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풀HD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감상한다. 이전보다 끊김없고 선명한 HD영상통화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 사실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다. 현재 누구나가 다 걸어다니며, 지하철과 버스를 타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불과 3년 전에도 이와 같았을까.

▲ SK텔레콤이 2011년 4월 시연한 LTE 버스 (사진 : SKT)

2011년 4월, 국내 이동통신의 한 획을 그을 이벤트가 열렸다. SK텔레콤이 19일 분당지역에서 4세대 통신(4G)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시연장을 마련했다. 이 곳에서는 LTE 속도뿐만 아니라 직접 LTE의 빠른 네트워크 속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버스 시연이 준비돼 있었다. 물론 기자도 그 버스에 올라탔다. 40Km에서 60Km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3D 영상을 스트리밍 방송을 보고 HD영상통화를 하는데도 전혀 끊김이 없다. 당시 쓰고 있던 ‘갤럭시S’보다 체감상으로도 무려 5배 정도는 빠르게 느껴졌다. LTE가 눈 앞에 왔다는 신호였다.

속도 대전의 서막 ‘4G LTE’란
롱텀에볼루션(LTE)을 직역해보면 '오랜 기간 동안의 진화'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통신 규격으로 쓰기에는 어뚱한 문구지만 3세대 통신(3G)에서 4세대 통신(4G)로 진입하는 기간 또는 WCDMA에서 LTE까지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적당한 문구다.

LTE를 설명하려면 먼저 3G를 말해야겠다. 3G는 크게 미국식 CDMA와 유럽식 GSM(WCDMA)로 구분해볼 수 있다. 2011년 상반기 당시에 SK텔레콤과 KT가 서비스하는 3G 방식이 유럽식인 WCDMA다. HSDPA, HSUPA, HSPA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LG유플러스는 미국식 CDMA를 기반으로 리비전.A(Rev.A)와 리비전.B(Rev.B) 등을 운영 중이었다.

이 중 SK텔레콤과 KT의 유럽식 WCDMA를 진화시킨 통신 규격이 바로 LTE다. 때문에 기존 3G 망과 연동이 쉽고, 망 투자비용도 줄일 수 있으며, 서비스 지역을 늘리는 것도 새롭게 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한국 상황에 맞는 발전 방향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WCDMA는 전 세계적으로 70%이상 채택됐기 때문에 글로벌 통신 규격에서도 LTE는 대세로 지목받고 있는 상태였다.

2011년 4월 SK텔레콤이 시연한 LTE는 이론상 하향 최대 75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기존 HSPDA 14.4Mbps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다. 1.4GB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2분, 400MB MP3 100곡을 내려받는데 40초면 충분했다. 3G망이 각각 15분, 5분이었던 데 반해 크게 올라간 속도다.

▲ 시험망을 운용 중인 LG유플러스 (사진 : LGU+)

지나간 얘기지만 2011년 국내 LTE가 시작됐을때 ‘진정한 4세대’ 여부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ITU가 정해놓은 4세대 통신의 기준에 따르면 고속 이동 시 100Mbps의 속도를 내야 했다. 당시 국내 LTE 이론상 하향 최대 속도는 75Mbps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초기 LTE를 3.9세대라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ITU가 지난 2010년 12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4G 용어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75Mbps의 속도를 내는 네트워크망인 LTE도 4세대에 포함됐다. 더 크게는 하향 최대 21Mbps 속도의 HSPA+도 4G라 말하기도 한다.

LTE가 가장 먼저 상용화시킨 곳은 유럽 이동통신사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다. 2009년 12월 14일 LTE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후 미국 AT&T와 버라이즌, 일본 NTT도코모, 유럽 보다폰이 뒤를 이어 LTE를 상용화했다. 국내도 2011년 7월 1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의해 LTE 시대가 본격 개막하게 됐다.

SKT vs LGU+, LTE 주도권 싸움
2011년 4월 16일 새벽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시험주파수 사용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국내 최초로 800MHz 주파수 대역에서 LTE 시험전파를 발사했다. 당시 SK텔레콤은 분당사옥 및 인근 지역에 LTE 시험국을 설치했으며 서울 등으로 시험국 운용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LG유플러스는 경기 오산 지역에서 기지국과 광중계기를 설치 완료하고 시험망 가동에 들어갔다.

