다. 시작은 인터파크가 던졌다. 컨소시엄 참여 경험이 있는 인터파크는 다시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할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심사 기준 발표회를 닷새 앞두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참여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발표회에는 참석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21일 네이버도 금융감독원에 발표회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정부는 ICT 분야 기업에 은산분리 완화까지 참여를 바랐지만 끝내 네이버는 거부한 셈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원칙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지만, ICT 분야 자산 비중 50% 이상이라면 가능하도록 예외적 허용했다. 네이버는 ICT 자산 비율이 약 96%에 수준이다.

이후 1월 23일 열린 제3인터넷전문은행 심사 기준 발표회에서는 하나은행, 농협, 신한은행,교보생명, 키움증권, 위메프 등 55개의 기업 및 법인,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그리고 한 달간의 합종연횡을 거쳐 ‘HSK’ 연합과 ‘신-토’ 연합이 구축되기에 이른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누가 더 가깝나?

금융 당국이 공개한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 심사 기준(배점)은 ▲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100) ▲ 대주주 및 주주 구성 계획(100) ▲ 사업계획 (700) ▲ 인력 영업시설 전산체계 물적설비(100) 으로 크게 4파트다.

각 연합의 예비 인가 여부는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는 사업계획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 부문의 배점은 ‘혁신성(350)’, ‘포용성(150)’ ‘안정성(200)’의 세 부분이다.

5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향한 양강 구도가 구축됐다. (사진=각 사)
5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향한 양강 구도가 구축됐다. (사진=각 사)

혁신성은 '하나-토스'가 WIN..."토스는 이미 IT-금융의 유니콘"

우선 혁신성 부문의 경우, ’신·토’ 연합의 우위다. 

토스의 존재는 금융과 IT기술의 융합 및 서비스와 기존 은행·금융 산업의 경쟁도에서 고득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토스한다’고 말한다”며, “이렇게 특정 서비스가 동사처럼 사용된다는 의미는 이미 시대 아이콘이 돼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시청하면 ‘넷플릭스하다’라고 말하듯, 송금할 때는 ‘토스한다’고 말한다는 것. 이러한 경향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토스 가입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라는 것도 가산점의 이유다.

스타트업이 IT와 금융의 결합 서비스를 무료 플랫폼으로 만들어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제공하는 송금 플랫폼인 ‘토스’는 2019년 2월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2,200만 건, 누적 가입자 1,000만 명, 누적 송금액은 33조 원에 달한다. 2017년에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35위 차지하기도 했다.

또 토스는 계좌, 카드, 신용, 보험 등 자산 조회는 물론, 적금, 대출 등 금융 상품 개설 및 P2P, 펀드, 해외 주식 등 투자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금융 산업 발전 분야도 고득점할 것을 보인다. 

게다가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신한금융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의 존재도 큰 강점이다. 당시에도 금융업계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한 영입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안정성은 '하나-SKT-키움' WIN... 통신 1위 사업자, 보안 강점

안정성에서는 ‘HSK’ 연합이 유리하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의 연합은 이미 예상된 바 있다. SK텔레콤은 앞서 인터파크와 함께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KEB하나은행과 함께 모바일 핀테크 플랫폼인 ‘핀크’를 설립해 핀테크 영역을 강화했다. 

보안 영역에서도 ‘신-토’ 연합에 앞선다. SK텔레콤은 이미 물리보안 2위인 ‘ADT캡스’와 정보보안 1위인 ‘SK인포섹’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키움증권 역시 모기업은 다우기술은 보안인증서비스 1위인 ‘한국정보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스마트팩토리, 융합보안 등 최근 SK텔레콤의 행보를 고려하면 ICT 기업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지난 예비 인가 신청에서 고배를 마셨으니 이번에는 확실한 계산을 세우고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2개사 이하 선정"...두 연합 모두 인가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포용성 측면에서 보면, HSK 연합과 ‘신-토’연합 둘 다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당초 금융 당국이 밝힌 인터넷 전문은행의 방향은 금융 포용성 확대. 그 핵심에는 ‘중신용자(4~6등급) 대상의 대출 서비스’ 확대가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통해 메기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중금리 대출 발전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금리대출 공급이 지속 확대되고 있으나, 자금수요에 비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자본금 확충 문제로 난색을 보였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활성화 의지를 밝혔다. (사진=청와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활성화 의지를 밝혔다. (사진=청와대)

인터넷 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장 풀어줘야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한 일반 신용대출 항목에서 ‘신용대출 금리구간별 취급 비중’을 보면 카카오뱅크의 6% 이상 중금리대출 비중은 1.3%에 그쳤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후반기 상품을 확대해 30%를 웃도는 비중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체면치레를 했지만, 금융 당국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실패한 정책인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통령도 규제 혁신 현장 방문으로 인터넷 전문은해을 강조했고, 금융 당국도 2곳은 인가하겠다고 했으니 둘 다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보수적인 금융의 특성상 제3, 4 인터넷 전문은행이 확실하게 포용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시그널을 심사에서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26~27일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서를 접수하며, 4~5월 중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5월 중 금융위원회에서 예비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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