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32)씨는 휴대전화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모티즌(모바일+시티즌)’족이다. 그는 컬러링도 최근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되고송’으로 바꿀 정도로 신세대이다. 특히, 그는 출퇴근 버스안에서 휴대폰으로 뮤직 비디오를 종종 내려받는다. 오늘도 뮤직 비디오를 감상하는 도중 “전화가 왔습니다”라는 안내 음성과 함께 휴대폰 화면에 아내의 모습이 뜬다. 김 씨는 통화 버튼을 눌러 아내와의 화상통화를 마친 뒤 다시 휴대 전화로 뮤직 비디오를 감상한다.

[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오늘날의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직전인 2008년도 당시 국민들의 휴대전화 사용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 3세대(3G) 이동통신이 등장하면서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특히, 3G 도입은 국내 이통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음성에서 데이터로 전환하며 일대 혁신을 가져온다.

▲3세대 이동통신의 도입으로 전철에서 DMB 방송을 보고, 영상통화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진 = SKT 공식 페이스북)

◇3G 문턱에서...멀티미디어 콘텐츠 ‘꿈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3G는 최대 2.4Mbps(CDMA2000 1x EV-DO 기준)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원한다. 직전 기술인 2G의 경우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는 64Kbps로, 음성통화와 문자를 보내는 것 외에는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3G의 도입으로 음성 및 문자 전송 속도가 2Mbps 이상으로 빨라지면서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통신 기능이 새롭게 추가된다. 2G 시절 단순 문자나 정지된 흑백 화면 전송에만 머물렀던 수준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SK텔레콤은 2000년 10월 1일 서울과 인천 지역에 세계 최초로 CDMA2000 1x를 상용화하며 2.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CDMA2000 1x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144Kbps. 이는 기존 CDMA 단말보다 2~10배까지 빠른 수준으로 컬러 동영상 통신과 주문형 오디오(AOD),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전송까지 가능해졌다.

▲ 3G 전용 단말기의 모습. 이 때부터 카메라가 탑재된 '폰카'가 등장했다. (사진 제공 = SKT)

이동전화에서의 VOD와 AOD 상용서비스는 무선 인터넷 멀티미디어 시대를 가속화시킨다. 휴대폰 하나로 영화나 뉴스를 보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 것. 이후 SK텔레콤은 한일 월드컵이 개최됐던 2002년 동기식 IMT-2000(CDMA2000 1x EV-DO)를 인천에서 세계 최초 상용화하며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시한다.

IMT-2000 서비스는 CDMA2000 1x에 비해 최대 16배 이상 빠른 전송 속도로, 이동 중 고속 인터넷 검색은 물론 쌍방향 데이터 전송까지 가능했다. 동영상 서비스와 고해상도 화상전화와 포토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컬러 액정 및 블루투스와 WLAN 기능, 카메라가 탑재된 휴대폰이 등장했다. 

<이동통신 기술의 변화>

구분
1세대(1G)
2세대(2G)
3세대(3G)
4세대(4G)
데이터 종류
아날로그
디지털
디지털
디지털
대표 규격
AMPS, NMT
GSM, CDMA
WCMDA,, CDMA2000
LTE, LTE-A
와이맥스2
(Wibro-Evolution)
전송 속도
~1.0Kbps
9.6~64Kbps
144Kbps~14.4Mbps
100Mbps
해당 시기
(첫 상용화)
1980~1990년대
(1984년)
1990~2000년대
(1996년)
2000~2010년대
(2002년)
2010년 이후
(2011년)
주요 서비스
음성
음성, 문자(SMS)
음성, 문자(MMS), 영상, MP3, 인터넷
음성, 문자, 영상, 초고속 인터넷

                                                                                    (자료=업계 취합)


◇“못 따내면 끝장”...WCDMA, 사업자 운명 가르다

진정한 3세대 이동통신은 WCDMA(비동기식 IMT2000, 광대역 코드 분할 다중 접속 기술) 전국망 상용화가 이뤄지는 2007년부터라 할 수 있다. WCDMA 이전의 CDMA2000 1x EV-DO(동기식 IMT2000)가 최대 2.4Mbps 속도를 냈다면, WCDMA는 최대 14.4Mbps 속도까지 가능해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된다.

WCDMA에 대해 알기 전에 IMT2000부터 살펴보자. 2.5~3세대 이동통신으로 구분되는 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 2000)은 하나의 단말기로 음성 및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한 기술이다. 특히 2000년대초에 서비스가 개시되는 점, ITU가 배정한 전세계 주파수 대역인 2GHz대를 사용하고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2Mbps(2000kbps)에 이른다는 의미로 2000이란 숫자가 붙었다.