▲ 시험망을 체크 중인 SK텔레콤(사진 : SKT)

이후, 같은해 7월 1일 드디어 LTE 상용화가 시작됐다. 그날 새벽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시대 개막을 알리며 ‘LTE 1등’을 위한 주도권 싸움을 전개했다. SK텔레콤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LG유플러스는 서울, 부산, 광주 등 주요 도시를 초기 거점으로 삼았다.

▲ LG유플러스가 2011년 7월 1일 LTE를 상용화했다. (사진 : LGU+)

SK텔레콤은 초기 이용자들의 통화품질에 대한 경험이 LTE 서비스 성패를 가를 것으로 판단해 서울 지역에만 안테나기지국(RU) 1772대, 디지털기지국(DU) 609대 구축해 LTE를 상용화했다. 또한 망 투자를 위해 2014년까지 2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항한 LG유플러스는 커버리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판단, 82개 도시 전국망 구축을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을 추구했다. 2012년까지 LTE에만 1조25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약속했다.

LTE 공세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는 달리 KT는 수세에 몰렸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없었던 KT는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서비스 중인 2G를 종료하고 LTE를 상용화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해 전전긍긍하는 형국이었다. 대신 KT는 당시 전국망 서비스 중이었던 와이브로(Wibro)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얹어 임시방편으로 LTE 견제에 나섰다.

▲ KT는 다양한 와이브로 프로모션으로 LTE에 맞섰다. (사진 : KT)

물론 KT만 주파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이에 국내 처음으로 주파수 경매가 열리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8월 17일 2.1GHz 주파수 20MHz 대역과 1.8GHz 주파수 20MHz 대역, 800MHz 주파수 10MHz 대역에 대한 경매를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앞서 2.1GHz 주파수 대역을 최저가인 4455억 원에 낙찰받은 상황이었고, SK텔레콤과 KT가 1.8GHz 주파수를 두고 2주간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SK텔레콤이 9950억원에 낙찰받게 된다. KT는 800MHz 주파수를 최저가인 2610억 원에 가져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 2011년 주파수 경매 후 이통3사의 주파수 활용 현황

주파수를 확보한 이통3사는 LTE 경쟁력 강화에 더욱 더 매달렸다. 이러한 이통사의 전력투구에 의해 2011년말에 100만 가입자를 넘어서며 예상보다 빠르게 LTE 가입자를 늘려나갔다.

다만, KT는 2011년말까지 아픈 가슴을 움켜 잡아야만했다. 당초 9월 2G를 종료하고, LTE를 상용화할 계획이었지만 2G 종료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애만 태우던 상황이 연출됐다. 2G 종료건은 KT가 2011년 7월 25일 2G 서비스 폐지 승인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2G 종료 결정이 재차 유보되면서 기약없이 뒤로 밀려났으며, 법원이 2G 사용자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주면서 마지막까지 KT를 흔들어댔다.

당시 이석채 KT 회장은 “예전에 서울에는 전차가 다녔는데 자동차가 활성화되면서 운송수단으로써의 메리트를 잃었다”며, “전차가 달리던 곳을 버스전용차로로 하고 지하철을 건설하자고 해서 건설했는데, 일부 사람들이 옛날 전차를 계속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데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분명 기존보다 혜택은 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G 종료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의미였다.

우여곡절 끝에 KT는 2012년 1월 3일 2G 종료를 순차 진행하면서 LTE 서비스를 개시했다. 타 이통사 대비 반년 가량 늦게 시작된 셈이다. 이후 2G는 2012년 3월 19일 완전 종료되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만이 이어가게 됐다.

SKT ‘PETA’ vs LGU+ ‘FAST’ vs KT ‘WARP’
LTE 상용화 당시 이통3사는 LTE전략에 대해 단 4개의 알파벳으로 표현했다. SK텔레콤은 ‘PETA’, LG유플러스는 ‘FAST’, KT는 ‘WARP’라 명명했다.

