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자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지분 확대를 위해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 준비 중이지만 아직 승인 신청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 KT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불승인 결정을 내릴 경우,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정된 2016년부터 5년이 경과한 2021년까지 지분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KT와 카카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서로 다른 성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KT에게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M이 카카오 계열사가 되기 전 로엔엔터테인먼트 시절의 위반 사례인 데다, 카카오M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카카오) 법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이기 때문에 KT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KT는 ‘경미한 사안의 경우 예외를 둔다’는 단서 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든 원칙에서의 예외는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적용돼야 하는데, 금융위원회가 KT와 카카오 모두에게 예외를 인정해줄 경우 금융당국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승인을 안해줄 경우 KT가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7일 금융당국과 KT에 따르면, KT는 앞으로 케이뱅크 지분을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KT의 경우 신청서 제출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는데, 늦어도 오는 4월 경에 금융당국에 신청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주금 납입일이 오는 4월 25일이고, 향후 금융위의 심사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KT는 4월에 유상 증자 납입을 완료한 후 금융당국에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상 증자에 성공할 경우 케이뱅크의 자본금이 현재 4775억원에서 1조700억원으로 2.3배 늘어난다. 지난 달 17일,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KT와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율을 예전 10%에서 최대 34%까지 늘릴 수 있다.  

KT 관계자는 “케이뱅크 지분율을 최대 34%까지 확보하기 위해 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KT,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원 벌금형 받아...금융위 승인에 걸림돌  

문제는 KT가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승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은행법에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금융위의 승인 요건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을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에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 적용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KT가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 과정에 경미한 사유라고 인정한 사례는 총 7건이다. 국민은행은 증권거래법 위반(양도성예금증서 불법유통)으로 영업정지를 받은 적 있지만 2008년 2월 한누리투자증권 지배주주 변경 승인에 대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았다.

또한 신용정보법 위반(고객서면 동의없이 개인신용정보 부당 이용)으로 4500만원의 벌금을 받은 적이 있지만 2004년 5월 KB생명의 보험업 신규허가를 경미한 사유를 이유로 예외 인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현대해상, LIG 손해보험 등이 관련성이 없거나 경미하다는 이유로 예외가 인정됐다.

KT 관계자는 “과거 금융사들이 영업정지 또는 벌금 수천만원을 받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예외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며 “금융위가 올해 초 발의한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도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로 법인은 벌금 1억원을 명시한 만큼 이를 고려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카카오와 KT는 법 위반 성격 다르다고 판단..."금융위 재량 여지 크지 않아" 

지난 25일, 케이뱅크는 5919억원의 유상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KT는 이번 증자에서 신주 1억1838만주를 발행해 5900억원 수준을 조달하는 유상 증자를 주주배정방식으로 실시한다. 오는 4월 11일까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고 미달이 발생할 경우 실권주를 이사회가 배정한다. KT는 실권주를 인수할 방침인데 이후, 케이뱅크 지분율을 최대 34%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할 경우 이 계획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승인을 안해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정된 2016년부터 5년이 경과한 2021년까지 KT의 케이뱅크 지분 확대는 어려워진다.

반면, 카카오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은 자회사 카카오M이 2016년에 공정거래법 위반(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례다. 이 시점은 카카오M이 카카오계열로 합병되기 전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시절이었으므로 카카오계열의 위법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도초과보유 요건 심사 대상을 고려하면 카카오는 금융위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초과 보유하는 대주주 대상 법인(카카오)의 범법 사항을 보는 것이지 그 계열사(카카오M)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경미한 사안으로 인정해줄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한다. 금융위가 위반 사실이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승인해줄 수 있지만, 추후 책임의 문제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금융위의 재량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대안 검토 중인 케이뱅크, KT 결국 지분 매각하나

금융위가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경우 KT의 증자 참여가 어려운 만큼, 케이뱅크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KT가 대주주 자격을 회복할 때까지 다른 주주가 한시적으로 대주주 역할을 맡는 방안이 제기된다. 자본력이 있는 우리은행이 증자에 나서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전환 문제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13.79%)을 15% 이상으로 확대하면 자회사로 편입돼 자본비율에 부담이 된다.

KT가 케이뱅크를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추가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려면 2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추가 인가보다는 KT 지분을 인수를 한 뒤 증자에 나서는 방법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파크, 네이버,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기로 밝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케이뱅크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낮은 수준인 것은 매각 시 단점으로 거론된다. 지난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9월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1.32%로 은행권 최하다. 국내은행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5.55%로 씨티은행(17.72%)과 경남은행(16.58%)의 총자본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특히 케이뱅크는 BIS 총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매달 대출상품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도초과 보유주주와 관련해 KT가 공정거래법 법률 위반 사항이 있는 것은 맞다”며 “카카오와 KT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위한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와 KT의 법 위반 성격 등을 비롯한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내부적으로 결정한 바 없고, 승인 신청이 제출된 이후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 과정에 '경미한 사유'라고 인정한 사례
과거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 과정에 '경미한 사유'라고 인정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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