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케이뱅크가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지난 1월 KT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을 감안해 5919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한 적 있다. 5919억원에 비해 412억원은 너무 미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경우 한 달 넘게 주요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데 증자 납입일이 다음달 20일이기 때문에 이때까지 재개가 안 될 전망이다. 빨라야 7월 초 대출상품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약 823만5000주의 전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여기에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가 모두 참여한다. 전환 신주 증자가 결정된 만큼 지난 1월부터 추진하던 기존 유상증자는 잠정 중단될 계획이다. 증자 대상을 보통주가 아니라 전환주로 한 것은 기존 주주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증거다. 전환주 증자는 한계가 있다. 전환주는 자본금의 25%까지 발행이 가능하다. 이번에 412억원 규모의 전환주 증자가 완료되면 이 한도가 거의 다 찬다. 정리하면, 케이뱅크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얘기다.

계속 대출상품 판매 중단하고 있는 케이뱅크, '자본금 부족'

케이뱅크는 지난달 11일 대표 대출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과 ‘직장인K 마이너스 통장’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지난달 19일부터는 ‘비상금 마이너스 통장’의 판매까지 중지한 상태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5개 상품 중 3개를 한 달 넘게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주요 수익원인 대출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흔치 않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매년 3~5월은 이사철 수요가 많아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그럼에도 판매를 중단한 것은 케이뱅크의 경우 대출을 위한 자본금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4775억원으로 카카오뱅크(1조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금 납입일인 6월 20일, 증자가 완료될 시 총 자본금은 5187억원이지만 역시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원래 케이뱅크는 다음 달 30일까지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KT 검찰 고발을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을 지속하면서 케이뱅크의 증자 계획이 일시 중지됐다. 은행권에서는 케이뱅크의 자본금이 최소 1조원 이상은 돼야 여신 영업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결정했기 때문에, KT에 대한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심사는 검찰수사 및 재판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 및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중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증자 나서기 쉽지 않은 NH투자증권, 우리은행...총자본비율 악화될 듯 

케이뱅크 지분 10%를 가진 NH투자증권 역시 산업자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는 상태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시중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넘게 가질 수 없고,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케이뱅크 지분 13.79%를 보유한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은행이 계열사 지분 15% 이상을 가지게 되면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켜야만 하는데 이는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BIS(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이 11.32%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월과 12월에 이뤄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약 975억 원의 자본금을 수혈하며 자본비율이 대폭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씨티은행(19.01%), 광주은행(16.97%), 케이뱅크(16.53%), 경남은행(16.30%), 하나은행(16.26%), 부산은행(16.21%) 등이 상대적으로 총자본비율이 높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이 자본비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업계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향후 케이뱅크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여기서 제기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케이뱅크가 원하는 것처럼 신규 주주를 영입해 증자에 참여시키는 방안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주주로 끌어들인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6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조만간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에 케이뱅크에 관심 있는 신규 주주를 찾기 쉽지 않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미 일부 기업들과 신규 주주 참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추후 신규 주주사 영입 상황에 따라 새로 이사회를 열어 규모 및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자본력 있는 IT 업체가 KT의 케이뱅크 지분을 인수하고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이다. 쉽게 말해 자본력 있는 IT 업체가 케이뱅크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 가능해졌고, KT와 달리 공정거래법 등 위반이 없다면 지분율을 최대 34%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케이뱅크에 관심 있는 IT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에 최대 2곳의 신규 인터넷은행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케이뱅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만한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며 “(케이뱅크가 원하는 대로) 신규 주주 영입을 위해서는 확실한 사업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