SK텔레콤이 추구하는 ‘PETA”는 프리미엄 품질과 탁월한 전송속도, 안정적인 망 운용 기술, 타사보다 발전된 기술력을 구현한다는 의미로 각 요소의 앞글자를 따 ‘페타’라 칭했다. 또한 1페타바이트(PB) 무선 데이터 트래픽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통합 네트워크망 전략이기도 하다.

▲ LTE는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사진 : SKT)

또한 LTE 펨토셀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고 어드밴스드-SCAN으로 네트워크 속도를 높여나갔다. ‘어드밴스드-SCAN’은 기존 클라우드 방식을 SCAN 구조에 기지국 및 별도 서버를 추가로 적용해 시스템을 진화시킨 기술이다. 3G에 비해 경계지역 품질이 4배 가량 개선된 성능을 보여준다.

LG유플러스는 LTE와 와이파이망인 U+존을 결합해 All-IP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이를 위한 ‘FAST’는 IP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망들을 통합한 구조로 만들어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을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ll-IP 기반의 100Mbps 유무선 네트워크를 뜻했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FAST 완성도를 위해 보이스오버LTE(VoLTE)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 이통3사는 LTE 속도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사진 : LGU+)

KT는 LTE부터 새로운 개념인 ‘LTE WARP’를 도입했다. 스타워즈 다스베이더가 등장하는 재밌는 콘셉트의 광고가 나온 시기도 바로 이 때다. KT의 워프 전략의 핵심은 ‘CCC’에 있었는데, CCC란 기존 기지국 시스템을 기지국의 디지털 신호처리부(DU)와 무선신호를 송수신하는 무선 신호처리부(RU)를 분리해 DU는 국사에 집중 배치하고, RU는 서비스 지역에 설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KT는 우선적으로 설치한 강남지역에서 전송속도 100% 개선 및 부하율 50% 감소라는 결과를 얻어내게 된다.

LTE 스마트폰 경쟁 점화
이통3사를 통해 빠른 속도의 LTE가 상용화됐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자가 체감하기 까지는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LTE 도입 초기에는 모뎀과 라우터를 통해 LTE를 사용할 수 있었을 뿐, 이를 지원하는 LTE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LTE 스마트폰은 2011년 9월 28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 LTE-A’가 차지했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의 크기를 좀 더 늘리고, LTE를 지원하는 퀄컴칩으로 교체해 내놓은 변종모델이다. 뒤 이어 29일 HTC가 외산폰으로는 처음으로 SK텔레콤을 통해 ‘레이더 4G’를 국내 출시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S2 HD LTE' (사진 : 삼성전자)

10월부터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팬택이 ‘베가 LTE’를, LG전자가 ‘옵티머스 LTE’를 내놓으면서 국내 제조업체 3사가 LTE 초반부터 기선제압을 위한 경쟁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당시 LTE 스마트폰의 화두는 빠른 속도의 LTE에 부합하는 더 크고 선명한 디스플레이였다. ‘갤럭시S2 HD LTE’도, ‘옵티머스 LTE’, ‘베가 LTE M’ 등도 모두 HD 1280x720 해상도를 갖춘 모델이었다.

▲ LG전자 '옵티머스 LTE' (사진 : LG전자)

이러한 경쟁에 정점을 찍은 모델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다. 4.5인치가 주류였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5.3인치라는 거대한 화면을 달고 나온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가 국내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더욱이 전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무버로 도약을 시도하는 삼성전자에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만들어준 모델로 급부상했다.

결과적으로 패블릿은 최근 트렌트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플래그십 모델이 5인치 안팎에 포진되는 등 중요한 구실을 담당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한편 ‘갤럭시노트’는 3G와 LTE모델로 구분돼 국내 정식 개통절차를 밟을 수 있는 최초의 폰으로 기록됐다. 당시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는 달리 LTE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했던 KT가 12월 반짝 이벤트로 갤럭시노트 3G 모델을 정식 판매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는 삼성 엑시노스를 두뇌로 하는 글로벌 3G모델과, 퀄컴 칩이 탑재된 LTE 모델로 구분된 바 있다. 이 중 글로벌 모델이 KT를 통해 출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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