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최신폰 갤럭시S5가 19만원. 40만원 보조금 지원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판매점이 요금 할인을 마치 단말기 보조금인 것처럼 속여 갤럭시S5 판매를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영업정지 기간 중 보조금에 목말라 있던 소비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결국 SK텔레콤은 “갤럭시S5에 법정 보조금 27만원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며 “가격표시를 호도하는 사이트에 대해서 고발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강력 대응했다.

해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단말기 ‘보조금’은 뜨거운 이슈다.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소비자는 휴대폰을 싸게 사기 위해 ‘보조금’에 목말라 한다. 그러나 보조금이 많다고 무작정 좋아할 일은 아니다. 오늘 100만원에 팔린 폰이 내일은 50만원에 팔리면서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휴대폰 판매점 등에서 행해지는 차별적인 불법 보조금 지급 행태는 수많은 ‘호갱(호구+고객)’들을 양산시켰다. 다만,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 또한 부작용을 일으키며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양날의 칼 ‘보조금’이 이동통신 30년을 맞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뜨거운 감자이자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 SK텔레콤 T월드 카페 종각점

◇ “상한선 27만원”...보조금의 등장
단말기 보조금의 등장은 1996년 신세기통신 사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이 사업을 독점 운영하고 있었다. 후발 주자로 이통시장에 뛰어든 신세기통신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3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다.

1997년 PCS 3사(KTF, 한솔PCS, LG텔레콤)의 등장으로 5개 사업자가 각축을 벌이면서, 사활을 건 보조금 경쟁은 본격화됐다. 이에 보조금은 초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순증은 2000만명을 기록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각 업체들의 과다한 보조금 출혈 경쟁은 중고 단말기의 양산,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가입 확산, 요금전가 등의 폐단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보조금 수위는 1998년말 기준 국내 5개 사업자의 매출액 대비 평균 44%에 달했다. 심지어 후발 업체는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 단말기 보조금은 PCS 사업자들의 경쟁이 시작된 1997년부터 본격화됐다.

결국 정보통신부는 1999년 단말기 보조금과 연계된 의무가입기간을 폐지한데 이어 2000년 6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전면 금지한다. 1999년부터 2000년 5월말까지 지급된 보조금만 총 8조6747억원에 달한다. 2003년 3월에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시킨다.

다만, 단말기 보조금 금지 조항은 3년 후 자동으로 사라지는 일몰제였다. 정부는 2006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제도를 2년 더 연장한다. 그리고는 2008년 단말기 보조금은 예정된듯이 다시 부활한다. 시장은 다시 혼탁해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대당 보조금 평균 40만원이 지급되는데, 이번에는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이 문제가 됐다. 20대와 번호이동 및 신규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며 가입자 차별을 조장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보조금 과다 지급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0년 9월 말 방통위가 칼을 빼든다. 방통위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으로 못박는다. 이통3사가 이를 어길 시 전기통신사업법 ‘부당한 이용자 차별 금지’에 근거해 영업정지 및 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공표했다. 해당 27만원 가이드라인은 2014년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정책 일지>
1996. 04
신세기 통신 사업 초기 보조금 등장
(보조금 수준 25만원~30만원)
1997. 10
PCS 상용 서비스 시작. 보조금 경쟁 본격화
1999. 04
의무가입기간 폐지 및 단말기 보조금 축소
(보조금 상한선 : SKT 10만원, 후발업체 15만원)
2000. 06
단말기 보조금 완전 폐지 및 사업자 약관에 반영
단말기 보조금 제공시 이용 약관 위반으로 제재
2002. 12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보조금 규제 법제화
2003. 03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3년간 한시적 시행
2006. 03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및 보조금 규제 2년 유예(부분 보조금 지급 허용)
2008. 03
법 일몰제로 보조금 완전 허용
(보조금 수준 40만원)
2010. 09
보조금 규제 부활 (법적 상한선 27만원 확정)
(출처 : 방통위, 업계)


◇ 123, 211대란... 보조금 악순환 쳇바퀴

방통위가 법적 상한선으로 정한 27만원은 2010년 이통3사의 영업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 이익 24만원3000원에 제조사 장려금을 더한 것으로, 이보다 많은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다른 가입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27만원 상한선이 지켜지는 경우는 극소수다. 정부의 단속이 느슨해지는 새벽이나 주말에는 70만원~8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는 이같은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가 극소수라는 것이다. 또한 보조금 경쟁이 계속되면 사업자가 굳이 서비스 품질을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조금 출혈 경쟁은 좋을게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11일 아이폰5S, 갤럭시노트3 등이 10만원대에 풀리면서 새벽에도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대기자들로 긴 줄을 이었다. 이른바 ‘211’대란이다. 그러나 다음 날 곧바로 해당 단말들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 불과 몇 시간 차이로 누구는 갤럭시노트3를 10만원에 사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106만원에 구매하는 셈이다.