<3G 이동통신 기술 표준 구분>

방식구별
전송방식
세부규격
상용화
날짜
채택
사업자
속도
유심
사용
상향
하향
WCDMA
(비동기식 IMT2000)
비동기식
W-CDMA
2003.12
SKT
KT
2Mbps
2Mbps
o
HSDPA
2006.05
14.4Mbps
2Mbps
HSUPA
2007.06
14.4Mbps
5.8Mbps
HSPA+
2010.10
22Mbps
11.5Mbps
CDMA2000(동기식 IMT2000)
동기식
CDMA2000 1x
2000.10
153.6Kbps
153.6Kbps
x
EV-DO Rel 0
2002.01
2.4Mbps
153.6Kbps
EV-DO Rev.A
2007.09
LGU+
3.1Mbps
1.8Mbps
EV-DO Rev B
2011.04
9.3Mbps
5.4Mbps
(자료=업체 취합)

당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여겨졌던 IMT2000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대단했다. 한국도 1999년 정보통신부가 3개 업체를 대상으로 IMT2000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다. 당시 국내는 SK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신세기통신, LG텔레콤 등 5개 사업자가 각축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차세대 이동통신 선정 기업은 단 3개뿐이었다. 선정 탈락은 ‘도태’를 의미했다. 5개 업체는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5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간다. 한국통신프리텔은 한솔PCS를 인수하면서 KTF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SK텔레콤, KTF(현 KT), LG텔레콤(현 LGU+) 등의 삼국지 시대로 접어든 것. 2000년 12월, IMT2000 사업자 선정 결과에서 SK텔레콤과 KTF가 비동기 방식인 WCDMA 2개 사업자에 선정되고, LG텔레콤은 다음해 동기식 IMT 2000사업자에 선정됐다.

▲ 2000년 IMT 사업자에 SK텔레콤과 한국통신(현 KT)가 선정된다. (자료 출처 = MBC뉴스 캡쳐)

SK텔레콤과 KTF가 WCDMA 사업자에 선정됐지만, 전국망 상용화까지는 순탄치 못했다. 2000년 초반 전세계가 닷컴버블 붕괴로 인해 IT기업의 자금 부족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한 것. 이에 따라 양 사는 당초 계획인 2002년 월드컵 개최 이전 WCDMA 상용화 대신, 그 대안으로 동기식 IMT2000(CDMA 1x EV-DO)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다. 2002년 5월 KTF는 최초의 동영상 서비스 ‘핌(Fimm)'을 런칭하고, SK텔레콤은 같은 해 11월 ’준(june)'을 내놓는다. 이후 2003년 12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WCDMA 상용서비스가 시작된다.

한편, CDMA 방식인 동기식 IMT2000 사업은 5년 후 통신업계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2006년 7월 4일 LG텔레콤은 동기식 사업 포기를 선언하며, 주파수와 사업권을 반납한다. 당시 글로벌 이동통신은 비동기 방식의 WCDMA를 지향하는 상황이었다. 

▲ 왼쪽부터 KTF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핌'과 SK텔레콤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 (사진=각사 광고 캡쳐)

IMT2000 서비스를 상용화하지 못한 LG텔레콤은 기존 CDMA 망을 업그레이드한 CDMA 2000 EV-DO Rev.A를 도입하며 WCMDA에 대항한다. 하지만 다운로드 속도 및 기술의 진보성 등에서 해당 기술은 WCDMA에 역부족이었다. 이는 결국 LG유플러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외산단말 수급 및 로밍 사업에 지장을 초래했고, ‘3등 사업자’로의 추락을 가져온다.

다만,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한 LG유플러스의 몸부림은 결과적으로 한국이 롱텀에볼루션(LTE) 시장도 주도하는 계기가 된다. LG유플러스가 2012년 세계최초 LTE전국망 구축에 성공하면서 경쟁사의 LTE 전국망 상용화도 가속화된 것. 현재 LG유플러스는 LTE로 대표되는 4세대 이동통신 시장 주도권을 놓고 SK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심의 등장...3G 도입이 가져온 변화는?
3세대 이동통신은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생활 패턴을 크게 바꿔놓았다. 우선, 3G 단말기부터 유심(가입자 식별모듈, USIM)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심은 무선 통신 회선 가입자들의 식별 정보를 담고 있는 모바일 신분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유심카드에는 기본 정보는 물론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의 부가 기능까지 제공한다.