▲ 3월 13일 이통3사 45일 영업정지를 앞둔 판매점 홍보 문구.

이를 막기 위해 방통위가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출혈 경쟁을 단속하고 있지만 규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 혼탁해질 때마다 정부가 이통3사에 영업정지 및 과징금 등의 처벌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때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마케팅비를 절감해 이통사의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45일간의 영업정지(3월 13일~5월 19일)로 이통사의 영업이익이 최대 10%로 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단말 구매에 불이익을 받는 소비자와 휴대폰 유통점 등의 종사자들이 진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업정지 등의 규제로 ‘페이백’, ‘마이너스 폰’ 등의 불법 보조금 행태는 근절되지 않고 시장만 얼어붙어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되묻는 상황.

한편, 일각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 27만원도 수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7’만원이 2010년 피처폰 가격에 근거한 기준인 만큼, 최근 100만원대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아예 상한선 자체를 폐지해 단말기 가격을 자율 경쟁에 맡기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통3사 불법 보조금 제재 일지>
2002.10
이통3사 영업정지 (SKT, KTF: 30일 LG텔레콤: 20일)
2004.06
이통3사 영업정지 (SKT: 40일 KT, LGU+: 30일)
2006.06
이통3사 과징금 총 1000억원 부과
2010.09
이통3사 과징금 총 200억원 부과
2011.09
이통3사 과징금 총 137억원 부과
2013.01
이통3사 과징금 및 영업정지 동시 부과
(과징금 총 117억원 / 영업정지 SKT:22일 KT:20일 LGU+:24일)
2013.07
이통3사 과징금 및 단독 영업정지
(과징금 총 669억원/ 영업정지 KT:7일)
2013.12
이통3사 과징금 1064억원
2014.03
이통3사 각 45일 영업정지
이통3사 추가 영업정지 (LGU+:14일 SKT:7일)
(출처 : 방통위, 업계) 


◇ 단통법, 보조금 난제 해결해줄까?

보조금 규제 부작용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내세웠다. 지난해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고 조해진 의원이 발의한 단통법은 보조금 지급 과정을 투명하게 공시해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내 이동통신단말 유통 구조는 이통사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통3사는 수도권/경북/호남/충청 단위로 지역 본부를 두고, 산하 마케팅점이 대리점(직영점 포함)을 직접 관리한다. 대리점은 판매점과 위탁 계약을 체결해 이용자에게 휴대폰 가입 개통과 동시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판매 활성화를 위해 각각의 유통 주체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다. 단말기 보조금은 이통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과 제조사에서 지원하는 장려금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국내의 경우 단말기의 출고가를 우선 높이고 보조금 지원을 통해 할부원금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과다 보조금 지급이 문제되는 것은 이러한 주체들의 보조금이 몰렸을 경우다.

▲ 미래창조과학부

이통사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조사는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한 명목 등으로 보조금을 투입한다. 보조금을 통해 시장 상황을 조절하는 것이다. 실제 보조금 액수가 일정치 않고 보조금 정책이 하루에 몇 번씩 바뀌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가입자 유치 당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단통법은 이러한 보조금의 불투명한 지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모든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 사전 공시 ▲단말기 보조금과 요금할인 분리 ▲차별적 보조금 지급행위 발생시 제조사•판매점도 처벌 등이다. 업계는 단통법이 시행될 경우 보조금 교란 행위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통법은 지난 2월 임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시행마저도 불투명하게 됐다.

다만, 단통법이 통과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보조금 문제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가 밀접하게 결합된 구조상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과 통신시장 분리에 따른 유통시장 투명화로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도와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이통시장은 보조금이 아닌 요금과 가격 위주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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