기존에는 휴대전화 기기에 가입자의 이동통신 정보가 담겼기 때문에 기기변경 절차를 거쳐야만 새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심의 등장으로 유심 카드만 빼서 새 단말에 꽂기만 하면 손쉽게 기기변경을 할 수 있게 됐다. 단, LG유플러스의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이 3G 이동통신 기술 방식의 차이점으로 유심을 사용하지 않는다.

▲ SK텔레콤과 KTF는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료제공 = KT)

3G 이동통신 기술은 글로벌 로밍도 가능하게 했다. WCDMA가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지구촌 어디서나 별도 단말기 교체없이 동일한 단말기로 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출장객, 유학생 등에게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었다. 글로벌 로밍은 음성 통화는 물론 데이터 로밍으로 발전하면서 이동통신의 국경을 무너뜨린다. 또한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기 규격화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 업체의 단말 수출도 급증한다.

다양한 콘텐츠도 쏟아져 나왔다. 2002년 CDMA2000 1x EV-DO 서비스가 실시되면서 멀티미디어 문자메시지(MMS), VOD, 주문형 음악서비스(MOD), 무선 전자상거래 등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이 급부상하고 위치기반서비스(LBS), 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DMB), e러닝 등이 확산됐다. 16화음, 64화음 등의 벨소리•컬러링 등이 주도하던 모바일 음악 시장은 MP3폰 확산으로 그 규모가 더욱 확산된다. 유무선 통합 음악 서비스 ‘멜론’도 이 때 등장했다.

▲ 왼쪽부터 KTF 'Show', SKT 'T', LG텔레콤의 'OZ' 광고의 한 장면 (자료 출처 = 유튜브 광고 캡쳐)

사업자들의 콘텐츠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진다.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 과 ‘핌’을 내세우며 각종 동영상 콘텐츠를 앞다퉈 선보였다. 또 이는 WCDMA 전국망 상용화(2007년) 이후 ‘T 3G+'와 ’쇼(SHOW)‘ 브랜드 각축전으로 이어졌다. LG텔레콤은 ’OZ‘라는 브랜드로 이에 대항했다.

특히, KTF는 2007년 3월 WCDMA브랜드 ‘쇼’를 론칭하면서 한동안 3G 시장에서 가입자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보고 즐기는 휴대전화를 표방한 ‘쇼를 하라. 쇼’라는 광고 문구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KTF는 ‘쇼’를 내세우며 데이터 정액 요금제 등 다양한 할인 요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각종 동영상 콘텐츠 사용이 일상 생활로 자리잡으며 ‘손안의 멀티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것. 당시 휴대폰 가입자는 4000만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 ‘아이폰’이 기다린다...‘위피’ 폐지까지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는 단말기 기종이나 이통사에 상관없이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표준 플랫폼이다. 2005년 4월 1일 정보통신부는 국내 무선인터넷산업 진흥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이동통신 휴대 단말(피처폰)에는 ‘위피’ 시스템 탑재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3G 상용화 이후 국내 이동통신3사는 회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이에 따라 콘텐츠 제공 업체들도 하나의 콘텐츠를 이통사에 맞춰 여러 방식으로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콘텐츠 개발업체가 하나의 휴대폰 게임을 개발하고 각 통신사에 공급하려면 최소 3가지 버전을 따로 제작해야 했다.

여기에 국내 이통3사가 퀄컴사의 브루(BREW)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J2ME 등 외산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상당한 로열티를 지급, 외화지출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특히, 퀄컴은 CDMA로열티는 물론, 브루 공급시 대당 5달러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같은 국가 차원의 낭비를 줄이고자 2001년부터 국책 사업으로 표준 단일 플랫폼 위피를 만든다.

▲ 왼쪽부터 위피 기반의 인기 피쳐폰 게임 '푸쉬푸쉬'와 '붕어빵 타이쿤' (자료제공 = 각 사 게임이미지 캡쳐)

위피는 한국 시장만을 위한 표준 규격으로 안착하면서 국내 통신 시장 보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위피가 탑재되지 못한 외산 단말기는 출시가 늦어지거나 국내 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7%에 달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소비자들의 외산 단말 선택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실제 위피가 통신사별로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피 무용론이 거세졌다. 특히,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위피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외산 플랫폼 J2ME와의 유사성으로 인해 추가 로열티를 계속 지불하는 등 당초 취지와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됐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위피 고집은 콘텐츠 업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해외 이통사와 제조사의 견제 속에 위피의 국제표준 채택도 불발된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4월 위피 탑재 의무화를 폐지한다. 위피 의무화 폐지는 외산 단말의 국내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듬해 11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3GS)'이 KT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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